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또다시 예산 협상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셧다운 위기는 과거와 달리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2025년 10월,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연방정부의 일부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되었고, 공공부문에서 근무하는 약 90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휴직 상태에 놓였습니다. 정부가 임시 예산안도 통과시키지 못하자 각 부처는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되었고, 국립공원 폐쇄, 일부 항공 교통 관리 지연, 행정 서비스 중단 등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갈등이 아닙니다. 셧다운은 곧 ‘재정정책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사건이며, 국가의 경제운용 능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습니다. 이번 교착의 본질은 민주당 내부의 진보파와 중도파의 대립에 있습니다. 진보파는 복지·교육·의료 확대를 주장하며 대규모 재정 지출을 요구한 반면, 중도파는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긴축적 접근을 주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내부 합의가 깨지며, 예산안이 상하원 모두에서 교착됐습니다. 즉, 정부 운영의 중단이 당의 분열에서 비롯된 셈입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정부가 멈춘다는 것은 ‘경제의 한 축이 멈춘다’는 뜻입니다. 연방정부의 월간 지출 규모는 약 5,000억 달러로, 이는 미국 GDP의 약 20%에 해당하는 비중입니다. 이러한 거대한 자금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 공공부문 근로자의 임금이 멈추고, 정부 계약업체가 대금을 받지 못하며, 공공 프로젝트가 지연됩니다. 소비는 줄고, 지역경제의 상권은 침체됩니다. 실제로 2018~2019년 35일간 이어진 셧다운 때 미국 GDP는 약 110억 달러 줄었으며, 실질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단기적 충격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정부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면서 인프라 투자, 방위산업, 연구개발(R&D) 예산이 묶였고, 일부 공공사업 계약이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특히 중소 하청업체들은 현금흐름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연방정부는 평균적으로 하루 30억 달러의 계약금을 지급하는데, 이 지출이 중단되면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연방기관과 협력하는 기업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방·인프라 관련 종목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치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으로 곧바로 번집니다. 시장은 셧다운의 직접적 비용보다 ‘불확실성’ 자체를 더 크게 반영합니다. 단기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었습니다. 불안정한 재정 상황은 국채 투자자들에게 신용리스크로 인식되며, 미국채 금리에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이번에도 3개월물 국채금리가 단기간에 40bp 상승했고, 장기 금리는 약 10bp 이상 상승했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2주 만에 1.5% 하락하며 시장의 심리를 반영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정부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셧다운은 또한 연준(Fed)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을 줍니다.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둔화 리스크가 커지면, 연준은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가 걱정되고, 유지하자니 경기침체가 걱정되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실제로 과거 셧다운 기간에는 연준이 정책 결정을 지연하거나 ‘데이터 블라인드’ 상태에서 불확실한 통화정책을 운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연준이 고용·소비 통계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금리 결정 과정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정부 지출과 밀접한 업종들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인프라, 방위산업, 공공서비스, 기술 연구개발 등은 정부 예산의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셧다운 기간에는 신규 발주나 프로젝트 지연이 불가피합니다.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만 등 국방 관련주는 단기 조정 국면에 있고, 정부 연구자금에 의존하는 IT·AI 스타트업들도 자금 흐름이 멈췄습니다. 동시에 공무원 임금이 정체되면서 소비심리가 냉각되어, 월마트·타깃 같은 유통주나 여행·레저 관련주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반면 귀금속과 에너지 섹터는 상대적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금 가격은 온스당 2,400달러를 돌파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달러 약세에 따라 유가도 배럴당 92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에너지 기업 엑슨모빌과 셰브론은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반도체 수출 기업들은 달러 약세 수혜로 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변화는 정부 셧다운이 인공지능(AI) 산업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이던 AI 연구 및 데이터 인프라 투자 예산이 일시 중단되면서 공공 연구 프로젝트가 멈췄습니다. 그러나 이 공백은 민간 기술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해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정부가 공백을 메우는 동안 AI 산업의 중심축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완전히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마비가 민간의 성장 기회를 만들어주는 셈입니다.


셧다운의 파장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도 확산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이자 기축통화국으로, 미국 정부의 신용도는 곧 글로벌 금융의 신뢰 기반입니다.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은 달러자산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하게 됩니다. 이는 달러 약세와 미국채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지고, 달러 강세 변동성이 확대되면 외환시장 불안이 커집니다. 또한 글로벌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미국 소비 둔화의 영향을 직접 받습니다. 미국 정부지출이 감소하면 수입 수요가 줄고, 이는 아시아 수출국에 직격탄을 날립니다. 한국, 대만, 베트남 등 IT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단기적으로 수출 감소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산 재배분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달러의 불안정성이 커지면 일부 자금은 금, 유로화, 엔화, 그리고 스위스 프랑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합니다. 동시에 미국 주식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글로벌 자금이 유럽·아시아 증시로 분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과 유럽의 안정적 금리 환경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비춰지면서, ‘포트폴리오 회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이번 셧다운이 글로벌 금융 질서에서 미국 자산의 절대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셧다운이 반복된다면 미국의 재정 신뢰도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입니다. 국가부채는 이미 35조 달러를 넘어섰고, 이자비용만 연간 1조 달러에 이릅니다. 지금의 구조는 ‘빚으로 이자를 갚는’ 수준까지 와 있습니다. 만약 정치적 내분으로 재정정책이 지속적으로 불안정해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채의 프리미엄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향 조정되거나, 달러가 장기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단순한 환율 변동을 넘어, 세계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결국 이번 셧다운 사태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입니다. 세계는 미국을 신뢰하기 때문에 달러를 쓰고, 미국채를 사고, 뉴욕을 금융의 중심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수차례 마비되고, 여당 내부 갈등으로 예산조차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미국이 오랫동안 쌓아온 ‘제도적 신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도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언제나 회복의 타이밍을 찾습니다. 셧다운이 해소되는 순간, 정부 지출이 재개되고 단기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납니다. 특히 인프라, 국방, 공공서비스 산업은 다시 활력을 얻고, 소비심리도 회복됩니다. 이런 시점에는 “정치 리스크 해소 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위기 속에서 불확실성을 회피하기보다, 위기가 끝나는 시점을 예측하는 통찰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정치가 불안할수록 시장은 더욱 냉정하게 움직이며,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찾아옵니다.


셧다운은 끝나더라도 그 여운은 길게 남습니다. 이번 사건은 세계 경제가 얼마나 미국 정치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미국이 흔들리면 세계가 요동치고, 달러가 변하면 모든 통화가 움직입니다. 세계는 여전히 워싱턴의 결정에 따라 방향을 바꾸지만, 동시에 미국의 정치적 피로가 글로벌 신뢰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가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때, 시장은 결국 냉정한 수학으로 돌아갑니다. 셧다운의 교훈은 단순합니다. ‘세계 경제는 미국의 정치 리스크를 견딜 만큼 단단하지 않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는 단순한 미국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이 공유해야 할 시스템적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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