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라는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순간부터 극단적으로 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한국 IT 플랫폼의 상징이자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았던 카카오는 지금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기 이미지가 훨씬 짙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깊어질수록 반대로 기업의 구조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더 많이 포착됩니다. 지금 카카오는 단순히 주가가 저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2년 동안 가장 극적으로 체질 개선을 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사업 확장을 시도했지만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강한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최근 움직임은 이전과 결이 다릅니다. 사업 정리와 구조조정, 버티컬 축소, 투자 효율화, 콘텐츠 조직의 재정비, AI 서비스의 과감한 축소와 재선택 등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내부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DNA를 만들려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문제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년 동안 카카오는 사업 확장의 폭을 지나치게 넓게 가져갔고, 이 과정에서 조직은 복잡해지고 속도는 느려졌으며 핵심 수익원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메신저 기반의 확장 전략은 매력적인 그림이었지만 실제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충분히 고도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 다각화를 계속 시도하다 보니 수익 구조는 약해지고 비용 구조만 커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게임즈 등 핵심 자회사들이 각자 잘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그룹 차원의 시너지는 조금씩 약해졌습니다. 결국 시장은 카카오가 플랫폼 기업인지, 콘텐츠 기업인지, 투자 지주사인지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상태로 몇 년을 흘려보냈고 이는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카카오는 기존의 느슨한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방식으로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조직 구조는 버티컬 중심에서 핵심 비즈니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그동안 비효율적으로 넓어졌던 사업 영역은 정리하거나 통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잘 되는 사업은 집중하고, 애매한 사업은 정리하며, 오히려 핵심이 될 수 있는 콘텐츠나 구독 기반 비즈니스는 다시 강화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의 구조조정, 카카오게임즈의 선택과 집중, 카카오모빌리티의 전략 재정리는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용 구조는 최신 실적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보다 개선되는 흐름이 나오고 있으며, 수익성도 과거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더 들 수 있으나 구조조정이 완성되는 시점에는 오히려 영업 레버리지가 빠르게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됩니다.


카카오의 핵심은 결국 택시, 페이, 선물하기, 광고, 구독, 콘텐츠, 게임 같은 사업군이 얼마나 단단하게 재편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광고·커머스 기능은 이번에야말로 재정비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의 카카오는 예전처럼 큰 격변을 기대하면서 사업을 벌이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강점을 제대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광고는 기존에도 높은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타깃팅과 데이터 기반 효율성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는 광고 플랫폼을 한 번 더 개편하면서 보다 정교한 성과형 광고 서비스로 고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메신저 기반 광고는 사용자가 이탈하지 않는 플랫폼에서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구조만 제대로 잡히면 시장은 다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입니다. 증권 계좌 개설 수 증가, 간편 결제 시장 확대, 금융 서비스 전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카카오페이의 약점은 금융사업 특유의 규제와 보수적인 마진 구조 때문에 성장이 즉각적으로 이익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증권사들이 지급결제 기반 플랫폼 확장에 성공한 사례를 보면 카카오페이가 향후 보험·투자·대출 플랫폼으로 조금씩 확장하며 안정적인 수익원을 만들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시장에서 아직 명확한 확신을 주지 못한 상태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오히려 가장 싸게 접근할 수 있는 구간일 수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규제 이슈와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여전히 한국 모빌리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 정책 변화와 택시 공급 재편 흐름이 카카오모빌리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공급자와 플랫폼 간 갈등이 완화되고 있고, 주요 택시 플랫폼이 가격 모델을 새롭게 조정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는 과거보다 더 정교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모빌리티가 단순한 택시 호출 서비스가 아니라 교통 데이터, 지도, 길찾기, 광고, 포인트, 결제를 묶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점입니다. 카카오가 이 가치사슬을 얼마나 잘 묶어내느냐가 향후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장기적으로 여전히 잠재력이 있습니다. 국내 게임 기업 중 플랫폼 기반 유입과 마케팅 효율을 가장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바로 카카오게임즈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대작 게임 라인업이 다소 약해졌고 개발 파이프라인이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시장은 이미 이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해 놓았습니다. 이런 시기에 개발 파이프라인을 다시 정리하고 IP 전략을 강화한다면 지금과 같은 저평가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계속 주목받고 있고 특히 PC·콘솔·모바일을 아우르는 크로스 플랫폼 전략이 강화되는 만큼, 카카오게임즈가 다시 반등하기 위한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의 가장 중요한 미래 성장축입니다. IP, 웹툰, 드라마, 음악, 소속 아티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한 이 조직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핵심 기업 중 하나입니다. 한동안 비용 구조가 과도하게 부풀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었지만 최근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 효율화를 진행하고, 투자 조직을 다시 정비하며, 제작·운영·매니지먼트의 균형을 다시 잡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 상장 이슈도 아직 남아 있으며,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과의 협업도 이어지고 있어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시장이 실망한 이유는 비용이 구조적으로 커졌다는 점 때문인데, IF 원가 구조가 정상화되기 시작하면 오히려 가장 먼저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는 사업부가 바로 카카오엔터입니다.


AI 사업은 카카오가 한동안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최근 상당 부분 방향성이 조정된 상태입니다. 카카오는 거대한 AI 모델 경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서비스 중심의 AI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히려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와 초거대 AI 경쟁을 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국내 서비스 기반에서 AI를 접목하는 쪽이 효율 측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멜론, 카카오맵, 카카오T 같은 서비스에 AI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이 향후 카카오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카카오의 주가는 전성기 대비 크게 낮아져 있지만, 이는 단순 악재 때문이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쌓였던 구조적 비효율과 불확실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구조조정은 시장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핵심 사업의 재정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비용 구조가 정상화되고 있으며, 카카오톡 기반의 광고·커머스 중심 수익화 전략이 다시 강화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물론 이 변화가 완전히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주가는 항상 실적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시장이 가장 비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가격을 제공하는 순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카카오를 한 번 더 새롭게 바라볼 타이밍이 도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