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음

  • ‘AI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 속에 기업들이 채권 발행이나 은행 대출 등 말 그대로 ‘빚을 내서라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양상

  • 시장에서는 빅테크가 AI에 쏟아붓는 투자금이 불과 3년 뒤 3조 달러(약 4318조 80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옴옴

  • 4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총 25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음

  • 유럽에서 65억 유로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회사채 175억 달러어치를 찍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

  • 앞서 9월 오라클이 총 18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메타(옛 페이스북) 역시 2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 절차에 돌입

  • 이들 업체 모두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부문 강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음

  •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AI 투자 확대를 위해 50억 달러에 달하는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음


  •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미 빅테크가 올해 발행한 회사채는 총 1800억 달러(약 259조 560억 원)로 같은 기간 미국 회사채 순공급량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집계

  • 단순 계산하면 모로코(약 1796억 달러), 튀니지(약 1862억 달러) 등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명목 기준 지난해)과 맞먹는 수준

  • 골드만삭스는 “올해는 AI 연계 회사채 발행의 기록적인 한 해(Banner year)”라면서 “데이터센터와 전력 등 인프라 수요가 앞으로 증가하는 만큼 AI 회사채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

  • 모건스탠리는 빅테크의 AI 관련 인프라 투자 규모가 2028년까지 약 3조 달러(약 4321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

  • 전문가들은 현금 보유량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 받는 빅테크가 채권 발행이나 대출의 힘을 빌리는 이유로 지금이 ‘AI 인프라 팽창기’라는 점을 꼽음

  • 경쟁사보다 빠른 속도로 AI 인프라를 구축해야 기술과 서비스 경쟁 등 다음 단계에서 승부를 볼 수 있어서임

  • “과잉 투자로 입는 손해보다 과소 투자로 AI 경쟁에서 밀리는 피해가 훨씬 클 것(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은 것

  • 이날도 오픈AI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380억 달러 규모로 7년 기간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계약 액수가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 달러에 달함

  • 오픈AI가 지난달 엔비디아와 맺은 AI 칩 공급계약은 총 1000억 달러에 달함

  • 일각에서는 빅테크가 발행하는 회사채 수익률이 국채보다 낫다며 호평을 보내는 투자자들의 ‘완판’ 행렬 역시 AI 투자 열풍을 떠받치는 요인이라는 진단

  • 단적으로 지난달 말 메타의 회사채 수요 예측에 발행 규모의 5배에 달하는 1250억 달러의 주문이 몰렸을 정도

  • 알파벳 회사채 50년 만기 상품의 경우 미 국채 50년물보다 수익률이 1%포인트 더 높음. 그만큼 시장의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의미

  • AI 투자가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일컬어졌던 제이슨 퍼먼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올 2분기 미국 GDP 성장률(3.8%)이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와 정보기술(IT) 투자에 의해 주도됐다고 짚었음

  • 그러면서 AI 투자가 없었다면 GDP 성장률은 0.1%에 그쳤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음. 미국 경제 매체 포춘은 시장조사 업체 르네상스매크로 리서치를 인용해 올해 AI 투자가 미국 GDP에 기여한 달러 가치가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자 지출을 넘어섰다고 보도했음

  • 다만 이 같은 투자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커지고 있음.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규모 차입 투자가 부실화할 경우 금융시장이 큰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고 짚었음

  • 경제의 실상이 과도한 AI 투자로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

  • 조사 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미국 전역의 감원 규모는 94만 6247명으로 집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무원 인력 삭감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를 제외해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이후 최대 규모

  • 미국 고용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경제는 AI 투자로 성장하는,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이 시작됐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힘

AI는 좋은 거품

  • 스리다르 라마스와미 스노플레이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울경제신문을 만나 “닷컴버블 당시 웹밴(Webvan)과 같은 온라인 배송 투자는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나쁜 거품’이었으나 광통신에 대한 ‘과잉 투자’는 구글과 같은 빅테크 성장에 기여한 ‘좋은 거품’이었다”며 이같이 밝혔음

  • 웹밴은 닷컴버블 당시 파산한 온라인 식료품 배달 업체

  • 그러면서 “현재 AI 투자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망 등 실제 가치를 지니고 가치를 창출하는 곳에서 이뤄진다”며 “AI 투자금 대부분이 부채인 것은 사실이지만 리스크를 감당하고 더 큰 수익을 노리는 똑똑한 이들의 투자”라고 강조


