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동아일보
“어떤 무기든 사람이 타고 있으면 표적이 됩니다. 방산업계가 무인화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10일 경기 성남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판교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만난 최경석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무인복합센터 기반기술팀장은 최근 방산업계가 인공지능(AI)과 무인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무인지상차량(UGV) 활약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음
이 회사는 최근 궤도형 무인차량 ‘테미스-K’를 공개하는 등 2028년까지 무인차 6종류를 개발할 계획
군인이 사라지는 전장, AI가 온다
한국이 AI 기반의 무인 무기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이유가 있음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국군 인원은 작전계획 수행의 ‘마지노선’인 50만 명보다 5만 명 적은 45만 명
사단급 이상 부대는 59곳에서 42곳으로 줄었음
다음 달에도 육군 제28보병사단이 해체됨
2040년이 되면 국군 병력이 최소 27만 명, 많아도 35만 명 수준으로 축소
AI와 무인 무기는 줄어드는 병력을 대신할 수 있는 ‘미래의 군인’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 등의 실전 능력이 입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군인들이 무인 무기에 의해 희생되는 ‘전장의 민낯’이 확산되면서 병력 감소 우려가 적은 국가들까지 AI 기반 무인화 무기 체계를 속속 도입
한국은 방산기업들의 R&D에 가속도가 붙으며 AI 및 무인화 기술의 자립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음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국방력은 2024년 기준 지상 무인 세계 5위, 공중 무인 8위로 평가
이 때문에 한국 무기가 2020년대 들어 동유럽과 동남아, 중동 등에 수출되면서 생긴 ‘록인 효과’(한 번 구입한 무기 시스템을 계속 도입하려는 경향)가 AI와 로봇 분야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옴
AI기반 무인화 나선 K방산
실제 국군의 다양한 영역에서 AI와 로봇이 도입되고 있음
지난해 일부 부대에 시범 도입된 현대로템의 작전용 다족보행 로봇개에는 AI가 탑재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거나 인간의 수신호를 알아보고 포복·전진하는 등 ‘협동’ 기능을 갖췄음. 현재는 정찰 등에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향후 공격이나 부상병 수색 기능이 추가될 예정
사람이 조종하던 드론은 스스로 적군을 구별하는 수준
한화가 개발 중인 ‘천무 3.0’은 K방산의 대표 수출품인 천무에 자폭 드론을 결합한 AI 기반 미사일
드론이 80km 정도 거리를 미사일에 실려 날아가 분리된 후 스스로 적군을 식별해 타격
이 회사는 자주포 K9의 차세대 모델인 ‘K9A3’를 완전 무인화할 예정
공군 현대화의 핵심도 무인화에 있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무인기가 시속 200km로 자율비행을 하고 위협 회피와 전투 결정까지 하는 AI 파일럿 기술 ‘카일럿’을 개발 중
대한항공도 스텔스 저피탐 무인편대기(LOWUS)를 개발하고 있음
김호성 국립창원대 첨단방위공학과정 교수는 “현재 재래식 무기 중심인 방산 수출 구조를 AI 등 첨단 무기 중심으로 재편하고 반도체, 엔진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이뤄야 ‘방위산업 4대 강국’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음
K방산, 군넘어 민간시장까지 전선 확대
{10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헬기동에서는 헬기 2대가 출고 전 마지막 점검을 받고 있었다. 이날 점검 중인 헬기들은 경남·강원경찰항공대로 향할 올해 마지막 납품분으로, 인도되면 경찰 보유 수리온은 총 14대로 늘어난다. KAI가 지금까지 경찰 산림청 소방청 등 관용으로 납품 계약을 맺은 수리온은 총 39대에 이른다.}
헬기동 바로 옆에 자리 잡은 회전익동은 길이 155m, 너비 140m 규모로 헬기 조립이 이뤄지는 공간
2012년 군용 헬기 수리온이 첫선을 보인 이후 민간 시장까지 수요가 늘면서 2019년 생산 시설을 확충한 것. 지난해 12월에는 이라크에 1358억 원 규모로 2대를 수출하며 해외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도 했음
수리온의 민간 시장 확장을 뒷받침한 건 기술 자립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KAI는 헬기 제작의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며 약 65% 국산화율을 달성
기어박스(동력전달장치), 자동비행 컨트롤 시스템(AFCS)과 함께 헬기 기술의 3대 핵심으로 꼽히는 블레이드(날개) 자체 개발에 성공
2006∼2009년 프랑스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와 수리온을 공동 개발할 당시, 에어버스 측은 블레이드 기술 이전을 경계
헬기를 하늘에 띄우는 블레이드는 탄소섬유 등 첨단 복합재료로 제작돼 고난도 기술이 필요
백승철 KAI 헬기체계해석팀 수석연구원 등 10여 명의 개발진은 블레이드를 100개 단면으로 잘라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역설계’에 나섰음
“헬기 핵심 기술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겠다는 일념으로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게 백 수석연구원의 회고
KAI는 이제 기어박스 등 헬기 동력전달체계 국산화를 추진
2030년대 초까지 독자 개발해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이은 세계 6번째 관련 기술 보유국이 되겠다는 목표
박연수 KAI 동력전달시스템실 전무는 “완전한 기술 독립을 이루겠다”고 말했음
진화하는 K무인체계, 항공 엔진 개발까지
수리온이 하늘을 개척했다면, 땅과 바다에서는 무인체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있음
현대로템은 4세대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기반으로 화재 진압에 특화한 무인 소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데, 소방청에서 이달부터 현장 배치를 준비하고 있음
