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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0일에 다룰 종목은 바로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입니다.
지난 주에 양자컴퓨터 주식 리게티(RGTI)가 미국 증시에서 갑론을박을 이끌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 발표 때문이 아니라, CEO가 회사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부각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건데요.
흥미로운 건 이 사실이 갑자기 알려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CEO인 Subodh Kulkarni는 지난 5월 이미 스톡옵션을 행사해 100만 주를 확보한 뒤 전량 매도했고, 이후 보유 지분은 ‘0’이 됐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않았던 이 소식이, 10월 들어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다시 불이 붙은 겁니다.
리게티는 어떤 회사인가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설립된 퀀텀컴퓨팅(양자 컴퓨팅) 전문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전통적인 컴퓨터로는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초전도 양자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이 양자 컴퓨팅을 자사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다루는 반면, 리게티는 전적으로 양자 기술만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소수의 ‘순수 양자 기업’ 중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 이 회사의 성패는 양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성과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게티는 2022년 SPAC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양자 칩의 규모 확장, 연산 정확도 향상, 그리고 제약·금융·국방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현재 양자 컴퓨팅을 상업화해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주 수익원은 정부 연구 계약과 시범 프로젝트에 가까워요. 그래서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움직이는 전형적인 ‘스토리 주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EO의 전량 매도, 왜 이슈가 되는가
기업 CEO가 자신이 이끄는 회사의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는 건 시장에서 매우 민감한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단순히 재무적인 이유를 넘어, “경영진이 회사의 미래를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가”와 직결되는 문제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부자가 지분을 파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세금, 포트폴리오 분산, 혹은 단순한 현금화 목적일 수도 있죠. 하지만 리게티처럼 아직 실적이 불안정하고 미래 성장성에 모든 게 걸려 있는 회사에서 CEO가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는 건, 시장 심리를 크게 흔드는 요인이 됩니다.
이 매도 소식이 특히 논란이 된 건, 리게티 주가가 1월 이후 8배 이상 치솟은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이었지만, AI 열풍과 양자 테마에 힘입어 단기간에 급등했고, 시장엔 투기적 자금이 몰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매도 이력’이 다시 소환되면서 부정적 해석이 쏟아지고 있는 겁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주가는 목표가 대비 훨씬 높습니다. 이런 괴리가 투자자 불안을 키우고 있죠.
레딧(Reddit)에서도 이 이슈는 빠르게 번졌습니다. 일부 투자자는 “CEO 무지분은 명백한 레드 플래그”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양자 테마 자체를 “사기와 다를 바 없다”고 보는 냉소적 시각도 많았습니다.
반면 몇몇은 “원래부터 CEO가 상업화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왔고, 이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차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미 ‘기술 성장주’에서 ‘단기 투기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상태입니다.
리게티 CEO는 억울할 법하다
그런데 사실 리게티 CEO는 조금 억울할 법합니다. 왜냐면 쿨카르니 CEO는 올 1월부터 꾸준히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계 메시지’를 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중순, 리게티 주가가 하루 만에 48%나 치솟았을 때 그는 Yahoo Finance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양자 컴퓨팅 산업 전반에 과도한 하이프(hype)가 퍼져 있다”며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매출이나 실적 성장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고, 기술 완성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며 단기적인 상업화 기대를 분명히 선을 그었죠.
그 당시 리게티 주가는 불과 1년 사이 777%나 급등한 상태였고, 기업 시가총액도 20억 달러를 넘기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양자 칩 제조로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었고, 2024년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은 4,5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CEO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투자 단계에 있으며 매출의 대부분은 정부 계약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상업적 매출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3~5년 뒤”로 내다봤습니다.
또한 2026년 2분기까지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서는 자금 조달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할 수 있으니 절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단서를 달며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했죠.
이러한 발언은 3월 Barron's 인터뷰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그는 동종 업계 기업들이 장밋빛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3~5년 안에 상업적 규모의 양자 컴퓨팅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양자 기술이 결국 수천억 달러 규모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현재 단계는 여전히 R&D 중심이며 초기 수요는 정부와 학계에서 먼저 나올 것이라는 현실적인 시각을 견지했습니다.
심지어 리게티 컴퓨팅은 본사 홈페이지에 Barron's 인터뷰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CEO는 투자 관점에서도 “단기 차익을 노리는 종목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했습니다. 쿨카르니는 “우리 주가 변동성을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 정도”라고 표현하면서도, 여전히 핵심은 기술 완성에 필요한 시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가까운 4~5년 동안 양자 시장 규모가 “수십억 달러 수준(연간)”에 머물 수 있다고 보며, 초기 수요는 국가 연구소와 대학 같은 공공 연구 생태계에서 먼저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10~15년의 더 긴 호흡에서는 수천억 달러급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언급했고요. 즉, 지금 단계의 리게티는 GPU와 하이브리드로 공존하는 모델에서 기술적 유의미성을 증명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였죠.
결국 올해 5월에 있었던 CEO의 전량 매도는 그가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외부에 발신해온 ‘기대치 관리’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시장이 초반에는 이 메시지를 가볍게 흘려듣다가, 주가가 과열된 뒤에야 같은 사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죠.
리게티 2배 숏 ETF 출시로 본격화된 ‘투기장’
게다가 지난 10월 9일 Defiance ETFs가 Defiance Daily Target 2X Short Rigetti Computing ETF(RGTZ)를 출시한 것도 분위기를 바꾼 계기가 됐습니다. 이 ETF는 리게티 주가의 하루 변동폭의 두 배를 역으로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리게티 주가가 하루에 5% 떨어지면 ETF 가격은 10% 오르는 구조죠.
