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암호화폐 이슈를 쉭베 정리해 드리는 미국주식 연구센터입니다.
2025년 10월 14일 소식 전해 드립니다.
2025년 10월 둘째 주는 암호화폐 시장에 있어 매우 극적인 시기였습니다. 단 몇 시간 만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면서 시장 전반이 크게 흔들렸고, 일부 알트코인은 잠시 동안 ‘0’ 달러에 가까운 가격까지 폭락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시점에 거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기업들이 오히려 공격적으로 매수를 늘리는 장면도 동시에 벌어졌는데요.
단기적으로는 공포와 혼란이 컸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또 다른 흐름이 드러난 셈이죠.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는 가운데, 전략적 자산 축적에 나서는 기업들이 있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스트래티지의 대규모 비트코인 매수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가 사명을 스트래티지(Strategy)로 바꾼 이후에도 공격적인 매수 행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스트래티지는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총 220개의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수했습니다. 매입 금액은 약 2,720만 달러, 개당 평균 가격은 12만 3,561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이로써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총 64만 250개에 달하게 되었는데요. 현재 시세 기준으로 약 730억 달러 규모입니다. 이 물량은 비트코인 전체 발행 한도(2,100만 개)의 3% 이상을 차지합니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고정된 자산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비중을 한 기업이 보유한다는 건 시장 구조상 굉장히 큰 영향력을 가진다는 뜻이죠.
스트래티지의 전체 평균 매입 단가는 약 7만 4,000달러이며, 지금 시세 기준으로 계산하면 평가이익만 약 256억 달러에 달합니다. 아직 실현된 수익은 아니지만, 그 규모 자체가 엄청나죠.
이 회사가 이렇게 꾸준히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이유는 독특한 자금 조달 방식에 있습니다. 스트래티지는 일반적인 회사처럼 은행 대출을 받는 대신 ‘영구우선주(perpetual preferred stock)’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영구우선주는 만기가 없는 주식으로, 투자자에게 일정한 배당을 지급하면서도 원금 상환 의무는 없습니다. 덕분에 전략은 현금 흐름을 조절하면서도 매입을 이어갈 수 있죠.
이번에도 STRK, STRF, STRD라는 세 가지 종류의 우선주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STRK는 전환 가능 우선주로 8%의 비누적 배당을 지급하며, STRF는 전환 불가능하고 10%의 누적 배당을 지급합니다. STRD는 전환 불가능하며 10%의 비누적 배당을 지급하지만, 가장 높은 위험과 수익률을 가진 구조입니다.
스트래티지는 여전히 ‘42/42 플랜’이라는 계획을 밀고 있는데, 2027년까지 총 840억 달러를 조달해 비트코인을 계속 사들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원래 420억 달러를 목표로 한 ‘21/21 플랜’이 있었지만, 이미 자금이 소진되면서 목표 규모를 두 배로 키웠습니다.
이번 매수는 시장이 가장 불안정했던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징적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을 때, 스트래티지는 오히려 대규모로 매입을 단행했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장기 투자자들의 ‘공포 속 매수’가 시장 반등의 신호가 된 적이 많았죠.
다만 10월 14일 저녁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금요일에 찍었던 저점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뭐, 마이클 세일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지만 저점이 무너지면 개인들의 매도세가 강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비트마인 이미전의 이더리움 대량 매집
역대급 코인 폭락을 매수 기회로 삼았던 것은 스트래티지만이 아니었습니다. 비트마인 이머션(BitMine Immersion) 역시 이더리움을 대규모로 추가 매입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비트마인의 보유 이더리움은 303만 개를 넘었고, 현재 가치로 약 126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전체 이더리움 유통량의 약 2.5% 수준입니다.
이번에도 10월 6일 이후 약 20만 2,037개의 이더리움을 추가 매수했으며, 이로써 비트마인은 전 세계 최대 이더리움 보유 기업이 되었습니다. 스트래티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재무 보유 회사이기도 하죠.
비트마인은 Ark Invest와 Founders Fund, Pantera Capital, Galaxy Digital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더리움 유통량의 5%를 목표로 장기 매집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이더리움 가격이 최근 11% 이상 급락한 시점에 매수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명확한 ‘저가 매집’ 전략이 보입니다. 공포 속에 매수하는 전형적인 기관의 패턴이죠.
다만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이더리움 역시 반등을 오래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하락을 하며 4000 달러 밑에서 거래되고 있는데요. 저점을 지켜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폭락에 대응한 바이낸스
다음은 바이낸스(Binance) 소식입니다. 바이낸스는 이번 폭락 사태에서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거래소였습니다. 시장이 급락하던 그날, USDe, BNSOL, WBETH 세 가지 자산이 기준가에서 크게 벗어나는 ‘디페깅(depeg)’ 현상이 발생했는데요. 디페깅이란 달러나 특정 자산에 고정돼 있어야 할 가치가 극단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을 말합니다. USDe는 원래 1달러에 고정돼 있어야 했지만, 당시 바이낸스에서는 가격이 0.66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사태 직후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바이낸스에서 디페깅이 먼저 발생했고, 그것이 시장 전체 폭락을 촉발했다”는 루머가 빠르게 퍼졌습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바이낸스에 대한 외부 공격이 있었다”거나 “거래소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식의 추측까지 제기됐습니다. 다시 말해, 거래소의 문제가 곧 시장 붕괴의 출발점이었다는 루머였죠.
