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암호화폐 이슈를 쉽게 정리해 드리는 미국주식 연구센터입니다.
2025년 10월 18일 소식 전해 드립니다.
비트코인이 한때 10만 4,853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3조 6,400억 달러로 줄어들었습니다. 2025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주, 이른바 ‘블랙 프라이데이’라 불린 폭락 당시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17%나 떨어졌습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고, 그 결과 190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한꺼번에 청산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번 주 추가 하락은 그 충격이 아직 시장에서 완전히 흡수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하락의 시작점은 암호화폐 시장이 아니라 전통 금융권이었습니다.
미국의 지역 은행인 자이언스 뱅코퍼레이션(Zions Bancorporation)과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퍼레이션(Western Alliance Bancorporation)에서 대출 포트폴리오 관련 불안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안전자산으로의 이동(flight to safety)’이라고 부르는데요. 위험 자산을 팔고 현금이나 국채처럼 안정적인 자산으로 옮기는 현상을 뜻합니다.
은행권 불안이 번지면서 전반적인 위험 선호도가 급격히 위축됐고, 암호화폐 시장도 이 충격을 정면으로 맞게 됐습니다.
공포가 확산되자 시장에서는 24시간 동안 10억 9천만 달러 규모의 대규모 강제 청산이 또 한 번 발생했습니다. 레버리지는 빌린 자금으로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인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이 확대되고 강제 청산이 이어집니다. 이런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낙폭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더리움은 하루 만에 7.4% 하락했고, 바이낸스코인은 무려 12.3%나 떨어졌습니다. 리플, 솔라나, 트론, 도지코인, 카르다노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4~9%가량 하락했습니다.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투자 심리 자체가 꺾였다는 점에서 시장 전반에 긴장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번 하락의 배경에는 여전히 ‘4년 주기’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과거 ‘반감기(halving)’를 중심으로 4년 주기 사이클을 보여왔습니다. 반감기는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인데,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이 주기를 전제로 반감기 전에는 사고 이후에는 매도하는 방식을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크게 변했습니다. ETF와 파생상품, 기관 자금 유입으로 예전처럼 단순한 사이클만으로 가격이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과거의 공식을 따르고 있고, 이들의 기계적인 매도가 하락을 부추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래’라고 불리는 대규모 보유자들의 매도까지 겹쳤습니다. 고래는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한 번에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은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줍니다.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 Co.) 분석에 따르면, 이번 하락은 기관보다는 암호화폐 내부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주도했습니다. ETF 자금 흐름은 안정적이었고 CME 그룹(CME Group)의 비트코인 선물 미결제약정도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코인베이스(Coinbase) 거래량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습니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이번 하락을 패닉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지난 2주 동안 비트코인 ETF에는 약 24억 달러, 이더리움 ETF에는 약 4억 6천만 달러가 순유입됐습니다. 시장의 핵심 자금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신호입니다.
다만 모든 ETF가 같은 흐름을 보인 것은 아닙니다. 아크 21셰어스(ARK 21Shares)의 비트코인 ETF에서는 10월 16일 하루 동안 2억 7,520만 달러가 빠져나갔습니다. 이는 8월 이후 최대 규모의 일간 유출입니다.
블랙록(BlackRock), 피델리티(Fidelity Investments), 그레이스케일(Grayscale Investments) 등 다른 주요 ETF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하루 유출 규모만 5억 3천만 달러에 달했고, 일주일 누적으로는 8억 5,870만 달러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오는 10월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기관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방어적으로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미·중 무역 갈등 역시 기관들의 신중한 행보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고래들의 대규모 매도는 시장 전반의 리스크 회피 심리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솔라나, 아베, 아스타 관련 지갑에서 24시간 동안 약 1억 2천만 달러 규모의 자산이 거래소로 이동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래들이 거래소로 자산을 옮기는 건 매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한 솔라나 코인 고래 투자자는 약 1,150만 달러를 몇 시간 만에 매도했고,
한 아베(AAVE) 코인 고래 투자자는 1,980만 달러 규모의 포지션을 정리했습니다.
