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암호화폐 이슈를 쉽게 정리해 드리는 미국주식 연구센터입니다.
2025년 10월 15일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비트코인 하락과 ETF 자금 유출
비트코인 (Bitcoin) 가격이 한때 11만 2천 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ETF 자금 흐름의 급격한 전환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ETF는 주식시장에 상장돼 투자자들이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금융 상품인데요. 특히 ‘스팟 비트코인 ETF’는 실제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어 전통 금융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들어오는 대표적인 관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며칠 사이 이 ETF에서 큰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시장 전체의 매수세가 약해졌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10월 14일 하루 동안 미국 스팟 비트코인 ETF에서는 약 3억 2천 6백만 달러가 빠져나갔습니다. 이더리움 ETF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약 4억 2천 8백만 달러가 유출됐습니다. 이 가운데 Grayscale Investments GBTC에서 1억 4천 5백만 달러, Bitwise BITB에서 1억 1천 5백만 달러가 빠져나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BlackRock IBIT에서만 약 6천만 달러의 순유입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기관 자금은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다는 뜻이죠.
ETF 자금 흐름은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매도 압력과 거의 직결됩니다. 자금이 들어오면 ETF 운용사는 그만큼의 비트코인을 사들여야 하고, 반대로 자금이 빠져나가면 매도하게 되죠. 그래서 ETF 자금 흐름은 시장의 ‘기류’를 읽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로 여겨집니다.
크로노스 리서치(Kronos Research)의 Vincent Liu CIO는 “이번 유출은 대규모 청산 직후 나타난 조심스러운 태도”라고 설명했고, 프레스토 리서치(Presto Research)는 “장기적인 시장 비관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위험 회피 움직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도 위험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흔히 ‘디리스킹(derisking)’이라고 부르는데요, 쉽게 말해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겁니다. 실제로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에서 ‘오픈 이자(Open Interest)’라고 불리는 미결제약정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계약의 총합을 의미하는데요, 이 숫자가 줄었다는 건 시장 참여자들이 공격적인 포지션을 접고 있다는 뜻이죠.
특히 탈중앙 파생상품 거래소(Perp DEX)에서 오픈 이자가 약 260억 달러에서 140억 달러 이하로 급락했습니다. 하루 대출 수수료도 2천만 달러를 넘기며 자금 경색이 뚜렷해졌습니다.
옵션 시장에서도 하락 방어 심리가 두드러졌습니다. 트레이더들이 11만 5천 달러와 9만 5천 달러 구간의 풋옵션(가격 하락 시 수익을 보는 옵션)을 집중적으로 매수했고, 반대로 상승에 베팅하던 콜옵션은 대거 매도세로 돌아섰습니다. 단기적으로 시장이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입니다.
메타플래닛의 이례적인 주가 상황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며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빠지면서 메타플래닛(Metaplanet)의 기업가치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Bitcoin) 자산 가치보다 낮아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mNAV(기업가치÷비트코인 자산가치)가 0.99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는 시장이 회사를 자산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메타플래닛은 2024년부터 비트코인 재무 전략을 본격화하며 공격적으로 코인을 사들였고, 현재 30,823 BTC(약 34억 5천만 달러)를 보유해 전 세계 상장사 중 4위에 올라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주가가 18% 이상 떨어졌고, 하루 낙폭만 12%를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벤치마크 이쿼티 리서치(Benchmark Equity Research)는 메타플래닛의 장기 전략에 여전히 긍정적입니다. 희소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 가치와 금융 상품 확장 가능성을 이유로 2026년 말 목표 주가를 2,400엔으로 제시했습니다.
mNAV가 1 아래로 떨어졌다는 건 단기적으로는 투자 심리 위축 신호지만, 장기 투자자에게는 전략적 진입 구간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메타플래닛의 향방은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과 거시경제 환경에 달려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퇴직연금 법안
비트코인 가격과 자금 흐름 이슈와 별개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암호화폐 시장의 중장기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 트로이 다우닝(Troy Downing) 의원이 ‘Retirement Investment Choice Act’라는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는데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지시했던 내용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이 법안은 미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 제도인 401(k)에 비트코인이나 사모펀드 같은 대체자산을 편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반 근로자들도 별도의 거래소 가입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암호화폐에 간접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 시절에는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 때문에 이런 움직임에 부정적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금융 접근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퇴직연금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되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겁니다.