이런 ETF는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하락 베팅에 사용됩니다. 즉, 시장에 리게티 하락에 돈을 걸고 싶어 하는 투자자가 충분히 많다는 뜻입니다. 종목이 본격적인 ‘트레이딩 종목’으로 변해가고 있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CEO 주식 매도가 갑자기 이슈가 된 게 특정 세력의 영향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왜냐면 왜 이미 모두에게 공개가 된 내용이 갑자기 기사 형태로 이슈가 되고 있냐는 겁니다. 리게티 2배 숏 ETF인 RGTZ에 관심을 끌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도 있는 듯 합니다.
리게티 컴퓨팅 전망
CEO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회사가 실패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성공적인 기업 중에도 이런 사례는 존재하죠. 그러나 리게티처럼 아직 실적 기반이 약하고, 미래에 대한 신뢰가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여러가지 요소를 두고 봐야합니다.
흥미롭게도 최근 리게티는 시장의 시선을 끌 만한 굵직한 움직임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 Air Force Research Laboratory(공군 연구소)로부터 약 58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습니다. 네덜란드의 QphoX와 손잡고 양자 네트워킹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프로젝트인데요, 이는 리게티의 기술력이 미국 방위 분야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또한 회사는 새로운 36큐빗(36-qubit) 양자 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양자 게이트의 정확도를 대폭 끌어올리며, 업계에서 기술적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3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 보유액을 5억 7천만~6억 달러 수준으로 늘렸습니다. 이로써 회사는 중장기적 로드맵을 실행할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게 되었죠.
다만 양자 컴퓨팅이라는 거대한 비전이 현실로 이어질지, 아니면 아직은 버블로 끝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매출 대비 시총이 매우매우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시장 분위기나 투자 심리가 꺾이면 몇 십 퍼센트가 떨어질 수가 있죠.
따라서 현재는 기술적 분석도 중요한 타이밍이기에 차트 분석도 함께 해보겠습니다.
일간 차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9월 중순 이후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9월 초 20달러 초반대에 머물던 주가는 불과 한 달 만에 58.15달러까지 치솟았고, 이 과정에서 5일선(단기 이동평균선)을 따라 붙는 전형적인 단기 모멘텀 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투기적 매수세가 집중될 때 흔히 나타나는 패턴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도 조정다운 조정 없이 직선에 가까운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다만 최고점 부근에서는 긴 윗꼬리와 함께 음봉이 출현했고, 거래량 역시 크게 터지면서 고점 매물 소화 과정에 들어선 모습이 명확합니다.
현재 가격은 단기 이동평균선인 5일선이 꺾이며 20일선과의 괴리가 줄어드는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즉, 급등 이후 초반 조정 국면에 들어선 셈입니다.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단기 상승 에너지는 확실히 둔화된 상태입니다.
주간 차트를 보면 이 종목의 중기 상승 전환이 얼마나 짧은 시간에 집중됐는지 잘 드러납니다. 7~8월까지는 비교적 조용하게 10~20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이다가, 9월부터 대형 양봉이 연속으로 출현하며 완만한 상승이 아닌 수직적 랠리가 시작됐습니다.
주간 기준 30달러, 40달러 구간은 사실상 저항 없이 뚫렸고, 강력한 매수세가 주도한 단기 급등세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최고점인 58.15달러에서 크게 밀리며 종가가 46달러대로 내려앉은 것은 단기 피크아웃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거래량 또한 주간 단위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고점 부근에서 정점을 찍고 다소 줄어드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이는 세력이 일부 이익 실현에 들어갔거나, 단기 매수세가 소진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월간 차트는 이 랠리의 특성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2023년부터 2024년 중반까지는 1달러 이하~한 자릿수의 박스권에 갇혀 있던 주가가 2025년 들어 처음으로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였고, 10월 한 달 동안 단일 월봉으로도 폭발적인 양봉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월간 상승률은 단순한 기관 수급보다는 투기적 자금 유입과 스토리성 기대감이 결합된 경우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실제로 양자 컴퓨팅 테마는 AI 관련 기대감과 함께 단기적으로 강한 모멘텀을 얻었고, 이런 테마성 랠리는 기술적 조정이 상당히 거세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차트를 종합해보면 현재 RGTI는 중장기 횡보 → 단기 폭등 → 고점 부근 조정 진입이라는 전형적인 사이클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월 고점에서 나타난 음봉 전환과 거래량 급등은 랠리의 열기가 절정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며, 단기 조정이 단순한 ‘숨 고르기’인지, 중기 추세 전환의 신호인지는 향후 몇 주간의 흐름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적으로는 40달러 초반~중반 구간이 1차 지지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고, 20일선 이탈 여부가 단기 추세의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중기적으로는 상승 전환 시점이었던 25~30달러 구간이 핵심 지지선이 될 수 있겠습니다.
리게티 주가 상승은 기술적 돌파보다는 테마와 심리에 의해 촉발된 랠리의 성격이 강합니다. CEO의 ‘기대치 조절’ 발언과 최근 2배 숏 ETF 출시 등 외부 요인도 수급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은 추가 급등보다는 변동성 확대와 가격 조정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 리스크 관리 국면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추세 자체는 아직 완전히 꺾이지 않았지만, 단기 고점 이후 첫 번째 큰 파동이 시작될 수도 있는 구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