아스타(Aster) 코인 고래 역시 9,200만 달러어치를 옮기며 500만 달러의 손실을 감수했습니다. 이런 대규모 매도는 특히 변동성이 큰 알트코인 시장에서 충격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모든 시선이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칼라단(Caladan)의 리서치 총괄 데릭 림(Derek Lim)은 “시장 구조 자체는 여전히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TF 자금이 견고하고 기관 자금의 이탈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하락이 구조적인 약세장이 아니라 과도한 레버리지 청산으로 인한 ‘셰이크아웃(shakeout)’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조정 이후 시장이 한층 더 안정적인 지지선을 만들고 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난 적이 여러 차례 있었죠.
앞으로 시장의 향방은 몇 가지 핵심 변수에 달려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10월 29일 열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FOMC 회의입니다. 금리 정책이 완화적이거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면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미·중 무역 협상입니다. 관세 완화나 협상 재개와 같은 진전이 있다면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될 수 있습니다. ETF 자금 흐름 역시 기관들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래들의 매도세가 언제 멈추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들이 매도에서 매수로 전환한다면 시장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비트코인 급락은 외부 금융 충격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번진 사례입니다. 은행권 불안에서 촉발된 공포가 4년 주기 투자자들의 매도, 고래들의 대량 청산, 그리고 레버리지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기관 자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상황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습니다. 과열된 시장이 일시적인 ‘세척 과정’을 거치며 체력을 회복한 뒤 다시 반등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ETF 자금이 유지되고 기관의 매수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은 시장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정이 단순한 ‘흔들림’인지, 혹은 추세 전환의 신호인지는 FOMC 회의 결과, 미·중 무역 변수, ETF 자금 흐름, 그리고 고래들의 매매 움직임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 차트를 가볍게 보겠습니다.
비트코인 일간 차트에서는 9월 말 고점 이후 빠르게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단기 이동평균선(5일선과 20일선)이 급격히 꺾이면서 가격이 주요 지지선 아래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현재 캔들은 200일선 근처에서 지지를 테스트하고 있는데, 이 구간은 최근 몇 달 동안 중요한 지지 구간으로 작용해왔습니다.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어난 상태인데요. 하락 구간에서 거래량이 커진다는 건 강한 매도 압력이 시장을 누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 지지선을 깨고 내려간다면 단기 하락세가 한 번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이 구간에서 매수세가 들어온다면 단기 반등도 가능해 보입니다.
주간 차트를 보면, 비트코인은 2024년 중반부터 꾸준히 상승해 왔고, 2025년 중반에 정점을 찍은 뒤 조정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재 가격은 20주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 선은 중기 추세의 핵심 기준선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주간 차트 상으로는 아직 상승 추세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전 상승 구간에서 가격이 20주선에 닿을 때마다 반등했던 패턴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깊고 캔들의 길이도 긴 편이라, 매도세가 가볍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월간 차트는 전체 시장의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2023년 이후 이어진 강한 상승 흐름이 2025년에 고점을 찍은 뒤 현재는 숨 고르기 단계에 들어선 모습입니다. 5개월선 위에서 움직이던 가격이 처음으로 뚜렷하게 눌리는 모습이 보이고, 최근 몇 개월간 캔들이 상대적으로 짧아지면서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장기 이동평균선들의 정렬 상태는 여전히 ‘상승장’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큰 흐름 자체는 아직 꺾였다고 보긴 어렵고, 중장기 상승 추세 안에서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더 많습니다.
일간 차트에서는 단기 하락세가 뚜렷하고, 200일선 부근 지지 여부가 중요해 보입니다. 주간 차트에서는 상승 추세가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지만, 매도 압력이 강해 중기 방향성이 시험받는 구간입니다. 월간 차트에서는 큰 그림에서 여전히 상승장 안의 조정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죠.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단기 지지선이 얼마나 견고하게 버텨주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이 구간에서 반등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시장이 다시 중장기 상승 흐름으로 회복될 여지가 있고, 반대로 지지선이 무너지면 하락 조정이 길어질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