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외식업계에서 이례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잘 알려진 투썸플레이스가 글로벌 치킨 브랜드 KFC코리아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카페 브랜드가 치킨 브랜드를 산다’는 뉴스 그 이상으로, 이번 행보는 투썸이 기존의 커피·디저트 중심 구조를 넘어 종합 외식 기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큽니다.
현재 투썸은 KFC코리아에 대한 실사를 모두 완료했고, 인수 금액은 약 2,000억~2,5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남은 것은 최대주주인 칼라일그룹의 최종 승인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된다면 투썸은 ‘카페’라는 한정된 프레임을 깨고, 외식 산업 전반에 걸친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는 셈입니다.
투썸플레이스의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그 배경이 분명해집니다. 2024년 기준 투썸의 매출은 약 5,200억 원, 영업이익은 326억 원에 달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경신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 이상 성장했습니다. 신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62%나 증가했고, 디지털 전환의 성과도 눈에 띕니다. 키오스크와 앱 주문 비중이 급격히 늘며 디지털 매출이 49% 상승했고, 브랜드 앱의 월평균 방문자 수도 15% 증가했습니다. 특히 ‘스초생(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과 ‘아박(아이스박스 케이크)’ 같은 시그니처 디저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투썸의 브랜드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국내 커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있으며, 스타벅스·이디야·메가커피 등 수많은 브랜드와의 경쟁이 극심합니다. 매장 수를 늘리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투썸은 성장의 돌파구를 외식업 전반에서 찾고 있는 것입니다. 즉, 커피와 디저트로는 한계가 있으니 ‘치킨’이라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 진출해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소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의 대상이 된 KFC코리아 역시 최근 몇 년간 체질 개선에 성공했습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KFC코리아의 매출은 1,678억 원, 영업이익은 93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4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동일점포 매출이 12.3% 늘었고, 고객 방문 수도 9.2% 증가했습니다. 이런 수치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이 전반적으로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입니다.
KFC는 최근 ‘켄치밥’ ‘업그레이비타워’ ‘런치킨박스’ 등 신메뉴를 잇따라 출시하며 메뉴 혁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전환에도 적극적입니다. 전용 앱 회원 수와 다운로드 수가 급증했고, 모바일 주문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덕분에 고객 재방문율이 향상되며 브랜드 충성도가 눈에 띄게 강화됐습니다. 2023년에는 매출 2,400억 원대, 영업이익 28억 원 수준이었는데, 1년 만에 실적을 세 배 이상 개선한 셈입니다.
이처럼 양사의 최근 흐름을 보면, 이번 인수는 단순한 시도 이상의 전략적 결합입니다. 투썸이 KFC를 인수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입니다. 커피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외식업 전반으로 확장함으로써 매출원을 다양화하려는 것입니다. 둘째,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고, 하루 세 끼 시장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점에서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제공합니다. 셋째, 시너지 창출입니다. 투썸이 가진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 물류 시스템, 디지털 인프라가 KFC의 외식 운영 경험과 결합되면 새로운 형태의 외식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투썸의 최대주주 칼라일그룹의 전략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칼라일은 투자 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볼트온 인수(Bolt-on Acquisition)’라는 방식을 자주 활용합니다. 이는 기존 사업과 연관된 회사를 추가로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으로, 이번 투썸-KFC 인수는 그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커피에서 치킨으로의 확장은 단순히 품목의 확대가 아니라, 소비자 접점과 시장 카테고리를 넓히는 움직임입니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인수 금액이 2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썸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카페 브랜드와 치킨 브랜드의 문화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투썸은 ‘도심형 프리미엄 카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KFC는 ‘대중적 패스트푸드’ 정체성이 강합니다. 두 브랜드의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인수 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또, 외식업 특성상 원재료비·인건비 상승, 소비심리 둔화 같은 구조적 리스크도 항상 존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인수를 통해 투썸이 새로운 시장 지형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투썸은 이미 디지털 플랫폼 기반을 강화하며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왔습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KFC의 오프라인 매장 운영, 프로모션, 회원 관리 등에 접목한다면, 단순히 치킨을 파는 브랜드가 아닌 ‘데이터 기반 외식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썸의 멤버십 앱을 통해 KFC 쿠폰을 발행하거나, 반대로 KFC 주문 고객에게 투썸 디저트를 추천하는 식의 크로스 마케팅도 가능합니다. 이는 단순한 인수 이상의 ‘생태계 결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인수는 외식업 전반에도 파급력을 미칠 전망입니다. 커피와 치킨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브랜드가 결합하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투썸이 KFC를 인수하면, 다른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미 매물로 거론되는 브랜드들, 예를 들어 버거킹코리아, 공차, 빕스 등의 향후 매각 가능성도 다시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인수는 투썸이 ‘커피 전문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외식 산업의 거대한 판을 새롭게 그리려는 시도입니다. KFC의 매출 성장과 브랜드 재도약 흐름을 흡수하면서, 투썸은 더욱 확장된 소비 접점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인수 이후의 실행력에 달려 있습니다. 통합 전략이 잘 작동하면 투썸은 한국 외식업계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브랜드 혼란과 비용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거래는 커피 한 잔이 치킨 한 마리로 이어지는 이색적인 뉴스로 시작했지만, 그 이면에는 외식업의 구조적 변화를 향한 기업의 도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투썸과 KFC가 그 도전의 첫 사례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일시적 실험으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실행에 달려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움직임이 한국 외식 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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