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지금 AI의 ‘출력’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누가 더 뛰어난 문장을 쓰는가, 누가 더 정교한 이미지를 만드는가, 누가 더 자연스러운 음성을 합성하는가가 경쟁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AI 산업의 진짜 경쟁력은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추론(inference) 기술’, 즉 AI가 결과를 얼마나 빠르고 싸게 만들어내느냐에 있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영역이야말로 AI의 경제성을 결정하는 핵심이죠. 프렌들리AI는 바로 이 영역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프렌들리AI는 생성형 AI의 추론 가속화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스타트업입니다. 겉으로는 단순히 AI 모델을 더 빠르게 작동시키는 기술 같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생성형 AI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만들어낼 때마다 막대한 GPU 연산 자원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도,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높으면 실제 서비스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프렌들리AI는 이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모델 구조를 최적화하고, 연산 효율을 높여 동일한 GPU에서도 더 많은 AI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AI 생태계의 ‘엔진’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AI 작문 도구나 이미지 생성 서비스가 1초 안에 결과를 보여주는 이유는 이런 인프라 기술 덕분입니다. 프렌들리AI는 그 인프라의 구조를 효율화함으로써,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규모의 서비스 기업도 저비용으로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VC(The VC)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프렌들리AI는 2025년 기준 Seed 단계 투자 유치에 성공한 신생 기업으로, 팀 규모는 약 20여 명 내외입니다. 아직 대기업처럼 거대한 연구소를 보유하지는 않았지만, 핵심 멤버 상당수가 KAIST·서울대 등 AI 연구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GPU 최적화와 대규모 언어모델 운영에 특화된 엔지니어들이 주축입니다. 현재 투자자 비공개 상태지만, AI 인프라 분야에 집중하는 벤처캐피털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프렌들리AI가 내세우는 슬로건이 “AI를 더 가볍고, 더 빠르게”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기술적 속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누구나 접근 가능한 형태로 만들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프렌들리AI는 기업형 고객만을 위한 솔루션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도 자체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경량화된 추론 엔진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은 현재 글로벌 AI 시장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거대 모델 경쟁에서 ‘작은 모델 + 빠른 추론’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메타는 오픈소스 모델 ‘LLaMA’를 공개하며 모델 경량화를 시도하고 있고, 구글은 모바일에서도 동작하는 ‘Gemini Nano’를 내놓았습니다. AI가 ‘거대함’의 상징에서 ‘실용성’의 상징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입니다. 프렌들리AI는 이런 트렌드에 맞춰, ‘한국형 온디바이스 AI’를 위한 기술적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국 AI 생태계 전체의 구조적 변화입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AI 시장은 연구소 중심이었고, 실제 상용화된 서비스는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서울시 투자기관 ‘Invest Seoul’이 발표한 ‘CORE 100’ 스타트업 리스트를 보면, 100개 중 절반 이상이 AI 기업이며, 그중 상당수가 생성형 AI·추론 가속화·AI 인프라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코넥스트(Connext)는 제조 현장의 데이터 자동화, 마인즈에이아이(MindsAI)는 기업용 대화형 모델, 브레인유(BrainU)는 감정 인식 AI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이 산업 현장을 바꾸는 동안, 프렌들리AI는 그들의 AI가 더 빠르게, 더 저렴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보이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셈입니다.


AI 산업의 성장에서 ‘보이지 않는 기술’은 언제나 가장 중요했습니다. 반도체가 없었다면 스마트폰도 없었고,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인터넷도 없었죠. 마찬가지로 AI 산업에서 추론 효율화 기술은 ‘전력망’과도 같습니다. 이 기술이 있어야 AI가 대중화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생성형 AI 모델 하나를 훈련하거나 실행하기 위해 막대한 GPU 클러스터와 수십억 원의 예산이 필요했지만, 프렌들리AI의 기술이 상용화되면 그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넘어야 할 벽도 존재합니다. 첫째는 자금 확보입니다. AI 인프라 기술은 개발 기간이 길고 수익화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 파이프라인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글로벌 경쟁입니다. 미국의 Modular, 프랑스의 Mistral AI, 일본의 Preferred Networks 등도 같은 분야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의 고유성과 서비스 연동성에서 차별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는 시장 인식의 벽입니다. AI 생태계에서 인프라 기술은 여전히 ‘조연’으로 취급되기 쉽지만, 프렌들리AI는 이를 ‘주연’으로 끌어올릴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업의 진짜 가치는 단순한 속도 향상이 아닙니다. AI가 진정으로 민주화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의 기반’을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대기업이든 1인 크리에이터든 누구나 자신만의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뤼튼(Luyten)이 콘텐츠를, 코넥스트가 공장을, 마인즈에이아이가 사무실을 변화시킨다면, 프렌들리AI는 이 모든 AI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AI 엔진의 심장’**을 만드는 셈입니다.


아직은 조용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세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언제나 ‘엔진을 바꾸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앞으로 AI 산업이 얼마나 더 빠르고 유연해질 수 있을지는, 이런 보이지 않는 혁신가들이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프렌들리AI가 그 중심에 설 수 있다면, 한국의 AI 산업은 더 이상 거대 모델을 따라가는 위치가 아니라, 세계의 효율을 재정의하는 선두가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