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
두 정상은 70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음
미중 패권경쟁과 반중(反中) 정서 확산으로 최악으로 치닫던 한중관계 복원에 뜻을 모은 것
다만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추진에 대한 우려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르면서 한중 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옴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한(한중)은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고 강조
중국 매체 중국중앙(CC)TV는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전략적 소통 강화와 상호 이익 협력 심화, 국민감정 개선 등 민심 교류 증진, 다자 협력을 통한 평화 발전을 제안
11년 만에 국빈 방한한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을 방중 초청
시 주석은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2년 11월 정상회담에서도 전략적 소통 강화를 제안했으나 이후 한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고위급 정례 소통 등이 무산
이 대통령은 회담 후 페이스북에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회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다시 함께 나아가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고 밝혔음
한중 양국은 회담을 통해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고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염두에 둔 서비스, 무역 교류 협력 강화 등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이번 방문의 중요 성과는 중한(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재확인을 실현한 것”이라고 밝혔음
이날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방어적 성격의 전력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음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유의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음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도 온도차를 보였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고 밝혔음
이에 대해 “중국 측은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대한 협력 용의를 밝혔지만 대화 재개를 위해선 미-북 대화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했음
또 한한령(限韓令)과 서해 불법구조물,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등에 대해선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음
한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1일 ‘경주 선언’과 ‘인공지능(AI) 이니셔티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를 채택하고 폐막했음
한중 경협 5개년 계획 같이 짠다
이날 정상회담은 97분 동안 진행
한미 정상회담보다 10분 더 길었고 한일 정상회담(41분)의 두 배에 달했음
양국 정상은 70조 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과 한중 간 호혜적 협력을 추진해나가기 위한 장기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2026~2030년 경제 협력 공동 계획 등 총 6건의 양해각서(MOU)도 체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민생 분야의 실질적 성과물을 만들어가자는 데 양 정상이 공감했다”고 전했음
이를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에 속도를 높이고 고위급 정례 소통 채널도 가동하기로 했음
중국이 FTA 서비스 분야인 문화·콘텐츠 교류를 보다 확대할 경우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
시 주석은 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한 이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을 요청
위 실장은 “한화오션, 서해 구조물, 한한령 등을 다 논의했고 소통하며 풀어보자는 데 의견이 같았다”고 말했음
시 주석은 2박 3일간의 방한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이날 본국으로 돌아갔음
한반도 평화에 북미대화 가장 중요
미중 간 패권 경쟁 속에서 핵추진잠수함 도입이라는 돌발 이슈도 터졌지만 1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
한국 정부가 진보 정권으로 바뀌면서 양국 간 관계 개선의 자연스러운 모멘텀이 형성된 점, 미국과 대결 중인 중국으로서도 기술 강국인 한국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중국이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이라는 점 등이 두루 맞물린 결과임
“양측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음
위 실장에 따르면 양국은 북핵 문제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공감대도 형성
6자회담이 이뤄졌던 과거와 비교하면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된 탓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증진에 시 주석의 역할을 반복적으로 주문했고 시 주석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설명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 실현 구상을 소개하고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면서 시 주석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응답
위 실장은 “(양 정상이) 북미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노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부연
1.5경 중국 서비스 시장 개방 청신호
한중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하면서 양국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제조업은 물론이고 문화·관광·법률 등 서비스 분야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
특히 중국이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해 9년여 동안 유지해온 한한령이 공식 해제될 경우 K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최대 혜택을 볼 것으로 보임
반면 딥시크와 같은 중국의 인공지능(AI) 서비스와 알리바바 등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 대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무차별 진입하는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
한중 FTA 2단계가 공식 재개된 것은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5월
당시 한국을 방문한 리창 중국 총리와 윤 전 대통령이 서비스 FTA 협상에 합의하면서 양국 정부가 실무 수준에서 논의를 이어왔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지 못했음
하지만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2단계 FTA 가속화를 공식 지시하면서 양국의 협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분석
시 주석은 “상호 이익과 윈윈 원칙을 고수해 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하고 AI, 바이오 제약, 녹색산업, 실버 경제 등에서 경제·무역 협력을 업그레이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음
