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엔비디아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와 GPU를 넘어 ‘모든 기기’가 AI 기능을 탑재하는 흐름에서 가장 핵심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조명을 못 받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ARM입니다. 스마트폰, AI PC, 웨어러블, IoT, 자동차, 서버까지 모든 기기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것은 결국 ARM 기반 아키텍처이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는 GPU 성능으로 혁신을 만들지만, 실질적으로 AI 기능이 대중화되려면 사람 손에 들리는 기기 안에서 작동해야 하고, 그 기반을 제공하는 기업이 ARM입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은 온디바이스 AI입니다. 사용자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올리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는 구조는 보안에서도 유리하고 응답 속도도 빨라 앞으로의 AI 전략에서 필수적인 영역으로 여겨집니다. 애플과 삼성, 구글은 이미 온디바이스 AI를 차세대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으로 삼았으며, PC 시장에서도 AI PC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결국 기기 당 필요한 연산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ARM이 가져가는 로열티는 단순 증가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확장됩니다. 로열티는 원가가 거의 없기 때문에 ARM에는 곧바로 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 모델이 얼마나 강력한지 시장이 최근에서야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ARM의 진짜 강점은 AI만이 아닙니다. 1990년대부터 쌓아온 모바일 CPU 아키텍처 기반이 전 세계 반도체 생태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습니다. 퀄컴, 미디어텍, 삼성 엑시노스, 애플의 A·M 시리즈 칩 모두 ARM을 기반으로 설계됩니다. 이 때문에 ARM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든 성숙하든 기반 매출을 꾸준히 가져갑니다. 여기에 AI 기능이 들어가면 패턴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존 CPU 로열티보다 더 높은 비율을 적용할 수 있고, 신규 기능이 들어간 만큼 추가적인 라이선스 매출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전 세계 스마트폰의 사양 경쟁이 벌어질수록 ARM에게는 보이지 않는 형태의 ‘추가 요금’이 자동으로 들어오는 셈입니다.


데이터센터에서도 변화는 시작됐습니다. 과거 CPU 시장은 인텔과 AMD가 장악해 왔지만, 최근 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이 자체 ARM 기반 서버용 CPU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AWS의 Graviton, 구글의 Axion, MS의 Cobalt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칩들은 AI 서버에서 GPU를 보조하고, 전력 효율과 낮은 비용 구조에서 큰 강점을 가지며, 빅테크들이 GPU 클러스터에 자체적으로 붙이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즉 서버 시장에서도 ARM 기반 칩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ARM은 이 부분에서도 로열티를 받기 때문에 앞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이 GPU 중심에서 ‘GPU + ARM CPU’ 구조로 가는 트렌드는 회사 가치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키는 요인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AI PC 시장입니다. PC 시장은 오랫동안 인텔과 AMD 중심이었지만, ARM 기반 칩이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의 M시리즈 칩은 ARM 아키텍처의 성능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면서 시장의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AI PC의 기준을 ‘ARM 기반 칩’ 중심으로 다시 세우고 있습니다. 배터리 효율이 좋고, 발열이 적으며, 온디바이스 AI 기능 구현에 ARM이 구조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투자 관점에서 ARM의 가장 큰 매력은 변동성이 큰 사이클형 기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엔비디아는 GPU 공급·수요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만 ARM은 플랫폼 기반 로열티 비즈니스라 어느 정도 바닥이 존재합니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일부 부진하더라도 AI 기능이 강화되면서 칩당 단가가 올라가는 구조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AI PC, 웨어러블, 자동차용 칩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라 향후 3~5년 동안은 ARM의 시장 확장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구간입니다. ARM은 소비자용, 산업용, 클라우드용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드문 기업입니다. 이 점 때문에 최근 월가에서도 ARM을 ‘AI 시대의 숨은 확실한 수혜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특히 ARM은 엔비디아와의 관계에서도 독특한 위치입니다. 엔비디아는 GPU를 만들지만, ARM 기반 CPU 확장은 엔비디아에도 중요합니다. AI 서버에서 GPU만으로는 시스템을 구성할 수 없기 때문에 ARM 기반 칩이 GPU 시장을 확장시키는 구조적 보완재 역할을 합니다. 즉 ARM은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와 협력하고, 어느 한 업체의 실적 부진이 생겨도 ARM 자체에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유지합니다. 이 점이 장기 투자로서 ARM이 가진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미래 관점에서 ARM이 어떻게 성장할지를 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앞으로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는 AI 기능이 포함된 형태로 진화합니다. 차량의 ADAS 기능, IoT 센서, 생활가전, 스마트워치, 로봇 청소기, 심지어 AI 장난감까지 모두 ARM 아키텍처 기반 위에서 돌아갑니다. 이 산업의 규모는 스마트폰이나 PC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방대합니다. 특히 차량 내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동차용 ARM 칩 점유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여기에 자율주행이 얹힐 경우 ARM이 받는 로열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산업 전체의 구조가 ARM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흐름은 이제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장기적 기초 체력과 연결됩니다.


결국 ARM은 AI 시대의 ‘조용한 중심축’입니다. 사람들은 GPU 성능에만 집중하지만 실제로 AI 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아래에서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저전력·고효율 기반 아키텍처가 필수입니다. ARM은 이 방대한 생태계를 이미 장악하고 있고, 지금의 AI 성장세가 계속될수록 ARM은 시장 전체 성장의 ‘가장 안정적인 수혜’를 누릴 수 있습니다. 대중이 아직 완전히 인지하지 못했을 때 담아놓으면 앞으로 AI폰, AI PC, 자동차 AI 시장이 완전히 열릴수록 주가는 펀더멘털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