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0만 달러 깨짐

비트코인이 다시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루 동안 거의 4퍼센트가 빠졌는데, 여러 시장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습니다. 특히 미국 증시까지 동반 하락한 상황이어서 위험자산 전반에 걸친 구조적 피로감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흐름을 보면 비트코인은 10만 3690달러에서 반등을 시도했지만 곧장 매도세에 밀리며 9만 9천 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나스닥이 약 2퍼센트나 하락한 상황과 거의 동일한 패턴인데, 미국 정부 셧다운 종료가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후폭풍을 드러낸 셈이 됐습니다. 셧다운이 풀렸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안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생긴 손상이 더 크다는 시각이 우세해진 분위기입니다.

최근 가격 하락의 중심에는 장기 보유자들의 본격적인 매도가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오랫동안 들고 있던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을 크게 흔들지 않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이들이 약 81만 5천 개의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2024년 초 이후 가장 강한 매도 압력으로 기록됩니다. 장기 보유자의 매도는 단순한 차익 실현이 아니라, 시장의 불안정성을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됐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게다가 현물 시장의 수요가 뚜렷하게 약해졌습니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순유출 흐름이 반복되고 있고, 미국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보여주는 ‘코인베이스 프리미엄’도 음수로 전환되었습니다.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은 미국 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더 비싸면 매수세가 강한 것으로 보지만, 지금은 오히려 해외보다 더 낮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즉, 미국에서는 사고자 하는 사람보다 팔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입니다.

재밌는 건, 최근 몇 주 동안 관찰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패턴으로 미국 시장 시간대에 유독 약세가 집중된다는 점이 있다는 겁니다. 아시아와 유럽 거래 시간에는 비교적 잔잔하게 움직이다가, 미국장이 열리는 순간부터 매도가 몰리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 기대를 크게 낮추고 있다는 방증이며, 지금 시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는 주체 역시 미국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시장은 12월 금리 인하 확률을 50대50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 정도 불확실성이라면 누구도 먼저 위험자산을 적극 매수하기 어렵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2025년 연중 최고가는 이미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정도로 연말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장 심리도 한순간에 차갑게 식었습니다. 예측 시장 Myriad에서는 비트코인이 8만 5천 달러보다 11만 5천 달러에 먼저 도달할 확률이 하루 만에 68퍼센트에서 54퍼센트로 떨어졌습니다. 불과 하루 차이지만 그만큼 투자자들의 기대와 심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시장 전체를 누르고 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던 셧다운이 해제되면서, 정부 지출이 다시 본격적으로 재개될 가능성도 함께 언급됩니다. 애널리스트 멜 매티슨은 최근 몇 달간 미국 재정이 '수년 만에 가장 마른 상태'였다고 표현하며, 셧다운으로 인해 9월에만 1,980억 달러의 재정 흑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돈을 쓰지 못한 기간 동안 시장 유동성도 함께 말라버렸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셧다운 종료와 함께 정부 지출이 다시 열릴 경우, 특히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함께 제시됩니다. 결국 지금의 유동성 부족은 구조적이지만 일시적인 성격도 갖고 있으며, 자금이 돌아오는 순간 위험자산 가격은 다시 반응할 여지가 있습니다.

금·은은 오르고 암호화폐는 빠지는 이유

한편 금과 은 대비 암호화폐만 유독 빠지는 것도 눈에 띄는 흐름입니다. 최근 일주일 간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XRP) 같은 주요 토큰들도 10퍼센트 안팎으로 하락했습니다.

반면 금과 은은 각각 4퍼센트, 7 퍼센트 이상 상승한 상태입니다. 이 두 개의 자산군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자금이 흐르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통 자산 시장에서는 국가 부채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과 은이 다시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이 220퍼센트를 넘는 상황이고, 미국도 120퍼센트 이상입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역시 110퍼센트가 넘습니다. 중국은 정부부채비율은 낮지만 민간부문을 포함하면 GDP 대비 300퍼센트가 넘는 부채가 쌓여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안전자산 쪽으로 자금이 몰리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다만 금 가격이 상승한 이후 약 80일 정도 지나면 비트코인 가격이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계속 언급되고 있습니다. 금이 상승 흐름을 마치고 안정권에 들어설 때쯤 비트코인이 반등을 시작하는 일이 자주 반복된다는 거죠.

그러나 현재 환경에서는 이 패턴이 그대로 작동할지 아직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금과 은이 오르는 배경이 단순한 위험 회피를 넘어서 선진국의 국가부채 문제와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불확실성까지 결합된 구조적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금 가격이 어느 순간 상승세를 멈추고 안정화되면, 그 즈음에 비트코인이 자금 유입을 다시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금이 전통적 안전자산으로서 모든 관심을 가져가고 있는 시기이며, 비트코인은 불확실성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는 뒤에서 대기하는 위험자산이라는 위치에 놓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DAT 기업들의 주가 부진

한편 암호화폐 시장은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DAT 기업들의 구조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DATs는 회사들이 채권 발행이나 차입을 통해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하는 방식인데, 이 모델은 신용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매우 강력한 매수세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금리가 높아지고 정부, AI 기업, 일반 기업 모두가 신용시장에서 자금을 경쟁적으로 차입하는 상황이라면, DATs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집니다. 신용시장이 얼어붙거나 자금 조달이 막히면, 이들은 빚을 갚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코인을 대량 매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매도는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죠.