미국 정부의 사상 최대 규모 비트코인 압수
이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 속에서 미국 법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Justice, DOJ)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약 12만 7천 개의 비트코인을 압수했다는 소식인데요, 이는 시가 약 140억 달러로 미국 정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암호화폐 압수입니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영국이 공조해 단속한 초대형 글로벌 사기 조직에 대한 수사 결과로, 양국 정부는 이를 “역사상 가장 큰 암호화폐 금융 범죄 단속 중 하나”라고 표현했습니다. 사건의 중심 인물은 중국 출신으로 영국과 캄보디아 국적을 가진 첸 즈(Chen Zhi)라는 인물인데, 프린스 그룹(Prince Group)이라는 기업 제국을 운영하고, 대규모 온라인 투자 사기와 강제노동 범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기소는 미국 뉴욕 동부지방법원(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the Eastern District of New York)에서 이뤄졌으며, 혐의는 전신사기 공모, 자금세탁 공모, 뇌물 수수 등입니다.
첸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지만, 수사 당국은 그가 수년간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피해자에게 암호화폐 투자를 가장한 사기를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프린스 그룹이라는 조직은 캄보디아 전역에 최소 10개의 대형 사기 거점을 운영해왔고, 이곳에서 수많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강제노동을 당했습니다. 건물은 높은 담장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피해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가짜 투자 상품을 판매하도록 강요받았습니다.
사기 방식은 흔히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이라고 불리는 수법이었습니다. 이 수법은 가짜 연애 관계나 긴급한 도움 요청, 혹은 높은 수익률을 내세운 투자 제안을 통해 피해자를 서서히 신뢰하게 만든 뒤, 큰 금액을 송금하게 만들고 이를 빼돌리는 방식입니다. 미국 검찰은 첸이 ‘폰팜(phone farm)’이라 불리는 대규모 콜센터를 운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설에서는 수백 대의 휴대폰이 동시에 소셜미디어 계정을 조작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습니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일부 시설에는 1,250대의 휴대폰이 설치되어 약 7만 6천 개의 계정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조셉 노첼라 주니어(Joseph Nocella Jr.) 미국 뉴욕 동부지검장은 “피고인은 역사상 가장 큰 투자 사기 조직 중 하나를 지휘했다”며 “이 범죄는 전 세계를 오염시켰고, 수년간 법망을 피해왔다”고 밝혔습니다. FBI 측 역시 이 조직이 수천 명의 강제노동 피해자들을 동원하고 수많은 투자자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첸은 현재 도피 중이며,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4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압수된 비트코인은 현재 미국 정부의 관리 하에 있으며, 이번 사건은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보유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탄, 국가 디지털 신원 시스템 이더리움으로 이전
한편 부탄(Bhutan) 정부가 자국의 국가 디지털 신원 시스템(NDI)을 폴리곤(Polygon)에서 이더리움(Ethereum)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부탄은 이더리움 기반으로 국가 신원 시스템을 운영하는 첫 번째 나라가 됩니다.
부탄 공영방송 Bhutan Broadcasting Service에 따르면 시스템 전환은 이미 시작됐으며, 2026년 1분기 안에 완료될 예정입니다. 지그메 텐징(Jigme Tenzing) GovTech Agency 사무총장은 “이더리움으로의 전환을 통해 보안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야 미야구치(Aya Miyaguchi) 이더리움 재단 대표는 “부탄의 이번 결정은 전 세계 디지털 신원 시스템 발전에 있어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출범식에는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공동 창업자도 참석했습니다.
부탄은 이와 별개로 비트코인 보유 전략도 강화해 왔습니다. 현재 6,371 BTC를 보유해 세계 정부 중 6위이며,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도입해 디지털 경제 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번 이더리움 전환은 기술적 전환을 넘어 국가 디지털 주권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