LIG넥스원의 ‘해검(Sea Sword)’ 무인수상정은 2015년부터 독자 기술을 축적해 2024년 12월 방위사업청과 399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
2027년까지 정찰용 무인수상정 2척을 납품할 예정으로, 해양 환경 모니터링, 해양 구조 등 다양한 민수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주목받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기술의 ‘정점’으로 불리는 항공 엔진 개발에 도전하고 있음
정부는 2027년부터 14년간 3조3500억 원을 투입해 2만4000파운드급 첨단 항공 엔진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할 계획
현재 무인기용 터보샤프트·터보팬 엔진을 개발 중인데 개발에 성공하면 100조 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됨
이처럼 방산 기술 자립이 민간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한국은 ‘무기 수출국’을 넘어 ‘방산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음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기술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주도적인 방위산업 육성이나 수출이 불가능하다”며 “인공지능(AI), 드론 같은 첨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
<시사점>
K-방산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전투기·자주포·함정과 같은 전통적 플랫폼 위에 AI 기반 자율운용, 무인 전투체계, 통합 센서·지휘 네트워크를 결합한 이른바 ‘퓨처테크 방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장비 수출을 넘어 운용·훈련·정비까지 포괄하는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며, 해외 고객과의 장기 관계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수출 사례는 과거와 차원이 다릅니다. 전투기 한 대를 수출하면 시뮬레이터·임무훈련체계·MRO(유지보수) 패키지까지 함께 따라붙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는데, 이는 국산 무기체계가 단발성 판매가 아닌 지속 가능한 운용 플랫폼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방위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폭과 지속성도 과거보다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AI는 K-방산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자율비행 무인기, 동반전투(Loyal Wingman) 개념, 전장정보를 실시간 통합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전투관리체계는 이미 시제품과 시험 운용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무인 지상차량, 로봇 플랫폼, 경계·정찰 드론은 군 전력뿐 아니라 소방·재난대응·해양구조·산업현장 자동화 등 민간 시장으로의 파급력도 큽니다. 이는 방산기술의 민군 겸용(dual-use) 확장을 통해 산업 기반을 넓히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장의 문이 열렸다고 해서 과제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AI 기술의 지속적 확보입니다. AI 기반 무기체계의 성능은 알고리즘 못지않게 고성능 반도체, 센서, 통신 네트워크에 좌우됩니다.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관련 핵심 부품·소프트웨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기술 경쟁력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미국·유럽·중국 간의 방산·AI 기술 통제 강화 역시 한국 수출 전략에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표준화된 전장 데이터 생태계가 아직 완비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AI 무기체계는 방대한 전투훈련·센서·작전 데이터를 학습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를 수집·공유·활용하기 위한 군-기업-연구기관 간의 클라우드·보안·공유 체계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전장 AI는 경험을 먹고 자라며, 표준화된 데이터 생태계 없이는 진전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속도와 안전의 균형 문제입니다. 무인·AI 무기체계는 오작동이나 오판시 전장에서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국제법과 윤리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기술 진보와 규범 정립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군·산업계가 함께 가야 할 길은 아직 길고 멉니다.
지금의 K-방산은 분명 기회 요인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기술 경쟁력, 실전 운용 경험, 신흥 수출시장 개척, 국제 협력 확대 모두가 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AI·데이터·반도체·전장 통합이라는 다음 단계의 경쟁은 국가 차원의 전략 없이는 결코 완성될 수 없습니다. K-방산이 진정한 ‘퓨처테크 전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AI·센서·반도체 국산화 로드맵, 군-기업 데이터 공유 생태계 구축, 민군 겸용 기술 촉진을 위한 규제·조달 개혁 등을 명확히 추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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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0/0003673465?date=20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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