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암호화폐 이슈를 쉽게 정리해 드리는 미국주식 연구센터입니다.

2025년 10월 17일 소식 전해 드립니다.

시장 긴장 고조: 비트코인, 200일선 아래로 하락

먼저 가장 눈에 띄는 소식은 비트코인(Bitcoin)의 가격 움직임입니다. 비트코인은 200일 단순이동평균선(SMA)인 약 10만 7,500달러를 하향 돌파하면서 약세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서 ‘200일선’은 지난 200일 동안의 평균 가격을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이 선은 시장의 중장기 추세를 판단할 때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집니다. 비트코인이 이 아래로 내려갔다는 건 단기적인 하락이 아니라 전반적인 투자 심리의 위축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비트코인은 10만 5,000 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번 주에만 약 7% 하락했습니다. 지난주에도 6.5% 떨어졌던 걸 감안하면 낙폭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죠. 이더리움, 리플(XRP), 솔라나(Solana) 같은 주요 알트코인들도 9~12% 수준의 주간 하락률을 보였습니다.

이 급락의 배경에는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5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점이 있습니다. ETF에서 자금이 유출된다는 건 투자자들이 해당 상품을 팔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결국 기초자산인 비트코인 수요 감소로 이어집니다.

기술적 관점에서도 경고 신호가 켜졌습니다. 현재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비트코인은 10만 달러 아래까지도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구간은 시장 심리상 중요한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구간이라, 투자자들이 특히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하락은 단순히 암호화폐 시장 내부 요인 때문만은 아닙니다. 미국 채권 시장에서 중요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3.94%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국채 수익률은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보유했을 때 받는 수익률입니다. 이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건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코인 같은 위험자산보다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돈을 옮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리스크 오프(risk-off)’라고 부르죠.

특히 10년물 수익률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입니다. 이 수익률이 하락하면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주 초 미국 필라델피아 연준 제조업 지수가 -12.8까지 떨어지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고, 그 결과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로 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요약하자면, 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해졌고, 이게 비트코인 가격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리플 CEO “이전과 같은 적대적 규제 환경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

시장에 거시적인 압박이 커지는 한편, 정책과 규제 측면에서는 흥미로운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브래드 가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CEO는 워싱턴 DC 핀테크 위크에서 “미국이 다시 과거처럼 적대적인 규제 환경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리플이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분쟁을 치른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리플이 XRP를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고 13억 달러 규모를 판매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은 몇 년 동안 이어졌고, 결국 법원은 일부 XRP 판매는 증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업계 전체에 상당히 의미 있는 선례로 남았습니다.

가링하우스 CEO는 “이미 배는 떠났다”고 표현했습니다. 즉, 암호화폐 산업이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깊이 뿌리내린 만큼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규제와 탄압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는 또 전통 금융권을 향해 “위선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재 미국 중앙은행(Fed)의 지급결제 시스템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마스터 어카운트(master account)’는 은행 등 전통 금융기관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기업들은 이런 접근이 막혀 있죠. 그는 “같은 규제를 적용한다면 같은 인프라 접근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정치적 변수도 얽혀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친(親)크립토 기조를 강조해왔고, 현재도 디지털 자산을 미국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링하우스는 올해 초 트럼프와 직접 만찬을 가진 바 있습니다. 그만큼 정책 환경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새로운 기조: 혁신을 중심에

정책 변화는 리플만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폴 앳킨스(Paul Atkins) 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같은 행사에서 “암호화폐와 토큰화는 SEC의 최우선 과제”라고 선언했습니다. 심지어 “우리 기관 이름을 증권·혁신위원회라고 불러도 되겠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죠.

아킨스 위원장은 전임자였던 Gary Gensler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는 혁신을 장려하는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이 새로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보다 빠르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SEC는 명확한 규제 대신 소송을 통해 기준을 만들어가는 방식, 이른바 ‘규제를 통한 집행(regulation by enforcement)’으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아킨스 위원장은 이런 방식을 벗어나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틀을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현재 미국 정부는 예산 합의 불발로 인한 부분적 셧다운 상태입니다. SEC 역시 최소 인원만 운영되고 있어 실제 제도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조 자체가 친(親)혁신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입니다.


크라켄, 1억 달러 규모의 파격적인 파생상품 시장 진출

시장 가격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업계 기업들은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크라켄(Kraken)은 IG Group로부터 Small Exchange를 1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거래로 크라켄은 미국 내 완전한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파생상품은 비트코인 같은 기초자산의 미래 가격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계약 상품입니다. 대표적으로 선물(futures)과 옵션(options)이 있습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크라켄은 현물 거래와 선물, 마진거래, 리스크 관리, 결제 등 모든 기능을 하나의 규제 틀 안에서 통합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세계 최대 거래소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인수는 단발적인 움직임이 아닙니다. 크라켄은 이미 올해 초 NinjaTrader라는 미국 선물 거래 플랫폼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CME Group에 따르면 미국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6% 증가했으며, 기관 투자자의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크라켄은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서 전략적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거시경제 요인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이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ETF 자금이 빠져나가고, 기술적 지표에서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죠.

하지만 동시에 장기적인 구조 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 규제기관의 기조는 점점 완화되고 명확해지고 있으며, 업계 주요 인사들은 자신감 있는 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형 거래소는 미래 시장을 겨냥한 대형 투자를 진행하고 있죠.

이처럼 ‘단기 하락’과 ‘장기 성장 기반’이 충돌하는 시기에는 시장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바로 이런 시기에 산업의 다음 성장 사이클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끝내기 전에 비트코인 차트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일간 차트에서는 단기 추세가 확실히 꺾였습니다. 캔들 패턴을 보면 최근 며칠 동안 하락 흐름이 강하게 이어지고 있고, 단기 이동평균선(5일선, 20일선)이 전부 하방으로 기울어 있는 모습입니다. 가격은 200일 이동평균선 근처까지 내려온 상태인데, 이 자리는 기술적으로 중요한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구간입니다. 단기 반등이 나올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하락세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둬야 하는 구간이죠.

주간 차트를 보면, 중기 흐름은 여전히 상승 추세 안에 있긴 하지만 탄력이 뚜렷하게 약해졌습니다. 이전까지는 5주선 위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흐름이 최근 들어 5주선과 20주선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 구간에서 조정이 자주 나타났던 만큼 단기적으로는 추가 조정이나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다만 50주선 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추세 자체가 아직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차트를 보면 큰 그림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장기 상승 추세선 위에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가격은 주요 이동평균선(20개월선, 50개월선 등)보다 훨씬 위에 있습니다. 즉, 지금의 조정은 장기 사이클 안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조정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래쪽으로는 8만~9만 달러대의 두터운 지지선이 자리하고 있어,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구조적 하락보다는 ‘숨 고르기’로 해석할 여지가 큽니다.

정리하자면, 단기(일간)로는 뚜렷한 약세 구간에 진입했고, 중기(주간)로는 상승 추세선 근처에서 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장기(월간)로는 여전히 상승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단기 매매와 장기 포지션 전략이 자연스럽게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지지선 붕괴 여부가 중요하고, 장기적으로는 큰 추세가 꺾이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