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부터 국내 자동차 판매사들은 전체 판매 차량의 절반을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로 채워야 함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2028년부터 한 대당 300만 원의 기여금(부담금)이 부과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 시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무리한 목표치”라며 “자칫 중국 전기차 기업에 국내 시장을 열어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
2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중장기(2026~2030년) 저·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연내 확정할 계획
저·무공해차 보급 목표는 정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각 자동차 회사들에 적용하는 규제로 국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매년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채워야 함
올해 기준 저·무공해차 보급 목표는 연간 판매량의 26%(무공해차 22% 포함)
정부는 이 목표를 무공해차 중심으로 개편하고 목표 비율을 내년 28%, 2028년 36%, 2030년 50% 등으로 대폭 상향한다는 방침
목표 미달성 시 벌금도 강화
현재 목표를 채우지 못한 자동차 판매사들에 부과되는 기여금은 한 대당 150만 원인데 이를 2028년부터 300만 원으로 올릴 계획
정부 관계자는 “현행 저·무공해차 보급 목표로는 2030년까지 무공해차 450만 대를 보급해야 하는 NDC를 달성할 수 없어 보급 목표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음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칫 중국 전기차의 국내 시장 잠식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옴
한 대당 300만 원의 부담금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가 덤핑 공세에 나설 경우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임
앞서 유럽연합(EU)도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라는 목표를 내건 바 있으나 최근에는 독일이 입장을 바꿔 수용 불가 메시지를 내고 있음
자동차 부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대비도 제대로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빠르게 목표치를 높이면 중소 업체들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음
정부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사에 대한 규제 수위를 대폭 높이고 나선 것은 현행 규제로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2030 NDC)를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
실제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당초 2025년 무공해차 기준을 2030년까지 적용하는 현행 유지안과 저·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50%로 하되 그중 무공해차 목표치는 45%로 완화하는 개편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50%로 설정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안을 최종 채택
문제는 이 경우 자동차 회사들의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점
한국GM·르노코리아 등 주력 차종이 내연차인 중견 제조사들의 경우 정부가 제시한 목표 비율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진단
실제 정부가 이번 규제의 영향을 받는 주요 자동차 업체 9개사의 2026~2030년 자동차 판매량을 예측한 결과 2개사는 정부의 중장기 보급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
이들이 향후 5년간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납부해야 할 기여금(부담금) 규모는 A사 약 2121억 원, B사 약 1915억 원 등 총 403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
자동차 업계는 이미 미국의 25% 품목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감내하고 있는 상황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행 25% 관세율이 유지될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간 관세 비용은 8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
이는 관세율 15%가 적용되고 있는 도요타(6조 2000억 원), 폭스바겐(4조 6000억 원)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웃도는 업계 최고 수준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1%, 23% 감소할 것으로 예상. 현대차·기아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이미 관세 부담으로 인해 1조 6000억 원 감소
아울러 생산 라인 전환에 실패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대거 도산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 또한 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무공해차 사업 전환율은 19.9%로 1만여 곳에 달하는 국내 부품 기업 중 45.2%는 여전히 엔진·변속기·연료·배기계 등 내연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음
해당 기업 종사자 규모는 전체 고용의 47.2%(약 11만 명)에 달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정부의 목표치를 맞추면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산 대신 중국산 부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
기후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362만 대, 수소차 88만 대 등 총 450만 대의 무공해차를 도입해야 하는 2030 NDC를 고려하면 이 같은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음
지난달 말 기준 무공해차 등록 비중은 89만 대에 불과하기 때문. 또 기후부는 업계 전체로 보면 기여금 부담이 0에 수렴한다는 입장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목표를 초과한 타사에 기여금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실적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초과 업체들은 추가 이윤을 얻게 되니 업계 전체적으로는 부담이 없다는 것임
기후부 관계자는 “2027년까지 1대당 150만 원, 2028년부터 300만 원인 기업별 기여금이 개별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내연차 퇴출,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국제 동향을 고려할 때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상향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음
다만 정부는 업계 부담을 고려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무공해차 보급 목표 실적으로 일부 인정해줄 계획
한편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35년 무공해차 보급 목표 역시 840만~980만 대로 대폭 늘릴 계획
980만 대를 기준으로 보면 이는 2034년부터 내연차 신차 판매를 사실상 전면 중단해야 하는 수준
이태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NDC까지 이대로 시행된다는 소식에 업계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라며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해 2035년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전체 등록 비중의 20% 내외인 550만~650만 대 수준으로 하향해야 한다”고 말했음
<시사점>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수소차 같은 무공해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2028년부터 한 대당 300만 원의 기여금(부담금) 부과 등 벌칙을 부여한다고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구조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고려하면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이러한 목표의 과감함이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며, 전력망 보강과 수소충전소 확충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역시 충전 불편, 가격 부담, 배터리 화재 등으로 전동화 전환에 주저하고 있습니다. 이 간극을 해소하지 못한 채 ‘벌칙 중심’으로만 접근한다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 불만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전기차 일변도만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현실적 전환 수단인 하이브리드차(HEV · PHEV)와의 병행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 기반이면서도 연비·배출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중간단계 기술입니다. 충전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도 소비자가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으로 친환경차 전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전기차 중심의 급격한 전환은 일부 소비자·지역업체·충전 인프라가 따라오지 못하는 병목을 만들 수 있는 만큼, 하이브리드차가 전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일정기간 하이브리차의 무공해자 보급목표 실적을 일부가 아닌 상당부분 인정해주는 정책이 필요)
또한 공급망 리스크는 더욱 무겁습니다. 배터리 핵심광물 확보 문제는 중국의 광물통제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글로벌 전기차 경쟁에서는 가격경쟁력 높은 중국업체의 공세가 거셉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적하듯이 의무비율만 높이고 국내 산업 보호와 전환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시장은 중국산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우려마저 있습니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현실적 우려를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정부 정책은 중소 부품업체의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내연기관 중심의 수많은 협력사가 전동화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편입해야만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유지됩니다. 동시에 장기적 투자 여력을 높이기 위한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 지원, 충전 인프라의 민간투자 촉진 정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즉 벌만 줄 것이 아니라 당근도 줘가면서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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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1/0004546570?date=202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