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이 다시 커지면서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

  • 국이 희토류, 배터리 소재 등의 수출 통제를 예고하자 미국은 대중(對中) 100% 추가 관세로 ‘맞불’을 놓은 상황

  • 이번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성장 동력인 첨단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분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옴

3개월 이상 통제 땐 반도체 혼란

  • 특히 반도체 업계는 중국 정부가 ‘14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 반도체, 256층 이상 메모리 반도체’의 제조·테스트 장비용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선 점을 주목

  • 이는 AI용 칩에 해당하는 기준

  • 중국 정부는 앞으로 어떤 기업이든 해당 반도체와 관련한 중국산 희토류 수출 신청을 하면 개별 심사에 나설 방침

  • 구체적인 통제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외 기업도 예외가 없다는 점은 명확하게 밝혔음

  • 중국산 희토류 공급 제한이 현실화되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기계·장비 분야의 수급 차질이 가장 우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네덜란드 ASML 등이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 장비가 대표적

  • 이들 장비를 만들 때 필요한 초정밀 레이저와 자석 등의 핵심 부품은 희토류가 들어가야 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전 세계 주요 첨단 반도체 제조사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를 만들 때 이들 장비에 의존하고 있음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각 나라와 기업들이 비축한 희토류 2, 3개월 치 재고가 바닥나면 그때부터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예측.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를 차지

  • 중국이 반도체와 관련해 이 같은 강력한 조치를 내놓은 배경에는 상당 수준으로 오른 ‘반도체 자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옴

  • 과거에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무기로 제재에 나서면 중국의 타격이 컸지만, 이제는 중국 내에 소재·부품·장비 생태계가 갖춰져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임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방어에서 공격으로 글로벌 반도체 경쟁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

배터리 공급망도 차질 우려

  • 이번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수출 통제 품목에는 고성능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와 장비도 포함

  • 5000억 달러(약 702조 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미국 전역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미국을 견제하는 조치

  • 문제는 이로 인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점임. 한국 기업들은 최근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대에 맞춰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을 주력으로 삼았음. 우리 기업들은 중국산 LFP 양극재에 의존해 ESS를 만들고 있음. 중국이 LFP 공급을 조인다면 쉽게 대체재를 찾기 어려울 수 있음

  •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0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게베하(옛 포트엘리자베스)에서 리청강(李成鋼)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와 만나 중국의 수출통제 강화 조치에 우려를 표시

  • 여 본부장은 이번 조치로 글로벌 희토류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며, 한중 간 국장급 협의 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하며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자고 전했음

중국, 미 걸핏하면 위협, 100%관세 상응 조치


  •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맞서 100% 추가 관세·소프트웨어 수출 봉쇄 등의 보복을 예고하자 중국 정부가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음

  • 12일 중국 상무부는 입장 발표문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만약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단호하게 상응 조치를 취해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

  • 이날 중국은 미국이 선제적으로 중국에 공세를 퍼부어 대응 조치를 내놓은 것이라는 논리를 폈음

  • 상무부는 “지난 9월 중미 마드리드 회담 이후 20여일 동안 미국은 일련의 대(對)중국 제한 조치를 내놨다”면서 “다수의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리스트와 특별지정제재대상에 올렸고, 임의로 통제 기업 범위를 확대해 중국 기업 수천 곳에 영향을 줬다”고 했음

  • 또 “9일 중국이 내놓은 희토류 등 물자의 수출 통제 조치는 법규에 근거해 수출 체계를 완비한 정상적인 행위일 뿐”이라며 “(미국의) 반복적인 고액 관세 위협은 중국과 공존하는 올바른 길이 될 수 없다”고 비판

  • 이어 “(미국은) 전형적인 이중잣대를 중국에 들이댔다”면서 “오랫동안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장비·반도체 칩 등 수많은 상품에 일방적인 확대 관할(법률 적용 범위를 자국 밖까지 확대)해왔다”고 했음

  • 그러면서 “미국의 통제 리스트에 포함된 물자는 3000건이 넘는 반면, 중국은 900여건만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

  • 미국과 중국이 이달 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한다는 분석

  • 중국 정부는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하고, 미국 무인기 등 방산 기업을 추가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음

  • 10일에는 미국 선박에 대해 14일부터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겠다고 공지했고,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차량용 반도체 설계사 오토톡스 인수 건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개시

  • 트럼프 1기 당시 관세 압박 속에 줄곧 수세였던 중국이 2차 관세 전쟁에서는 희토류와 비관세 장벽 등 수단을 동원해 미국 방산·반도체 공급망의 급소를 겨냥하고 있는 것임

  • 특히 중국의 희토류 추가 통제 조치는 미국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자국 희토류 분야에 적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옴

  • FDPR은 미국의 기술·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들었다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도 미국 정부가 제3국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규칙

  • 중국은 새로 내놓은 조치에서 자국산 희토류가 극미량이라도 포함됐거나 자국 채굴·제련 등 기술을 활용해 해외에서 생산된 희토류 제품을 규제 대상에 올렸음

  • 1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칩, 256단 이상 메모리 반도체 제조·테스트 장비, 군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AI(인공지능)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희토류는 이중용도 물자로 개별 심사하겠다고 밝혔음

