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주요 암호화폐 이슈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주식 연구센터입니다.

2025년 11월 2일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비트코인 ‘업토버’ 전설과 그 의미

암호화폐 시장에서 10월은 오랫동안 ‘업토버(Uptober)’라는 별명으로 불려왔습니다. 비트코인이 유독 10월에 강세를 보였기 때문인데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6년 연속, 10월의 수익률이 모두 플러스였던 기록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10월을 ‘확실한 상승의 달’로 여겼죠.

코인글래스(CoinGlass)의 비트코인 월별 수익률 히트맵을 보면 이 흐름이 잘 드러납니다. 시장이 상승장이든, 조정장이든 10월만큼은 늘 초록색이었죠. 하지만 2025년 10월, 이 오래된 신화가 깨졌습니다.


예상과 정반대였던 10월

10월 초 비트코인은 12만 달러를 돌파하며 활기찬 출발을 보였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올해도 업토버가 온다”는 기대감이 퍼졌는데요. 하지만 중순이 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코인데스크(CoinDesk)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0월 한 달 동안 약 8.5% 하락하며 6년 연속 상승세를 마감했습니다.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붉은 10월’, 즉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입니다.

이더리움(Ethereum), 솔라나(Solana), 리플(XRP)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같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반면 바이낸스코인(BNB)만은 예외였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미중 갈등과 트럼프가 촉발한 급락

결정적인 순간은 10월 10일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희토류 관련 새로운 관세를 경고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긴장이 돌기 시작했죠. 이 발언은 곧바로 전통 금융시장에 ‘리스크 오프(risk-off)’ 움직임을 촉발했습니다. 쉽게 말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돈을 빼 안전자산으로 옮기기 시작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 같은 고위험 자산은 당연히 타격을 받습니다.

비트코인은 몇 시간 만에 12만 달러 초반대에서 10만 5천 달러 근처까지 급락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 특유의 높은 레버리지 구조 때문에 낙폭은 훨씬 커졌죠.

10월 10일부터 11일까지의 이틀은 올해 가장 극적인 매도세가 몰린 시기였습니다. 파생상품 거래소에서는 가격이 급락하자 자동 청산(auto-liquidation)이 연쇄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자동 청산이란, 투자자의 손실이 담보금 한도를 초과하면 거래소가 포지션을 강제로 정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때 시장에 대량의 매도 주문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을 더 가속화시켰죠.

이틀 만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되었고,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5천억 달러 이상 증발했습니다. 결국 비트코인은 10만 5천 달러 부근에서 겨우 바닥을 다지며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죠.

비트와이즈(Bitwise)의 전략가 후안 레온은 “이번 하락은 세 가지 요인이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글로벌 매크로 충격(트럼프의 관세 발언), 내부 시장 구조의 취약성(높은 레버리지와 낮은 유동성), 그리고 연준(Fed)의 비둘기파 후퇴 신호(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맞물렸다는 설명입니다.


레버리지 구조가 낳은 충격의 파급력

비트코인의 낙폭이 유독 컸던 이유는 시장 구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레버리지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활용됩니다. 즉, 소액으로도 큰 포지션을 잡을 수 있는 구조죠.

상승할 때는 수익이 몇 배로 커지지만, 하락할 때는 손실도 같은 비율로 커집니다.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레버리지 비율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합니다. 그만큼 유동성이 한 번 마르면 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죠.

10월의 급락은 바로 그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베팅하고 있을 때, 외부 충격이 오면 그 에너지는 배로 증폭됩니다.

비트코인의 낙폭은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내렸습니다. 이더리움도 비슷한 흐름을 그렸죠. 초반 강세 이후 급락,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반등을 시도했습니다만 유의미한 추세 전환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솔라나와 리플도 같은 패턴을 보이며 월말까지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낸스코인만은 예외였습니다. 중순 이후 꾸준히 저점을 높이며 결국 보합세 정도에 성공했죠.

소형 알트코인 중에서도 한 달 동안 5% 이상 상승한 모네로(Monero)와

무려 200% 이상 상승한 제트캐시(Zcash)처럼 상승한 종목들이 일부 있었습니다. 시장 전반이 약세였지만, 일부 코인에는 여전히 매수세가 남아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업토버는 없었지만 ‘문벰버(Moonvember)’ 온다?

10월이 끝나자마자,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또 다른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문벰버(Moonvember)’입니다. 11월은 전통적으로 비트코인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죠.

크립토 애널리스트 라크 데이비스(Lark Davis)처럼 “11월은 비트코인의 평균 상승률이 42%로 가장 강한 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이 수치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2013년 11월의 폭등 때문이죠. 그 해 한 달 동안 비트코인이 449%나 올랐거든요. 이 한 번의 이례적인 상승이 평균치를 왜곡한 겁니다.