그동안 우리나라는 2015년 12월 중국과 FTA를 체결한 뒤 주로 상품 무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교역 관계를 넓혀왔음
하지만 중국이 자국 소비와 공급망 독립을 강화하면서 입지가 좁아졌음
우리나라가 2023년 이후 3년 연속 중국을 상대로 무역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중국 서비스 시장 개방은 우리나라에 또 다른 기회의 장
실제 중국의 서비스 무역은 최근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음.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서비스 수출은 1조 6883억 위안(약 320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고, 서비스 수입은 2조 1989억 6000만 위안(약 417조 원)으로 같은 기간 3.2% 증가했음. 중국의 서비스 무역은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크게 감소했지만 이듬해 반등한 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
한국무역협회가 올해 8월 내놓은 ‘최근 중국의 서비스업 무역 동향’에 따르면 중국의 서비스업 국내총생산(GDP)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9%씩 성장해 지난해 76조 5000억 위안(약 1경 5000조 원)을 기록
올해 1분기에도 이미 전체 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1.2%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 형성돼 있음. 한국과 서비스 교역이 활발해질 경우 이득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임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서비스 투자의 구체적인 품목에 따라 대중 무역적자 해소 폭이 달라지는 만큼 아직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하는 단계”라면서도 “K팝·K드라마 등 콘텐츠 시장이 개방된다는 것은 한국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는 것 또한 긍정적이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송출을 금지
이후 8년째 중국에서 K팝 콘서트가 열리지 않는 등 K콘텐츠 진출이 제한된 상태
그러나 시 주석이 전날 한중 정상회담 만찬에서 이재명 대통령,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과 대화하며 한국 가수의 중국 공연 제안에 호응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면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
다만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이날 “시 주석과 박 위원장의 대화는 공식 외교 행사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며 건넨 원론적 수준의 덕담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성급하다는 판단”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음
디지털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서비스 시장 개방을 더욱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옴
중국은 이미 알리익스프레스·쉬인 등 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장의 챔피언 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음
지금은 각종 무역장벽으로 이런 기업들의 진입을 제어하고 있지만 자칫 국내 소상공인들이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
<시사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11년 만의 한·중 정상회담은 냉각됐던 양국 관계가 다시 협력의 궤도에 오르려는 신호를 보내줍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약 70조 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를 갱신하고, 산업·공급망 협력 강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심화 추진에 합의했습니다. 그동안 사드배치 이후 단절된 시대를 넘어서 실질 협력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한국 경제의 안정성과 미래 성장 기반을 동시에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중 FTA 강화는 단순히 관세 혜택을 넘어서, 기후기술·바이오·인공지능 등 신산업 협력의 길을 여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체결된 통화스와프 갱신 또한 주목할 대목입니다.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시기에 양국이 서로의 금융 안전망을 유지한 것은 경제협력의 신뢰를 복원하는 조치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수출기업이 환율 변동의 위험 속에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은 실질적인 성과입니다.
그러나 협력이 곧 의존을 의미해서는 안 됩니다. 중국은 이미 기술력과 산업 규모 면에서 한국의 주요 산업과 정면 경쟁 중인 국가입니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이 자칫 ‘기술 의존 심화’로 변질될 경우, 한국은 중장기적으로 산업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FTA 심화 과정에서 중소기업이나 농축산업 등 민감 산업이 직접적인 경쟁에 노출되는 것도 현실적 부담입니다. 과거 수년간 한국은 중국에 대한 높은 수출·부품 의존으로 경제 충격을 경험해온 바 있습니다.
이번 회담이 진정한 ‘상호호혜적 관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산업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에서의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 협력이나 공급망 연계가 일방향 종속으로 흐르지 않도록 세심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한 한·중 밀착을 외교·안보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할 일은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과 자율의 외교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일입니다. 중국과의 협력은 미국, 일본 등과의 관계를 해치는 선택이 아니라, 서로 다른 협력 축을 병행해 가는 다변화의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되, 그 방향은 단순한 시장 의존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 협력과 공급망 복원력 강화로 잡아야 합니다. 동시에 한국은 미국, 유럽, 아세안 등 다변적 시장과의 협력망을 더욱 견고히 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협력에서 생길 수 있는 산업 간 충격을 완화하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교역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 나가야 합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대립의 시대를 넘어 협력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었습니다. 한국은 이 기회를 통해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안정이라는 더 큰 비전을 함께 도모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협력, 상호 존중의 관계, 그것이 진정한 ‘한·중의 새 시대’를 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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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0/0003671567?date=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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