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입니다. 생성형 AI와 산업형 AI가 동시에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기술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경쟁의 무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CORE 100’ 리스트에 선정된 코넥스트(Connext), 마인즈에이아이(MindsAI), 브레인유(BrainU) 세 기업은 단순히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넘어,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가는 핵심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CORE 100’은 서울시 산하의 투자 유치 플랫폼 ‘Invest Seoul’이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AI, 바이오, 핀테크, 로보틱스, 에너지 등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서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100개의 스타트업을 선정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쉽게 말해 한국판 ‘넥스트 유니콘 리스트’로, 선정 자체가 이미 업계에서 기술력과 시장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이 가운데 코넥스트는 산업용 AI 자동화 솔루션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업입니다. 코넥스트는 인공지능을 통해 공정 효율을 높이고 불량률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공장 내에 설치된 수천 개의 센서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그 정보를 분석해 생산 공정을 스스로 조정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에는 숙련된 엔지니어의 ‘감’에 의존하던 영역을 인공지능이 대신 담당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모비스 등 주요 제조 대기업들이 코넥스트의 솔루션을 시범 도입하고 있으며, 생산 라인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하는 ‘자기 최적화형 AI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코넥스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AI를 사무실 속 기술이 아닌 ‘현장의 기술’로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AI가 무엇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마인즈에이아이는 생성형 AI 플랫폼 분야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인간의 사고 구조를 모사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자체 개발해, 한국어에 특화된 AI 대화 엔진을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AI 모델들이 주로 영어를 중심으로 설계된 것과 달리, 마인즈에이아이는 한국어 문맥과 산업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은행, 보험사, 공공기관, 병원 등 보안과 정확성이 중요한 기관에서 자체 AI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마인즈에이아이의 솔루션이 채택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단순한 챗봇 수준을 넘어 고객 응대 자동화, 문서 요약, 보고서 초안 작성, 제안서 자동화 등 실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비즈니스형 AI 파트너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마인즈에이아이는 ‘MindsOS’라는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선보였습니다.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를 동시에 지원해 기업들이 내부 데이터를 안전하게 LLM과 연동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 보안 우려 없이 사내 시스템에 AI를 도입할 수 있게 되었고, 현재 삼성SDS, 포스코ICT, 신한투자증권 등 대기업들이 MindsOS를 기반으로 한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마인즈에이아이는 이렇게 현실적인 AI 도입 장벽을 낮추며 국내 AI 확산의 속도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브레인유는 이름 그대로 ‘인간의 두뇌’를 연구하는 AI 기업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뇌파 분석 스타트업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집중력, 스트레스 반응을 실시간으로 해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 헬스케어, 교육, 심리치료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의 뇌파 데이터를 분석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을 감지하고, AI가 자동으로 학습 환경의 조명이나 음악, 콘텐츠 구성을 조정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과 협업해 직장인의 ‘AI 기반 멘탈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감정 변화를 인식해 AI가 대화형 상담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브레인유의 접근은 기술보다 사람 중심적인 철학에서 출발합니다. “AI가 인간의 생각을 모방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시대로 넘어간다”는 것이 그들의 핵심 비전입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계산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반응하는 AI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브레인유는 감성 지능 기반 AI 분야에서 선두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세 기업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인공지능을 기술이 아닌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구글이나 오픈AI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들과 정면 경쟁하기보다 자신들만의 틈새시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셋째, 한국형 데이터와 산업 환경에 최적화된 독자 모델을 개발했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현재 AI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세계 AI 시장은 이미 엔비디아, 오픈AI,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들은 단순히 기술을 따라가는 대신, 산업 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형 AI로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코넥스트는 제조 현장을, 마인즈에이아이는 사무 환경을, 브레인유는 사람의 감정을 바꾸고 있습니다. 세 기업이 각자의 영역에서 AI를 실질적인 변화의 수단으로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의 지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는 CORE 100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외 투자 유치, 기술 검증(PoC), 글로벌 전시회 참가 기회를 제공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들이 단순한 로컬 플레이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과 시장성을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CORE 100에 선정된 기업 중 약 30%가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그중 상당수는 미국 실리콘밸리, 일본, 싱가포르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한국의 AI 생태계는 지금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은 대기업의 전유물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스타트업들이 산업의 중심에서 실제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코넥스트는 공장을 바꾸고, 마인즈에이아이는 사무실을 바꾸며, 브레인유는 사람의 일상과 감정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들의 여정은 단순한 성장 스토리가 아니라, 한국이 전 세계 기술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력 그 자체보다 ‘적용력’과 ‘속도’에 있습니다. 세 기업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팀입니다. CORE 100이라는 무대는 단지 시작일 뿐이며, 한국 스타트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켜 나가는 여정의 출발선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코넥스트, 마인즈에이아이, 브레인유 같은 기업들이 한국 AI 산업의 주역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투자자와 창작자 모두에게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