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경제 성장을 연구한 조엘 모키어(79·네덜란드)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립 아기옹(69·프랑스)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피터 하윗(79·캐나다) 미 브라운대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음

  • 13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새로운 기술이 지속적인 성장을 어떻게 이끌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했음

  •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창조적 파괴가 어떻게 갈등을 야기하는지, 이러한 갈등이 건설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혁신은 기존 기업과 불이익을 당할 위험에 처한 이해관계 집단에 의해 저지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고 했음

  • 먼저 경제사학자인 모키어는 “과학적 돌파와 실용적 응용이 서로를 강화하고 지속적 경제 성장을 이끄는 메커니즘을 설명했다”고 노벨위원회는 밝혔음. 또 “(이런 메커니즘이) 기존 이익에 도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이고 변화를 허용하는 사회의 중요성도 (모키어는) 입증했다”고 했음


  • 아기옹과 하윗은 1992년 논문에서 ‘창조적 파괴’를 둘러싼 수학적 모델을 구축. 기업들이 생산 공정을 개선하고 더 나은 품질의 신제품을 위해 투자하는 방식, 기존 최상위 제품 보유 기업들이 경쟁에서 밀려나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규명

  • 노벨위원회는 “성장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발생한다”며 이 과정은 혁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창조적이지만, 동시에 오래된 제품이 쓸모없어지고 상업적 가치를 상실하므로 파괴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두 공동 연구자가 규명했다고 했음

  • 아기옹은 프랑스 최고의 연구 집단으로 불리는 콜레주 드 프랑스뿐 아니라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유럽 경영대학원),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도 교수직을 맡고 있음

  • 존 해슬러 노벨경제학상 선정위원장은 “수상자들의 연구는 경제 성장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창조적 파괴를 유지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정체할 것”이라고 했음

<시사점>

2025년 노벨경제학상은 조엘 모키어(Joel Mokyr, 네덜란드,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리프 아기옹(Philippe Aghion,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피터 하윗(Peter Howitt, 캐나다, 미 브라운대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경제성장을 단순한 수치나 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혁신이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창조적 파괴의 순환 과정’으로 보았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요제프 슘페터가 80여 년 전 제시한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려,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이론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슘페터(1883~1950, 오스트리아)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창조적 파괴”라 규정했습니다. 기업가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도입할 때, 기존 산업은 쇠퇴하고 경제구조는 흔들리지만, 바로 그 과정이 자본주의의 생명력이라 했습니다.

아기옹과 하위트는 이 사상을 내생적 성장 이론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들의 모델에서 혁신은 우연이 아니라 기업의 연구개발(R&D), 경쟁, 정책 환경 등 경제 내부의 선택에 의해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모키어는 여기에 역사적 맥락을 더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유럽이 장기 성장에 성공한 것은 단순한 기술 축적이 아니라 지식을 축적하고, 실험을 허용하며, 실패를 포용하는 문화 덕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슘페터의 이론은 매우 혁신적이었지만 수학적 모델링이 없었고 정성적 서술에 그쳤습니다. 즉 혁신이 어떻게, 왜, 얼마나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가를 정량적으로 설명하는 메카니즘이 없었습니다. 슘페터는 기술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 변화가 경제 내부요인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오는지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아기옹과 하윗은 슘페터의 사상을 현대 내생적 성장이론 안으로 끌어들여 수학적 모델링을 하였고, 경제사학자인 모키어는 슘페터의 철학적 비전과 아기옹-하윗의 수리적 경제모형을 역사적으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제 이 이론은 AI(인공지능) 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현상 속에서 다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AI는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를 대체하면서 기존 산업과 일자리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데이터 분석·생성형 콘텐츠·로봇공학 등 새로운 산업을 태동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현대적 재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AI는 파괴를 통해 창조하고, 창조를 통해 또 다른 파괴를 불러오는 ‘가속된 순환 구조’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는 혁신의 연쇄를 통해 성장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이전 기술을 대체하고, 또 다른 혁신이 그 자리를 이어받습니다. AI혁명과 같은 기술혁명은 바로 이 순환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와 사회가 불균형을 겪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경제학의 진보를 넘어, 현대 사회가 직면한 AI 시대의 성장과 불평등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AI의 창조적 파괴는 엄청난 효율과 부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대량 실업, 기술 독점, 불평등의 확대라는 사회적 비용도 동반합니다. 혁신을 두려워해 멈출 수도, 고통을 외면한 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단순한 기술진흥을 넘어, 포용적 혁신(inclusive innovation : 혁신은 멈출 수 없지만 혁신이 인간을 압도하게 두어서는 안된다 : 누가 혁신을 하는가뿐만 아니라 누가 혁신의 혜택을 받는가도 중시)”에 맞춰져야 합니다. 예컨대 혁신을 촉진할 R&D 투자, 데이터 인프라, 교육개혁이 필요하고, AI로 인한 구조적 실업을 완화할 재교육·전환 지원 정책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막고 공정 경쟁을 보장하는 제도 역시 필수적입니다.

한국경제에도 시사점이 큽니다. 산업화의 성공 이후 오랫동안 모방형 성장에 머물러 있던 한국은 이제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창조국가로의 도약을 모색해야 합니다. 동시에 낡은 산업의 쇠퇴로 인한 구조적 고통을 완화할 사회적 합의가 절실합니다.

이번 노벨경제학상은 AI시대를 맞이해 사회변화에 대한 통찰이 필요한 시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 수상이라 하겠습니다. AI 시대의 경제는 혁신과 파괴, 성장과 불평등이 공존하는 불안한 역동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슘페터의 정신처럼 변화의 불안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키어, 아기옹, 하윗의 통찰처럼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s :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토대 : 혁신과 경쟁을 억압하지 않고 보호하는 법, 정치사회적 틀)로 그 에너지를 길러낸다면, AI 혁명은 인류의 새로운 도약이 될 수 있습니다. 창조적 파괴는 지금,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자본주의의 심장을 뛰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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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5/10/13/FESK55BI5FCZXLGIU5F4YBXE2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