  •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연구원은 “중국이 관세·수출 규제·대만 문제에서 미국이 의미 있는 양보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희토류 카드를 다시 꺼냈다”고 진단

미중 휴전 전망은


  • 중국 정부가 지난 9일(현지시각) 희토류 원소 17종과 이를 포함한 제품·기술에 대한 수출 허가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발표

  • 이 조치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의 핵심 산업,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를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지난 11일 악시오스가 보도

  • 이는 미국이 올해 초 반도체 관련 핵심 장비·소재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데 대한 대응 수단으로 해석

  •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부터 AI 학습용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으며, 6월에는 고급 메모리 칩의 수출 관리 강화를 발표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중국이 세계를 포로로 잡게 놔두지 않겠다”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취소 위협과 함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

  • 희토류는 전기자동차 모터·풍력 발전기·인공지능 데이터센터·반도체 제조 장비의 핵심 소재

  • 미국 안보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며,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합금 생산 비중이 80%를 넘음

  • 2024년 기준 중국의 산출량은 27만 톤으로, 미국(11.6%), 호주(6.4%)를 크게 앞섬

  • 전문가들은 “처리·정제 시설 구축에 수년이 걸리므로 단기 압박력은 크지만, 주요국이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면 장기 독점 유지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

  • 희토류는 AI 연산장치의 핵심 부품 소재

  •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스톤브레이커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통제하면 고성능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운영이 지연돼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출시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

  • 실제로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고출력 GPU와 영구자석 모터는 NdPr(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합금) 성분이 필수적

  • NdPr은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 합금을 줄여 쓴 이름으로, 영구자석 성질이 뛰어나 전기차 모터·풍력 발전기·AI 데이터센터의 회전장치 등에 널리 쓰임

  • 미국·일본·호주·인도·유럽연합(EU)은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

  •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마운틴패스 광산 재가동에 1억 달러(약 1430억 원)를 지원했으며,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정제시설 확충에 5000억 엔(약 4조 7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음. 호주는 내년까지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생산량을 연간 1만 2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EU는 북아프리카·북해 연안국과 협력해 새로운 가공 허브를 구축하고 있음

  • 한국 업체들도 희토류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에 대비해 재활용 기술 개발과 대체 소재 연구를 강화하고 있음

  •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 의존도를 낮이기 위해 폐모터에서 NdPr을 회수하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음. 다만 “프로세스 효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해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음

  • 미·중간 90일 무역 휴전은 지난달 연장됐지만,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

  • 중국 조치가 발효되면, 반도체·AI 기업은 새로운 공급 허가 절차를 통과해야 해 시간 지연과 비용 상승이 불가피

  • 이러한 상황은 내년 개최 예정인 주요 기술 정상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시진핑 국가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이달 말 회담을 계획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위협과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해 불투명

  • 전문가들은 “공급망 다변화가 본격화되면 중국의 전략물자 통제 효과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

  •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

  • 핵심 소재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음

트럼프 유화 제스처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며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

  •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6년 만의 대면 회담을 보이콧할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이틀 만에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갈등이 심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

  • 트럼프 100% 관세 부과전 협상 여지 시사

<시사점>

중국이 최근 희토류 원소와 관련 정제·자석 기술의 수출을 대폭 제한했습니다. 이유는 ‘국가안보’지만, 실상은 미국의 전략자산 무기화에 대한 맞대응의 성격(기술패권전쟁)이 강합니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반도체, 방산, 풍력터빈 등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 생산의 70% 이상, 정제·가공 부문에서는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희토류 최대 공급국입니다. 공급의 90%를 한 나라에 의존하는 구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거듭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통제는 즉각적 공급 차질보다는 ‘심리적 압박’의 성격이 강하지만, 한국 산업에는 분명한 경고입니다. 중국이 언제든 수출허가 심사를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들의 조달 비용과 재고 부담은 커집니다. 특히 전기차, 반도체, 방산 산업처럼 희토류 자석과 합금을 대량 사용하는 분야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듭되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에 대응해서 이제는 ‘중국 희토류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줄여 나가야 합니다.

희토류 리스크를 해소해 나가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새로운 공급망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몽골은 중국 북부와 지질학적으로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3년 한-몽 광물협력 MOU가 체결되어 있는 만큼, 한국은 몽골에 도로 확충 등에 도움을 주고 대신 광물자원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호주, 캐나다, 베트남 등 해외 공급선을 다변화해 나가야 합니다.

다음 방법은 희토류의 리사이클링 산업화를 본격화하는 방법입니다. 버려진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 전자제품 안에는 재활용 가능한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같은 희토류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 중인 흡착·용매 회수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희토류의 일부를 폐자원에서 ‘채굴’할 수 있습니다. 2030년까지 핵심광물의 20%를 재활용한다는 정부 목표는 결코 과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선 수거·전처리 인프라 확충, 친환경 회수기술 상용화, 재활용 원소의 시장 유통 구조 확립이 함께 추진돼야 합니다.

희토류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첨단산업과 국가안보의 근간입니다. 중국이 희토류 자원을 무기화할수록, 우리는 새로운 희토류 공급지를 확충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 희토류 재활용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이 들겠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안될 긴급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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