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오픈AI, 센스타임이 그리는 AI의 미래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중국도 더 이상 조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가 “AI 굴기(崛起)”를 국가 전략으로 삼은 이후, 알리바바·바이두·화웨이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이 잇따라 자체 AI 모델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섰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기업이 바로 센스타임(SenseTime, 商汤科技)입니다. 한때 얼굴인식 기술로 주목받던 스타트업이 이제는 중국의 국가급 AI 플랫폼으로 성장해, ‘중국판 오픈AI’라는 별명을 얻고 있습니다.
센스타임은 2014년 홍콩중문대학(CUHK)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하던 탕샤오어(汤晓鸥) 교수가 설립했습니다. 창립 초기에는 안면인식과 비전 AI(Visual Intelligence) 분야에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공공안전·금융·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솔루션을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초기 투자자는 알리바바, 텐센트, 소프트뱅크 등으로, 그만큼 글로벌 자본이 센스타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설립 8년 만인 2021년에는 홍콩증시에 상장했고, 시가총액이 한때 2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중국을 대표하는 AI 유니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센스타임의 성장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AI 비전(Computer Vision) 기술에서의 압도적인 경쟁력입니다. 센스타임은 중국 내 도시 감시·보안 시스템에 얼굴인식·행동분석 AI를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200여 개 이상에 센스타임의 AI 알고리즘이 적용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산업 다각화입니다. 센스타임은 단순히 감시 기술 회사로 머물지 않고, 자율주행, 의료영상 분석, AI 교육, 메타버스, AI 반도체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셋째, 정부 전략과의 정합성입니다. 중국은 AI를 ‘국가 안보·산업·교육·국민경제’의 핵심 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센스타임은 이에 완벽히 부합하는 기업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센스타임의 핵심 키워드는 ‘SenseNova(商汤星辰)’입니다. 2023년 공개된 SenseNova는 오픈AI의 GPT 모델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형 대규모 언어모델(LLM)입니다. 센스타임은 이를 기반으로 이미지·음성·텍스트를 통합 처리하는 멀티모달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기준으로 SenseNova 5.0은 매개변수 규모가 1조 개(1 Trillion)에 달하며, 중국 내 AI 모델 중 가장 빠른 학습·응답 속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센스타임은 이를 단순 모델 수준이 아닌 산업형 플랫폼(AI-as-a-Service)으로 발전시켜, 제조·금융·의료·교육 기관에 맞춤형 AI를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센스타임의 비즈니스 전략이 ‘국가 중심’과 ‘상업 중심’을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오픈AI가 민간 혁신과 기술 윤리를 내세운다면, 센스타임은 ‘국가 주도형 기술 확장’을 선택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수천 개의 공공기관 및 국영기업 프로젝트에 센스타임의 AI 솔루션을 도입했고, 각 지방정부도 자율주행 도로·스마트교통·보안관제 시스템에 센스타임의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센스타임의 기술력은 단순히 감시·보안용으로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AI 진단 알고리즘을 통해 CT, MRI 영상 분석 속도를 기존 대비 70% 이상 단축시켰고, 교육 분야에서는 AI 튜터 플랫폼을 만들어 학생 개별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또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화웨이, BYD 등 중국 전기차 제조사와 협력해 자율주행 알고리즘 ‘SenseAuto’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센스타임이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산업형 AI 생태계’를 완성하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다만, 센스타임은 기술의 진보와 함께 논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2019년과 2021년 미국 정부는 인권 문제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센스타임을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습니다. 특히 신장 지역의 감시 시스템 구축에 자사의 얼굴인식 기술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 서구 투자자들이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는 오히려 이런 ‘제재’가 기술 자립의 명분으로 작용하며, 센스타임은 자체 반도체 설계, AI 클라우드,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탈미국화’ 전략을 강화했습니다.
2025년 현재 센스타임은 세 가지 방향에서 도약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첫째, SenseNova 5.0 기반의 글로벌 확장입니다. 동남아, 중동, 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교육·보안·금융 AI 솔루션 수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둘째, AI 반도체 내재화입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센스타임은 자체 AI 가속칩 ‘SenseCore’를 설계하여, 데이터센터 비용을 절감하고 모델 학습 효율을 40% 이상 개선했습니다. 셋째, AI 생태계 구축입니다. 센스타임은 ‘AI 도시’, ‘AI 병원’, ‘AI 학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자사 모델을 다양한 산업 인프라에 결합하는 전략을 실행 중입니다.
이런 점에서 센스타임은 단순한 기술 회사가 아니라, ‘AI를 국가의 산업 플랫폼으로 만든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AI 산업 매출이 2024년 기준 3,200억 위안(약 57조 원)을 넘어섰으며, 2027년에는 1조 위안 돌파가 예상됩니다. 그 중 약 30%가 센스타임, 바이두, 화웨이 등 3대 AI 기업에서 발생합니다. 이 구조 속에서 센스타임은 가장 ‘엔진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픈AI, 구글, 앤트로픽(Anthropic) 등 미국계 기업이 여전히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지만, 센스타임의 강점은 ‘국가 단위의 데이터 확보력’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공공·산업 영역의 AI 학습 데이터를 민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서구권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입니다. 결국 AI 경쟁은 기술력만이 아니라, 데이터의 규모와 접근성이 좌우할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센스타임의 과제도 명확합니다. AI 모델의 윤리성, 프라이버시 보호, 글로벌 표준 부합성이라는 세 가지 문제입니다. 중국 내에서는 정부 규제가 완화된 대신 데이터 사용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고, 해외에서는 “중국산 AI의 신뢰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센스타임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기술력에 더해 ‘신뢰’라는 가치를 쌓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스타임의 행보는 분명히 인상적입니다. 오픈AI가 AI의 철학과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센스타임은 AI의 ‘적용과 산업화’를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거대한 데이터, 정부의 전략적 지원, 산업 전반에 걸친 AI 통합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리면서, 센스타임은 이미 중국식 AI 생태계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AI는 이제 국가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오픈AI가 만든 ChatGPT가 미국의 기술 패권을 상징한다면, 센스타임은 중국의 기술 주권을 대표합니다. 두 회사의 철학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AI는 산업을 바꾸는 힘’이라는 확신입니다. 그 중심에 센스타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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