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4일,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시장이 크게 술렁였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해당 자회사들이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 활동에 협력해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조치는 단순히 한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 미·중 간 갈등이 조선업이라는 산업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해양 조선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특히 2024년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쉽야드(Philly Shipyard)’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미국 내 해양 생산 기반을 강화했는데, 이는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자국 조선업 재건 정책’과 맞닿아 있는 행보였습니다. 미국은 자국 항만과 조선소를 중심으로 한 ‘해양 주권 강화’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고, 한국은 그 과정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화오션이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 선 만큼,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한국의 해양 협력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협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제재 대상은 한화오션이 미국 내에서 설립한 법인 5곳으로, 이들에 대한 거래, 협업, 투자, 기술 이전 등이 모두 금지됩니다. 중국 내 기업과 개인은 해당 법인과의 모든 형태의 비즈니스가 제한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조치를 자국의 ‘반(反)외국 제재법’을 근거로 들었으며, 이는 미국이 중국 기업들을 제재할 때마다 ‘상호 대응’ 형태로 쓰이는 법적 틀입니다. 이번 결정은 법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모두 상당한 파급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중국 내 매출보다도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협력망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향후 프로젝트 수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식시장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제재 소식이 전해진 당일, 한화오션의 주가는 약 5%에서 8%가량 하락하며 단기 충격을 받았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발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고, 조선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중국이 향후 추가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단기적 불안감이 커진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이 사안을 단순히 악재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번 사태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조선업이 ‘전략적 산업’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미국은 자국의 해양 운송 능력과 방산·조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 우방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이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특히 한화오션은 해양 플랜트, 군함, 잠수함 등 고부가가치 조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미국의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제재는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이번 조치는 미국의 ‘조선 동맹’에 대한 견제 성격이 강합니다. 최근 중국은 반도체, 희토류, 드론, 해운 등 전략 산업에서 미국과의 대립 구도를 강화해왔고, 조선 분야에서도 자국의 기술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민감하게 대응해왔습니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선박의 항만 입항 절차를 강화하거나 요금을 인상하는 등 규제를 확대하자,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화오션의 미국 법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한편으로 미국과의 협력에 나선 다른 국가 기업들에도 ‘경고 신호’를 보내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즉각 움직였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국 측과 외교 채널을 통해 제재 관련 입장을 전달하고 있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외교적 긴장을 확대하기보다는 실질적 해결을 목표로,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도 함께 대응 중이며, 한화오션의 대중 거래나 해외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파장은 단지 한화오션 한 기업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 조선업 전반이 공급망 다변화와 리스크 헷지를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 온 것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부품·소재 분야에서 중요한 공급처이지만,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한국 기업들은 미국, 일본, 유럽, 중동 등으로 공급망을 분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최근 중동 지역의 LNG 운반선 수주를 확대하고 있으며, 친환경 선박과 자율운항선 개발 등 고부가가치 기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는 글로벌 해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 간의 항로가 긴장 상태에 들어서면, 물류비용이 오르고 선박 배치 전략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환적 항로를 바꾸거나 대체 항만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국제 운송비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는 장기적으로 일본과 유럽 조선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 기술력으로 선도하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결국 이번 제재는 단기적으로는 기업과 시장에 부담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은 이미 기술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리스크 관리’와 ‘외교적 균형’입니다. 한화오션은 중국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미국 및 글로벌 해양 프로젝트에서 입지를 강화해야 하고, 정부는 외교적 대응을 통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미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중국이 제재를 확대해 미·중 조선 갈등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조선업체들의 단기적 어려움은 커질 것입니다. 둘째, 한국 정부의 외교적 중재를 통해 부분적 봉합이 이뤄진다면, 불확실성은 점차 완화될 것입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공급망을 재편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탈중국’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결국 조선업이 더 이상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한 축이자 미·중 패권 경쟁의 전장**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주가 하락에 휘둘리기보다, 이 흐름을 장기적인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로 읽는 것이 현명합니다. 한화오션이 이번 위기를 기술력과 전략으로 돌파해낸다면, 오히려 ‘글로벌 해양 리더’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조선 산업이 다시금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지금, 시장은 위기 속의 기회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싸움의 진짜 승자는 ‘누가 먼저 변화에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