  • 이 자리에는 비제이 코투 서비스나우 최고분석책임자(CAO)와 토마스 보덴스키 TS이매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동석. 이들은 AI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기업이 지출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음

  • 라마스와미 CEO는 “과거 소비 지표 분석을 위해 몇 시간이 소요됐으나 AI 도입 이후에는 1분, 혹은 10초면 끝난다”고 말했음

  • 금융기관에 핀테크 플랫폼을 제공하는 TS이매진의 보덴스키 COO는 “자본시장에서 생명과 같은 속도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자동화가 필수”라며 “AI를 도입한 뒤에는 절대로 첫 응답에 10분이나 걸리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

  • 그는 “매년 10만 개의 e메일을 분류하는데 과거 2.5명의 정규직을 투입했으나 AI 도입 이후 3%의 비용만으로 처리 중”이라며 “해당 직무를 수행하던 이들은 재무 모델 분석, 제품 관리 등 더 의미 있는 일에 투입돼 경력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덧붙였음

  • 코투 CAO도 “과거 8시간이 소요되던 실적 발표 자료 작성이 2시간이면 충분하다”며 “절약된 노동력 6시간을 임금으로 환산하면 AI의 생산성 향상은 명확하다”고 말했음

  • 그는 AI가 갑자기 등장한 신기술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

  • 그는 “300년 전 로이드는 위험도를 데이터로 계산해 보험료를 정했고 개인적으로 20년 전부터 머신러닝을 연구해왔다”며 “기술 발전 역사는 단절이 아닌 연속적으로 이뤄지고 신기술이 내재되면 과거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고 주장

  • 서비스나우와 TS이매진은 스노플레이크의 주요 고객사

  • 스노플레이크는 4일(현지 시간) 오픈AI·앤스로픽·구글 등과 협력을 통해 제공하는 AI 에이전트 ‘스노플레이크 인텔리전스’를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출시한다고 밝혔음

  • 또 글로벌 2위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 SAP와 데이터 클라우드 통합도 발표

  •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인 스노플레이크가 AI 모델, ERP와 결합해 코딩 없이 명령만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생산성 혁명’을 제공하겠다는 것

  • 라마스와미 CEO는 “데이터는 가치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수행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공상 과학의 주제였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음

<시사점>

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아마존·메타 등 세계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총 3조달러에 달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습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되는 이 자금은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데이터센터, 전력설비 확충 등 AI 경제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데 투입될 예정입니다.

일각에서는 “AI 버블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지만, 이번 흐름은 단순한 거품으로 치부하기에는 산업적 기반이 확고하고, 실질적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습니다.

AI 혁명은 이미 특정 기술의 유행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을 재편하고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업의 생산성과 연구개발, 금융·헬스케어·물류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 인프라 없다면 AI 경제의 성장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는 결국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AI 기반 디지털 산업화’의 초석을 놓는 산업혁명이자 인류의 사회문화 혁명입니다.

물론 부정적 요인도 존재합니다. 단기간에 막대한 자금이 몰린다면 일부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질 것이고,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는 에너지 수급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AI 열풍에 편승한 과잉투자나 비효율적 경쟁은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거 닷컴버블 시기에서 보았듯이 당시 무분별한 자금 유입은 버블을 초래하고 이후 뼈아픈 조정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AI 투자 사이클은 과거의 닷컴버블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인프라 수준이 이미 충분히 성숙해 있으며, 클라우드 서비스·AI API·산업 자동화 등 구체적인 수익모델이 뚜렷합니다. 투자 주체 역시 단기 투기자본이 아닌, 장기 전략을 가진 글로벌 빅테크와 기관투자자들입니다. 말하자면 일시적 과열은 있을지언정 ‘생산적 거품(constructive bubble)’로 평가할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AI는 단기 이익을 위한 투기 대상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 생산 구조를 재편하는 기술 혁명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자하느냐’입니다. 정부와 기업은 전력 인프라, 반도체 공급망, 인재 양성 등 AI 시대의 기반 조건을 함께 조율해야 나가야 하겠습니다.

3조 달러의 자금이 만들어낼 결과는 현재에서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거대한 투자 흐름이 단순한 거품이 아닌, 미래 산업사회의 골격을 세우는 ‘좋은 거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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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1/0004551832?date=202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