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앞두고 ‘이제 생활비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한 번쯤 하셨을 거예요.
수익률만 바라보던 시절은 지나고, 이제는 언제·얼마나 안정적으로 돈을 꺼내 쓸 수 있을까가 핵심이죠.
사실 퇴직연금 수령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평생 현금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어요.
분할 수령의 기본 3가지
연금처럼 나누어 받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꼭 맞아야 합니다.
- 만 55세 이후
- 가입 후 5년 이상 경과
- 연금수령한도 내에서 인출
한도 계산식은 ‘계좌 평가액 ÷ (11−연차) × 120%’인데, 복잡하게 느껴지죠?
사실 요령은 간단합니다.
처음엔 너무 많이 꺼내지 말고, 해마다 늘어나는 ‘분모’를 감안해 인출 금액을 조금씩 조정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이번 해엔 얼마나 받을까?”를 줄자처럼 쉽게 가늠할 수 있죠.
단, 한도를 초과해 빼면 ‘연금 외 수령’이 되어 세금 불이익이 생길 수 있으니, 욕심보단 꾸준함이 답입니다.
IRP vs 연금저축, 선택의 기준은 ‘투자 동선’
많은 분들이 “IRP랑 연금저축, 뭐가 더 좋아요?”라고 물어보시는데요.
사실 어디서 투자하느냐가 선택 기준이 됩니다.
펀드나 ETF, 리츠처럼 상장상품을 자주 다루신다면 증권사 IRP가 편합니다.
다만 IRP는 위험자산 70% 제한이 있어 과열을 막아주지만, 가끔 답답할 수도 있어요.
이럴 땐 제약을 불편하게 여기기보다, 이를 기준으로 리밸런싱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핵심은 “하고 싶은 투자보다, 연금 지급이 끊기지 않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끊기지 않는 지급 구조 만들기
연금은 결국 ‘이번 달에도 제때 들어오나?’가 가장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 가지 시계를 둡니다.
현금 확보 시계 – 지급일 3~5영업일 전엔 필요한 현금을 미리 확보해 두세요.
매도 순서 시계 – 현금성 → 원리금보장 → 안정형 → 실적배당 순으로 자동 매도되게 설정하면, 급한 상황에도 자동으로 정리됩니다.
분배금 캘린더 – 월분배 펀드나 쿠폰형 자산에서 들어오는 현금은 생활비의 ‘기본 라인’이 되어줍니다.
이렇게 현금 흐름을 자동화해 두면, 계좌를 ‘쥐어짜듯’ 팔 필요가 없습니다.
인출률 3.7%와 2년치 현금 버킷
많이들 아는 ‘4% 룰’ 대신, 요즘은 3.7% 인출률이 더 현실적입니다.
금리와 시장 밸류를 고려하면 이 정도가 안정적이에요.
하지만 숫자 하나로 모든 상황을 버티긴 어렵죠.
그래서 현금이나 초단기채 1~2년치를 따로 보관해두세요.
시장이 흔들릴 땐 이 버킷에서 생활비를 쓰고, 회복기엔 다시 채워 넣는 겁니다.
이 단순한 장치 하나로도, 은퇴 초반의 하락장이 평생의 상처가 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폭풍이 와도 지붕이 새지 않게” 해주는 안전장치죠.
세금은 길게, 얇게, 규칙적으로
세금 부분은 생각보다 친절합니다.
분할 수령 시 나이에 따라 세율이 5.5% → 4.4% → 3.3%로 점점 낮아지고,
종신형으로 받으면 더 얇아집니다.
또 퇴직금을 이연퇴직소득으로 계좌에 옮기면,
퇴직소득세의 70%만 원천징수, 10년 이상 받으면 60%만 납부하게 됩니다.
즉, 오래·얇게·꾸준히 받을수록 훨씬 유리하다는 뜻이죠.
추가로 연간 1,500만 원 정도를 기준선으로 두면,
세금과 각종 행정 이슈에서도 훨씬 여유롭습니다.
정리하자면
퇴직연금은 ‘많이 모으는 법’보다 ‘오래 안정적으로 쓰는 법’이 더 중요합니다.
한도·버킷·세금 세 가지만 명확히 알고 실천해도,
은퇴 이후의 현금 흐름은 훨씬 단단해집니다.
IRP든 연금저축이든 핵심은 하나예요.
“꾸준함이 최고의 수익률이다.”
자동이 아니면, ‘습관’이 자동이 되게 하라
퇴직연금이나 ETF로 연금을 받는 분들이 자주 하는 착각이 하나 있어요.
“이건 자동으로 들어오겠지?” 하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ETF는 사업자에 따라 자동 매도 기능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제 타이밍이 어긋나면, 그 달 연금이 통째로 ‘쉬어버리는’ 일이 생기죠.
의외로 이런 실수가 꽤 많습니다.
해결 방법은 단순합니다.
지급일 며칠 전, 직접 매도해서 현금으로 바꿔 두기.
그리고 이걸 캘린더에 고정 습관으로 만들어 두세요.
자동 시스템이 없으면, 습관이 자동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꾸준함이 가장 강력한 자동화죠.
현실적인 설계법 복잡하지 않아야 오래간다
퇴직연금 설계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분배금·이자·쿠폰으로 고정지출을 메워 기본 생활 리듬을 만듭니다.
그다음 시장이 좋을 때만, 가변 지출용으로 추가 매도를 하는 거예요.
인출률은 3.7%를 기준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0.5% 안에서 조절하면 충분합니다.
계좌는 한두 곳으로 단순화하고, 리밸런싱은 분기마다,
매도 순서 점검은 반기에 한 번만 해도 됩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체크리스트 몇 줄이면 끝납니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에요.
“투자하면서 효율적으로 연금을 받는 것”, 그게 실행의 언어입니다.
시대가 바뀌면 기준도 달라진다
요즘처럼 물가가 오르고, 기대수명이 길어진 시대에는
‘몇 % 벌었나’보다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받았나’가 진짜 실력입니다.
저는 은퇴 설계의 핵심을 세 단어로 압축합니다.
세율, 한도, 현금흐름.
이 세 가지 바퀴만 잘 굴러가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앞으로 규제가 완화되면, 배당 성장 + 쿠폰 + 현금 버킷을 엮은 전략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겁니다.
이제 목표는 최고 수익률이 아닙니다.
“끊김 없는 지급률”, 이게 진짜입니다.
돈이 인생을 바꾸진 않습니다.
하지만 끊기지 않는 현금흐름은 당신의 삶을 지켜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