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신사가 스포츠웨어 시장에 본격 진입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무신사 스탠다드 스포츠’는 단순히 제품군을 확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무신사가 향후 어떤 브랜드로 진화할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내 패션업계는 이번 행보를 “무신사가 단순한 온라인 플랫폼을 넘어 브랜드 중심 비즈니스로 본격 전환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2024년 기준 매출 약 **1조 2,800억 원**, 영업이익 **54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이 약 16% 성장했습니다. 거래액(GMV)은 약 **3조 원**에 달하며, 국내 패션 플랫폼 중 독보적 1위 자리를 굳혔습니다. 이러한 실적의 중심에는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가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4년 한 해 동안 매출이 전년 대비 35% 이상 성장해 약 **6,700억 원**에 이르렀으며, 이는 무신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단순한 PB 브랜드를 넘어,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제 ‘무신사 비즈니스의 심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무신사 스탠다드 스포츠’는 이러한 핵심 브랜드의 확장판입니다. 스포츠웨어 시장은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운동이 곧 일상’이라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애슬레저(athleisure)가 패션산업의 새로운 중심이 되었습니다. 글로벌 스포츠·애슬레저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570조 원**, 연평균 성장률은 8~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내 시장 역시 약 **5조 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 중이며, 특히 젊은 세대의 운동 인구 증가가 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스포츠는 ‘기능성과 스타일의 조화’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습니다. 러닝, 필라테스, 요가, 헬스 등 다양한 활동에 맞는 윈드브레이커, 기능성 티셔츠, 쇼츠, 트레이닝 팬츠 등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흡습속건, 통기성, 신축성 등 스포츠 활동에 필수적인 기능성 소재를 적극 도입하면서도, 무신사 특유의 미니멀한 디자인을 유지해 ‘운동복 같지 않은 운동복’이라는 콘셉트를 구현했습니다. 로고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심플함을 강조했으며, ‘매일 입을 수 있는 퍼포먼스 웨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무신사가 이처럼 스포츠 라인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단순히 신규 매출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중심 비즈니스’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에 있습니다. 패션 플랫폼 시장이 이미 포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수수료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뚜렷해졌습니다. 브랜드들이 자체몰(D2C)을 강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들이 직접 고객과 소통하는 추세 속에서 무신사는 플랫폼이라는 중간자적 위치를 넘어서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7년 런칭된 무신사 스탠다드를 통해 생산, 유통, 마케팅 전 과정을 내부화하며 높은 수익성과 브랜드 충성도를 동시에 확보한 것입니다. 이번 스포츠 라인 확장은 바로 그 성공 모델을 한 단계 확장한 사례입니다.
국내 스포츠·애슬레저 시장의 구도 또한 무신사에게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현재 국내 애슬레저 시장의 양강은 **젝시믹스**와 **안다르**입니다. 젝시믹스는 2024년 기준 매출 약 **2,800억 원**, 영업이익 220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가복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러닝·테니스·골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여성 소비자뿐 아니라 남성 라인까지 빠르게 확대 중입니다. 안다르는 2024년 매출 약 **1,600억 원** 수준으로, 제품 다각화와 프리미엄 라인 강화를 통해 브랜드 리뉴얼에 성공했습니다. 두 브랜드 모두 프리미엄 애슬레저를 지향하며,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가 프리미엄 여성 중심으로 포지셔닝되어 있는 반면, 무신사 스탠다드 스포츠는 **남녀공용, 합리적 가격대, 일상형 운동복**이라는 틈새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기능성 웨어’, ‘운동 초보자도 부담 없는 스타터 웨어’라는 접근은 지금까지의 애슬레저 브랜드들과 차별화됩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 대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가격 접근성을 확보한 점이 무신사만의 강점입니다. 자체 생산 인프라와 대규모 원단 수급망을 바탕으로 원가를 낮춘 덕분에, 소비자에게는 “가성비가 좋은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합니다.
마케팅 전략에서도 무신사의 강점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무신사는 이미 월간 방문자 수 500만 명, 회원 1,2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입니다. 이번 스포츠 라인 역시 별도의 대형 광고보다는, 무신사 내 검색·추천·커뮤니티 콘텐츠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운동복을 찾다가 무신사 스탠다드 스포츠를 만나게 되는” 자연스러운 구매 경로를 구축한 것입니다.
또한 SNS에서는 인플루언서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리얼 피트 챌린지(Real Fit Challenge)’ 캠페인을 통해 착용감과 활용도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광고보다 실제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운동을 막 시작한 20대 직장인’, ‘주말마다 러닝을 즐기는 30대 부부’ 등 다양한 소비자군을 등장시켜, 무신사 스탠다드 스포츠가 특정 세그먼트가 아닌 ‘모든 일상 속 운동복’임을 강조합니다.
오프라인 전략 또한 강화되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2024년 기준 홍대, 더현대서울, 롯데월드몰 등 주요 상권에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 중이며, 일부 매장에서는 스포츠 라인 전용 공간을 별도로 구성했습니다. 러닝 머신, 요가 매트, 스트레칭 존 등을 배치해 실제 착용감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입니다. 운동복은 체험이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패션업계는 이번 런칭을 “한국형 룰루레몬 모델의 탄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룰루레몬이 요가복으로 출발해 운동·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한 것처럼, 무신사 역시 온라인 중심의 브랜드로 출발해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신사는 방대한 데이터와 콘텐츠 운영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소비자 피드백을 신속하게 제품 기획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브랜드보다 민첩합니다.
물론 도전 과제도 존재합니다. 이미 애슬레저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며, 글로벌 브랜드의 브랜드력과 기술력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또한 무신사 스탠다드가 기존에 ‘가성비 베이식 캐주얼’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었던 만큼, ‘퍼포먼스 웨어 전문 브랜드’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무신사는 스포츠 전문가와 협업해 피팅 데이터 기반의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러닝 클럽·요가 스튜디오 등 운동 커뮤니티와의 협업 마케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무신사가 스포츠웨어 시장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장 한계를 넘어, 브랜드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스포츠는 그 중심에서 패션과 기능, 온라인과 오프라인, 국내와 해외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매출 확대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제고가 목표입니다.
향후 무신사는 러닝화, 골프웨어, 아웃도어 웨어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일본·동남아 시장에서 무신사 플랫폼의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으며, 스포츠웨어는 언어와 문화 장벽이 낮은 글로벌 공통 카테고리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무신사 스탠다드 스포츠’의 런칭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무신사가 패션 생태계를 ‘브랜드 중심 구조’로 재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무신사가 내세운 슬로건, “운동할 때도, 일상에서도 무신사 스탠다드로 충분하다”는 문장은 그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문장 속에는 무신사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패션 패러다임—브랜드가 곧 플랫폼이 되는 시대—의 청사진이 담겨 있습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