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중심에는 두 가지 흐름이 공존합니다. 하나는 거대한 모델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의 진화이고, 또 하나는 그 모델이 학습할 ‘데이터’를 관리하고 해석하는 기술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전자에 집중하지만, 진짜 부의 기회는 후자에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입니다. 단순히 AI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AI를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팔란티어는 지금의 AI 버블 속에서도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회사로 꼽힙니다.


팔란티어는 2003년 피터 틸, 네이선 게팅스, 조 루엔스데일, 스티븐 코헨, 알렉스 카프가 공동 설립했습니다. 초기 목표는 테러리즘 대응을 위한 정보 분석이었습니다. CIA의 투자기관인 In-Q-Tel의 초기 자금을 받아 정부기관용 데이터 분석 플랫폼 ‘고담(Gotham)’을 만들었고, 이후 미국 정부, 국방부, FBI, CIA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왔습니다. 당시 팔란티어의 미션은 명확했습니다. “정보는 많은데, 의미를 읽어내는 사람이 없다.”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연결하고, 그 안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기술을 만든 것이죠.


초기 팔란티어는 정부기관의 눈과 귀 역할을 했습니다. 여러 출처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숨은 관계를 찾아내며,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돕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진짜 전환점은 민간 시장 진출이었습니다. 2016년부터 팔란티어는 기업용 솔루션 ‘파운드리(Foundry)’를 내놓으며,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B2B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 제조 등 다양한 산업군이 팔란티어의 고객이 되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BP, Airbus, Merck, Hyundai Heavy Industries 같은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팔란티어의 비즈니스 모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데이터를 연결해 의미를 만든다’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모으지만, 대부분은 사일로(silo) 형태로 분리돼 있어 활용이 어렵습니다. 팔란티어는 이런 데이터를 연결하고, 하나의 네트워크로 만들어 의사결정 가능한 형태로 바꿉니다. 단순히 저장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 간의 ‘맥락’을 보여주는 거죠. 예를 들어 제조기업이 부품 조달, 생산, 물류, 판매 데이터를 각각의 시스템에 따로 보관하고 있다면, 팔란티어는 이 모든 정보를 통합해 전체 생산체인의 병목을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효율화를 넘어서, AI가 작동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로도 기능합니다. AI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깨끗하고 구조화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그 단계에서 막힙니다. 팔란티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입니다. 쉽게 말해, 챗GPT나 코파일럿이 자동차라면, 팔란티어는 그 자동차가 달릴 도로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AI 시대의 진정한 인프라 플레이어인 셈이죠.


팔란티어의 강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데이터 해석력입니다. 팔란티어의 기술은 데이터를 단순히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의 의사결정 과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둘째, 보안과 신뢰성입니다. CIA, 미 국방부 등과 20년 가까이 협업하며 축적한 보안 기술은 어느 민간 기업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셋째, 모델에 대한 독립성**입니다. 팔란티어는 자체적으로 대규모 언어모델을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AWS 등 다양한 모델과 호환되게 설계돼 있어 ‘AI 플랫폼의 플랫폼’으로 작동합니다.


이런 기술적 강점은 숫자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팔란티어는 2023년 1분기부터 2024년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2024년 기준 약 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습니다. 그중 미국 정부 부문 매출은 여전히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지만, 민간 매출이 전체의 45%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비즈니스 구조가 훨씬 건강해졌습니다. 영업이익률은 30%에 육박하며, 생성형 AI 열풍 속에서도 ‘실질적 수익’을 내는 드문 AI 기업으로 자리했습니다.


특히 팔란티어의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는 회사 성장의 새로운 동력입니다. AIP는 기업이 내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AI 모델을 쉽게 구축하도록 돕는 솔루션으로, 2023년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 공군, 제약사, 보험사, 은행 등 다양한 기관이 도입했고, 팔란티어는 이를 통해 AI를 일종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상품화했습니다. 즉, 기업이 AI를 직접 만들 필요 없이 팔란티어 플랫폼 위에서 ‘AI 도구’를 구축해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팔란티어의 주가는 한때 변동성이 컸습니다. 2021년 초에는 40달러를 넘었다가, 금리 인상과 기술주 조정으로 6달러대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이후 AI 수요 확대와 함께 다시 반등해 20달러대를 회복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AI 열풍이 지나도 이 기업의 주가는 ‘실적 기반’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기적인 과열보다는 장기적 구조 변화에 투자자들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죠.


팔란티어는 단순히 기술 기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산업 전환의 중심에 있는 기업입니다. 미 국방부는 팔란티어를 통해 실시간 전투 데이터, 정찰 영상, 드론 정보, 병참 데이터 등을 통합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팔란티어의 시스템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시간 병력 이동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데이터가 전쟁의 결과를 바꾼다”는 새로운 국방 패러다임을 보여줍니다. 민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너지 기업은 팔란티어를 통해 공급망 병목을 예측하고, 제약사는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신약 후보를 빠르게 선별합니다.


이런 사업 구조 덕분에 팔란티어는 경기 둔화에도 상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입니다. 정부 계약은 장기적이고, 민간 기업들은 효율성 향상을 위해 AI 솔루션 도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팔란티어의 매출은 경기순환보다 기술 채택 속도에 더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일본, 한국 등 해외 정부 기관과의 계약도 늘고 있어 글로벌 성장 여력도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팔란티어의 미래 성장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첫째, AI 인프라 시장의 폭발적 성장입니다. AI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 플랫폼 수요가 함께 커집니다. 둘째, 공공에서 민간으로의 확장입니다. 이미 정부기관에서는 검증을 마쳤고, 민간 영역으로 빠르게 확대 중입니다. 셋째, AI 표준화의 허브 역할입니다. 여러 AI 모델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잡는다면, 팔란티어는 ‘AI 운영체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여전히 매출의 상당 부분이 미국 정부에 의존하고 있고, 고평가 논란도 있습니다. 시가총액 대비 매출 비율이 높아 PER 기준으로는 여전히 비싼 편입니다. 또한 데이터 보안 문제나 규제 이슈가 향후 사업 확장에 제약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 불안 요인보다 중요한 것은 팔란티어가 이미 ‘AI 시대의 데이터 해석 표준’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기술 트렌드가 바뀌더라도, 데이터 인프라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결국 팔란티어는 AI 생태계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입니다. 챗GPT나 미드저니 같은 화려한 모델이 세상의 주목을 받을 때, 그 뒤에서는 팔란티어가 데이터를 정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생성형 AI가 세상을 바꾼다고 하지만, 실은 데이터를 읽고 연결하는 기술이 세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팔란티어는 바로 그 조용한 조력자이자, 데이터 시대의 운영체제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팔란티어는 단기 매매용 종목이 아닙니다. 대신 장기적으로 데이터를 자산화하는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AI 인프라 테마의 핵심 종목’입니다. 앞으로 10년간 AI 기술의 파급력이 커질수록, 그 기초 인프라인 데이터 플랫폼의 가치도 함께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팔란티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거품이 꺼진 뒤에도 남는 기업은 결국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 수익을 내는 곳입니다. 팔란티어는 그 기준을 충족하는 몇 안 되는 기업입니다. 인류가 데이터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한, 팔란티어의 시장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진짜 부자는 AI를 만든 사람이 아니라, AI가 다루는 데이터를 이해하고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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