중간값(메디안)을 보면 실제로는 약 9% 상승에 불과합니다. 즉, 11월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건 맞지만, 보장된 건 아닙니다. 오히려 변동성이 크다는 뜻에 가깝죠. 결국 ‘문벰버’는 코인 투자자들의 희망 섞인 바람일 뿐, 확실한 예측 도구는 아닙니다. 역사적 맥락으로 참고할 수는 있지만, 매매의 근거로 삼기엔 위험하죠.

게다가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도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10월 말 수요일,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는 ‘당연한 결론(foregone conclusion)’이 아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이 한 문장은 시장에 즉각적인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불과 몇 분 만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디지털 자산이 급락했고, 시가총액 기준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한때 10만 6천 달러 아래로 미끄러졌습니다.

이 발언이 충격을 준 이유는 간단합니다. 올해 들어 연준은 이미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하면서 완화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파월의 “인하가 보장된 건 아니다”라는 언급은 그 기대를 완전히 꺾어버렸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는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과 거의 같은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즉, 자금이 더 싸게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가 곧 위험자산 회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애널리스트 노엘 애치슨(Noelle Acheson)은 자신의 뉴스레터 ‘크립토 이즈 매크로 나우(Crypto Is Macro Now)’에서 “금리 인하 기대의 재조정이 여전히 암호화폐 가격을 짓누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애치슨은 “파월 의장이 언급했듯, 현재 은행 준비금 대비 유동성(liquidity)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직 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유동성 공급이 더 위축된다면 비트코인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자산 중 하나입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녀의 설명을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주식은 기업 실적(earnings)이라는 ‘내재 가치’가 있고, 채권은 금리와 경제성장률(fiscal and economic growth)에 의해 가격이 결정됩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그런 요소가 없습니다. 본질적으로 “심리(social sentiment)”와 “유동성(monetary liquidity)”이 가격을 좌우하는 자산이라는 겁니다.

즉, 돈의 흐름이 빠져나가면 곧바로 가격이 흔들리고, 그 반대라면 곧바로 급등합니다. 이 특성 때문에 비트코인은 거시경제의 유동성 흐름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자산으로 평가받습니다.

애치슨은 또 다른 흥미로운 분석을 덧붙였습니다. 그녀는 같은 주 디크립트와의 텔레그램 대화에서 “장기 보유자(long-term holders)의 매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많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 ‘이번 4년 주기의 정점(four-year cycle peak)’에 도달했다고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 시장에는 약 4년 주기의 리듬이 존재합니다. 반감기(halving,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가 돌아올 때마다 상승장이 반복되는 패턴이죠. 애치슨은 “이 주기를 여전히 신뢰하는 투자자들이 많고, 과거 사이클을 대입하면 지금이 정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전문가가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의 리서치 책임자 잭 팬들(Zach Pandl)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다수의 암호화폐 ETF 승인을 앞두고 있고, 시장 구조 관련 법안이 초당적 합의로 다시 추진되고 있다”며 “이번 조정은 단기적인 조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 ETF뿐 아니라 알트코인 기반 상장지수상품(ETP)도 곧 출시될 예정이며, 이런 제도권 진입은 시장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024년 11월, 비트코인은 한 달 만에 37% 급등한 바 있는데요. 과연 2025년 올해엔 업토버의 실망감을 딛고 '문벰버(Moonvember)'가 찾아올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비트코인 일봉 차트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8월 중순 1억 4900만 원대에서 저점을 찍은 뒤, 9월 초부터 강한 반등세가 시작되었습니다. 5일선(초록색)이 60일선(주황색)을 상향 돌파하는 골든크로스 신호가 나타났고, 9월 말부터는 거래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이후 10월 초에는 매수세가 집중되며 단기 급등이 이어졌습니다. 10월 중순에는 1억 7980만 원까지 치솟아 약 두 달 만에 20% 가까이 상승했죠. 그러나 이 시점을 정점으로 하락 전환이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10월 중순 이후 캔들의 형태를 보면, 장대 음봉이 잦아지며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빠르게 출회된 모습입니다. 단기 이동평균선(5일선, 20일선)이 고점에서 꺾이기 시작했고, 현재는 60일과 120일선 근처에서 지지를 확인하려는 구간입니다.

현재 가격대(1억 6400만 원대)는 200일 이동평균선(보라색) 위에서 움직이고 있어 장기 추세는 여전히 상승 국면에 속합니다. 하지만 5일선과 20일선이 모두 하락 중이고, 60일선과의 데드크로스 가능성도 열려 있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구간입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1,600만 원 초반대가 중요한 지지선입니다. 이 구간이 무너지면 200일선이 위치한 1,550만 원대까지 추가 조정이 나올 수 있고, 반대로 1,680만~1,700만 원대를 강하게 돌파하면 다시 단기 상승 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매수세가 1억 6000만 원 부근에서 안정적으로 유입된다면, 11월에는 다시 반등 흐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려면 큰 거래량이 함께 실린 반등이 나와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