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본사를 둔 리하베스트는 2019년 설립된 푸드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음식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원료로 삼아 고부가가치 식품 및 식품소재로 재탄생시키는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맥주박(brewers’ spent grain), 식혜박, 밀기울 등 통상 버려지거나 사료·비료로 낮은 가치로 활용되던 자원을, 특허기술을 통해 식이섬유 함량이 높고 단백질이 풍부한 대체밀가루(‘리너지 가루’ 등)로 바꾸면서, 환경과 식품산업 두 축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리하베스트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거대한 산업적 문제와 시장 기회가 맞물려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수천만 톤의 식품 제조 부산물과 잉여식품이 폐기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과 자원 낭비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리하베스트는 이 지점에서 ‘버려지는 원료를 가치 있는 원재료로 바꾸는 기술’을 통해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예컨대 리하베스트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리너지 가루 1kg을 생산하면 약 11kg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고, 물 사용량도 약 3.7톤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수치는 단순히 친환경 마케팅이 아니라 산업 차원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을 함의합니다.


기술적 측면에서 리하베스트의 강점은 원료화 공정과 소재 개발입니다. 맥주박이나 밀기울, 식혜박과 같은 부산물은 수분·미생물·잔여물 등이 많아 원료로 활용하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리하베스트는 세척→탈수→건조→분쇄의 프로세스를 자체 설계했으며, 적외선·과초분해·고성능 건조기술 등을 조합해 원료화 공정을 특허화했습니다. 이를 통해 부산물의 미량 영양소 파괴 없이 가공이 가능해졌고, 결과물은 통상 밀가루 대비 약 식이섬유 20배, 단백질 2배 이상이라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차별화는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보다 실제 산업 적용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사업 모델도 흥미롭습니다. 리하베스트는 원재료 공급에서부터 자사 브랜드 제품 출시, B2B 원료 판매, 해외 협력까지 복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사 브랜드로는 그래놀라바, 시리얼, 쉐이크 등 업사이클링 원료를 활용한 소비자 향 제품이 있으며, B2B 원료로는 제빵, 제과, 음료 업체에 리너지 가루 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 국내 맥주회사 및 식품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부산물 회수 라인을 구축했고, 인도네시아 최대 맥주회사인 PT Multi Bintang(빈땅)과의 협업 등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리하베스트는 ‘단순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푸드업사이클링 생태계의 허브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국내에서 리하베스트는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선정되었고, 투자 유치 및 특허 등록 등에서도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 면에서도 인도네시아 자회사 설립 및 현지 협업이 진행 중이며, 이 회사의 제품 및 기술이 해외 식음료 기업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에서 리하베스트는 업사이클링 세미나를 주최하며 지역 식품기업 및 정부기관과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확산’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럼 리하베스트가 마주하고 있는 과제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소비자 인식의 전환입니다.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이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화된 단계가 아니며, 일부 소비자들은 ‘부산물’이라는 단어에서 부정적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리하베스트는 이 부분을 “친환경 소비 + 맛·영양”이라는 메시지로 바꾸며 소비자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둘째, 원재료 수급과 품질관리입니다. 제조 공정상 부산물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고, 원가 증가 요인이 존재하며 대량생산 전환 시 공정 안정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셋째, 수익성 확보입니다. 업사이클링 원료와 제품 개발은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가 많이 요구되는 영역이며, 아직은 매출보다는 투자 단계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대기업 협업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는 시점이 향후 관건입니다.


그러나 저는 리하베스트가 단순히 ‘환경을 위한 스타트업’이라는 틀을 넘어, ‘푸드테크로서의 산업재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품산업에서 원가(원재료비) 경쟁력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구가 병존하는 지금, 부산물을 원료로 바꾸는 기술은 비용 절감과 브랜드 차별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ESG 리포트에서 ‘폐기물 감소’와 ‘원료업사이클링’ 항목을 강조하고 있으며, 리하베스트는 이러한 흐름의 선두에 서 있습니다.


미래 관점에서도 리하베스트의 도전은 다음과 같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식품 원료 뿐 아니라 식품 부산물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소재(예컨대 나노셀룰로오스, 바이오플라스틱) 개발까지 시야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른바 푸드업사이클링 2.0 단계입니다. 동시에 해외 식품 사업 및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해 ‘업사이클링 원료’를 글로벌 표준으로 만드는 것도 전략적 목표입니다. 이 목표가 실현된다면, 리하베스트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나아가 글로벌 푸드테크 산업에서 하나의 레퍼런스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결국 리하베스트의 여정은 버려지는 자원을 다시 수확(harvest)하고, 그것을 다시 우리 식탁에 올리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는 기술혁신이 있고, 비즈니스 모델이 있으며, 환경적 책임이 존재합니다. 이런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업사이클링이 ‘멋진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산업의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게 됩니다. 리하베스트는 바로 그 질서의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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