전반적인 암호화폐 하락폭이 약 20퍼센트 내외인 반면, DAT 기업들의 주가는 50퍼센트에서 많게는 90퍼센트까지 폭락한 상태입니다. Strategy, Metaplanet, SharpLink 같은 대표적인 DAT 기업들은 올해 최고점 대비 절반 이상이 날아갔고, 일부는 80퍼센트 이상 하락하며 사실상 기업 가치가 그들이 보유한 암호화폐 순자산 가치에 거의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즉, 주가가 underlying crypto holdings, 다시 말해 기업이 들고 있는 암호화폐 자산의 순가치와 거의 같아지거나 더 낮아진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DATs가 모든 면에서 위기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올해 누적으로 보면 Galaxy Digital 같은 회사는 여전히 상승한 상태이며 SharpLink도 40퍼센트 이상 오르면서 비트코인의 연초 대비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즉, 최근의 급락이 추세 종료라기보다 고변동성 자산 특유의 깊은 조정일 가능성도 함께 존재합니다. DATs는 암호화폐 시장의 고베타(high-beta) 자산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하락하면 더 크게 떨어지고, 반등할 때는 더 빠르게 상승하는 구조를 항상 가져왔습니다.

다만 지금 시장이 DAT 기업들을 선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발행량 관리가 투명하고, 무리한 토큰 보유 없이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재무 구조를 유지하는 DATs는 과매도 상태일 가능성이 언급되지만, 여러 자산을 복잡하게 보유하거나 단기 조달에 의존하는 DATs는 위험이 누적되는 모습입니다.

특히 Strategy 같은 대형 DAT 기업은 약 64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이 극단적으로 흔들렸던 시기에도 단 한 번도 매도한 기록이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 신뢰도가 높습니다. 이 회사는 여전히 180억 달러 이상의 미실현 이익을 보유하고 있고, 예측 시장에서도 연말까지 비트코인을 매도할 가능성을 7퍼센트 이하로 평가할 정도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DAT 기업들이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비트코인의 방향성에 달려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셧다운 이후 다시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하고, 12월 연준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명확히 언급된다면 신용시장 압박이 약해질 수 있고, 그 순간 비트코인 수요가 다시 살아나 회복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DAT 기업들은 비트코인의 방향성에 높은 레버리지로 연동되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회복 신호를 보이는 순간 가장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JP모건: 비트코인 바닥은 94,000달러 근처

한편 JP모건은 현재 비트코인의 하락폭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 가장 먼저 제시되는 것은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들어가는 ‘생산비용’입니다. 비트코인의 생산비용은 단순한 추정치가 아니라, 실제 과거 여러 사이클에서 가격이 바닥을 형성할 때 기준점처럼 작용해 왔습니다.

JP모건의 분석을 이끄는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생산비용이 약 9만 4천 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비용은 9만 2천 달러로 계산되었는데, 지난 두 달 동안 비트코인 네트워크 난이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같은 양의 블록을 채굴하기 위해 필요한 연산 능력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채굴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고, 결국 비트코인의 ‘구조적 바닥’ 역시 더 높아진 셈입니다.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은 생산비용 대비 약간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JP모건은 이 비율을 1.0 조금 위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하락 구간의 가장 낮은 범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즉, 가격이 이미 바닥권 근처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추가 하락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뜻입니다. JP모건은 이를 두고 “비트코인의 생산비용은 경험적으로 가격 바닥 역할을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JP모건은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비트코인이 약 17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기대치라기보다 비트코인과 금을 변동성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에서 나온 값입니다. 분석팀은 현재 비트코인이 금보다 약 1.8배의 위험자본을 소모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관계가 유지된다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지금보다 약 67퍼센트 늘어나야 금의 민간 투자 규모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 시가총액 증가분을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7만 달러 근처가 됩니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금과 비슷한 투자 자리를 차지하려면 지금보다 확실히 더 높은 가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과거 보고서에서 JP모건은 연말까지 16만 5천 달러에 도달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청산 규모가 크고 시장 심리가 급격하게 악화된 점을 반영해, 올 연말까지는 그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점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비트코인이 연말에 12만 6천 달러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았고, 비트코인은 10월 6일에 실제로 약 12만 6천 달러를 기록하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10월 10일의 대규모 청산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흐름이 바뀌었죠.

결국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충격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중기적인 구조에서는 여전히 비트코인의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생산비용 상승과 금 대비 가치 비교는 모두 이 중기 상승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다만 연준의 방향성, 정부 재정 확대 시점, 신용시장 안정 여부, ETF 자금 유입 회복 등 여러 변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투자자들이 쉽게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시기에는 시장 구조의 변화를 더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실한 신호가 한 가지라도 등장한다면 자금 흐름은 다시 빠르게 돌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