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통 산업의 상징이라 불리는 이마트는 오랫동안 ‘국민 마트’라는 이미지를 지켜왔지만, 최근 몇 년간 그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 소비 행태의 변화, 인건비·임대료·물류비 상승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오프라인 중심 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마트는 여전히 국내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구조개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마트의 행보는 단순히 ‘마트의 위기’가 아니라, ‘유통의 재정의’라고 부를 만한 변곡점 위에 서 있습니다.


이마트의 최근 실적은 이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약 7조 2천억 원, 영업이익은 1,593억 원으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거의 정체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238%나 급증했습니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매출 4조 6천억 원, 영업이익 1,333억 원으로 각각 10%대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매출을 늘린 결과가 아니라, 비용구조를 효율화하고 구매력을 통합해 얻은 결과입니다. 같은 해 2분기에도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는 등 구조개선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29조 원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형은 다소 정체되어 있지만 수익성은 분명히 회복세에 있습니다.


이마트의 수익성 회복에는 몇 가지 전략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용 구조 개선’입니다. 이마트는 계열 유통 브랜드인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점), 이마트24(편의점)와의 구매망을 통합해 원가 절감을 이루고, 본사 차원에서 물류·공급 체계를 재정비했습니다.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고, 물류센터 운영 효율을 높였으며, 점포별 수익성을 세밀히 분석해 저수익 매장은 구조조정했습니다. 이러한 ‘내실 중심의 혁신’ 덕분에 이익률이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체험형·식품 중심 매장 리뉴얼’입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생필품을 구매하기보다 ‘경험’을 중시하게 되면서, 이마트는 대형 매장을 체험 중심의 공간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신선식품 코너 강화, 즉석조리 코너 확대, 와인·수입맥주 전문존 구성, 어린이 체험공간 및 푸드코트 업그레이드 등입니다. 기존의 대형마트가 ‘싸게 사는 곳’이었다면, 이제는 ‘즐겁게 쇼핑하는 곳’으로 정체성을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세 번째는 ‘Omni-Channel(옴니채널)’ 전략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보고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온라인에서 주문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픽업할 수 있습니다. 이마트는 계열사인 SSG닷컴과 협력해 당일배송, 새벽배송, 매장픽업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SSG닷컴이 지속적인 적자를 내고 있어 완전한 시너지가 실현된 단계는 아닙니다.


네 번째는 ‘자체 브랜드(PB) 강화’입니다. ‘노브랜드(No Brand)’로 대표되는 이마트의 PB전략은 이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소비자들은 동일 품질의 제품을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이마트는 높은 마진율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브랜드를 넘어 프리미엄 PB라인까지 확장하면서, 가격 중심에서 품질 중심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트가 처한 시장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자인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롯데는 백화점·마트·슈퍼·하이마트를 통합한 ‘롯데ON’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식품관 ‘롯데프레시마켓’을 통해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면 홈플러스는 ‘가격파괴형 마트’로 돌아가며 대형마트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싼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시기에 맞춰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강화하고, 물류창고형 매장으로의 전환도 진행 중입니다.


이마트는 두 경쟁사 사이에서 ‘프리미엄과 실용성의 균형’을 택한 모습입니다. 소비자에게는 신선식품 품질로 신뢰를 주고, 동시에 노브랜드 제품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제시합니다. 이는 중산층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외식 대신 집밥을 늘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신선식품 경쟁력은 대형마트 생존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전국 주요 점포의 식품코너를 리뉴얼하면서 ‘가정간편식(HMR)’과 ‘즉석조리식품’을 강화해 소비자의 장바구니를 붙잡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주목하는 또 다른 경쟁력은 물류 혁신입니다. 유통산업에서 물류는 곧 생명선입니다. 빠른 배송, 정확한 재고 관리, 안정적인 공급망이 모두 이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이마트는 자동화 물류센터 확대, 빅데이터 기반 수요예측, 지역 거점형 배송망 강화 등을 통해 물류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 패턴이 급변하는 시기에 데이터 기반 재고관리가 이루어지면, 매출 손실을 줄이고 비용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마트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여전히 ‘규모의 경제’입니다. 전국적인 점포망과 브랜드 신뢰도, 협상력을 갖춘 이마트는 공급단계에서부터 원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PB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이런 규모의 경제에서 나옵니다. 소비자는 여전히 이마트를 ‘믿고 살 수 있는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고, 이는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신뢰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크는 존재합니다. 매출 성장세 둔화는 가장 큰 고민입니다. 외형은 유지되지만 성장률이 0%대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점점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고, 대형마트 방문 빈도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물류비 부담은 고정비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는 한 이 문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또한 온라인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생태계로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SSG닷컴을 중심으로 맞불을 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두 자릿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온라인 충성도를 바꾸기 위해선 단순히 배송 속도를 높이는 것 이상의 ‘경험적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마트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단기적으로는 매출 회복보다 수익성 유지를 더 중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일점포 매출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구매력 통합과 물류 효율화가 실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Omni-Channel 완성도’가 핵심입니다. 소비자가 어떤 경로로 접근하든 동일한 구매경험을 제공하는 체계를 완성해야 합니다. 또한 ‘체험형 매장’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실제 고객 체류시간과 구매전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델로 정착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이마트는 전통적인 할인점에서 ‘미래형 유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신뢰와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온라인 플랫폼과 결합해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이죠.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이마트는 ‘마트의 부활’을 넘어서, 한국 유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반면, 변화 속도가 시장보다 느리다면 오프라인 유통의 상징이 ‘유통 공룡의 쇠락’이라는 씁쓸한 사례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이마트는 ‘위기의 정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점포를 혁신하며, 온라인과의 경계를 허무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다음 시대의 유통 리더로 재탄생하려 합니다. 롯데쇼핑이 고급화로, 홈플러스가 가격경쟁력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이마트는 ‘균형 잡힌 실용적 혁신’으로 응답하고 있습니다. 한국 유통산업의 판도가 다시 짜여지고 있는 지금, 이마트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단순한 기업의 성공 여부를 넘어 한국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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