이에 대해 바이낸스는 곧바로 입장을 내고 사실관계를 정정했습니다. 회사 측 기록에 따르면 실제 폭락은 10월 10일 21시 20분에서 21분(UTC) 사이에 이미 시작됐고, 심각한 디페깅은 그보다 약 15분 뒤인 21시 36분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즉, 폭락이 먼저였고, 디페깅은 그 여파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다른 주요 거래소에서는 USDe 가격이 큰 폭으로 이탈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는 바이낸스의 시스템 문제로 시장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시장 폭락이라는 외부 충격이 바이낸스 내 가격에도 반영된 결과라는 뜻이죠.
이와 별개로 바이낸스는 피해를 입은 사용자들에게 약 2억 8,300만 달러를 보상했습니다. 마진, 선물, 대출 상품에서 해당 자산을 담보로 사용하던 고객들과 Earn 상품 이용자들이 대상이었습니다. 회사는 이 보상금을 두 차례에 걸쳐 지급했으며, 추가 보상 건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ATOM, IOTX 같은 알트코인들의 비정상적인 가격 급락이었습니다. 바이낸스는 일부 토큰의 지정가 주문이 2019년부터 남아 있었고, 급락 당시 유동성이 마르면서 이런 초저가 주문들이 체결돼 가격이 일시적으로 0.01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IOTX의 경우 웹페이지 표시 소수점 제한 때문에 가격이 ‘0’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격 산정 지표에 자산 상환 가격을 반영하고, USDe의 경우 기준가에 ‘소프트 하한선’을 도입해 향후 비슷한 사태를 방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낸스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가격 산정 기준을 보완하고, 하한선을 두는 장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지코인 재단의 상장 발표
전체적으로 코인 시장 분위기가 흉흉한 와중에 흥미로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도지코인 재단(Dogecoin Foundation)의 기업 부문인 하우스 오브 도지(House of Doge)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Brag House Holdings와의 합병을 통해 상장에 나섭니다. 이 소식은 밈코인으로 출발한 도지코인이 점차 ‘실제 금융 생태계’로 발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우스 오브 도지는 브래그 하우스와의 역합병(reverse takeover)을 통해 상장 절차를 진행합니다. 역합병은 일반적인 IPO(기업공개)와 달리, 이미 상장된 회사를 인수해 바로 상장사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합병 후 하우스 오브 도지는 브래그 하우스의 최대 주주가 될 예정이며, CEO인 마르코 마르지오타가 합병된 회사의 최고경영자로 취임하게 됩니다. 이사회 7명 중 6명도 하우스 오브 도지 측에서 임명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셈이죠.
브래그 하우스는 대학생과 Z세대를 대상으로 한 e스포츠 기업으로, 디지털 문화와 게임, 커뮤니티 기반 활동에 강점을 가진 회사라고 합니다. 브래그 하우스의 CEO 라벨 후안 말로이 2세는 합병 후에도 이사회에 남아 e스포츠 부문을 계속 이끌게 됩니다. 그는 이번 합병에 대해 “도지코인은 글로벌 디지털 화폐로서 대담한 비전을 가지고 있고, 브래그 하우스는 그 비전을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녹여낼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이번 합병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디지털 자산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합병은 내년 1분기 내 마무리될 예정이며, 브래그 하우스는 약 5억 9,400만 주의 보통주를 새로 발행할 계획입니다. 이 중 대부분은 하우스 오브 도지 주주들에게 돌아가며, 결과적으로 하우스 오브 도지가 최대 주주로 자리하게 됩니다.
올해 들어 하우스 오브 도지는 금융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었는데요. 4월에는 21Shares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 최초의 도지코인 상장지수상품(ETF)을 출시했습니다. 해당 펀드는 약 1억 700만 개의 도지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운용 자산 규모는 약 2,600만 달러에 달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클린코어 솔루션(CleanCore Solutions)과 협력해 ‘공식 도지코인 재무 자산 운용 플랫폼’을 출범시켰습니다. 현재 이 플랫폼에는 약 7억 3,000만 개의 도지코인이 보관돼 있으며, 같은 시기에 미국 최초의 현물 도지코인 ETF도 출범했습니다. 또한 Robinhood와 수탁 파트너십을 맺어 기관 투자자들이 도지코인을 안정적으로 보관·운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과거 밈코인은 재미와 커뮤니티 중심의 자산으로만 인식됐지만, 이제는 기관과 금융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려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게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요.
물론 도지코인은 Z세대의 문화와 게임, 커뮤니티 기반 플랫폼에 결합돼 유통망을 넓히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단순한 시세 상승보다는 실질적인 사용성과 결제 네트워크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번 상장은 그 전략의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역대급 청산 사태가 벌어지며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여 손절할 때, 어떤 이들은 ‘기회’를 보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트래티지(Strategy)는 비트코인의 공급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매수했고, 비트마인 이머션(BitMine Immersion)은 이더리움의 시장 지분을 넓혔습니다. 바이낸스(Binance)는 거래소의 안정성과 신뢰 회복을 위해 막대한 보상을 단행했고, House of Doge는 상장을 통해 도지코인을 ‘밈코인’에서 실물 기반 자산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은 소규모 개인 투자자보다는 기관과 기업의 전략적 움직임이 가격과 구조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변동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변동성을 이용하는 주체가 바뀌고 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