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는 단순한 게임 플랫폼이 아닙니다. 2006년 탄생한 이 서비스는 ‘놀이의 혁명’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교육, 창작, 경제를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했습니다. 로블록스의 핵심은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고, 다른 이용자들이 그 게임을 즐기는 구조입니다. 즉, 전통적인 게임 회사들이 ‘개발자 중심의 일방형 구조’라면 로블록스는 ‘플랫폼 중심의 참여형 경제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사용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이자 사업자입니다. 이 독특한 구조 덕분에 로블록스는 ‘Z세대의 메타버스’로 불리며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를 확보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로블록스의 성장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재택과 원격 수업으로 실내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디지털 세상 속에서 새로운 사회적 공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에 로블록스가 있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로블록스의 일일 이용 시간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2021년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400억 달러(약 54조 원)에 달했습니다. 상장 직후 ‘차세대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로블록스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면서 로블록스의 성장은 한동안 주춤했습니다. 2022~2023년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인해 광고 매출이 줄었고,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조정되며 주가도 한때 상장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로블록스는 그 이후를 ‘게임 기업의 성장 둔화’가 아닌 ‘플랫폼 전환의 진입기’로 정의했습니다. CEO 데이비드 바주키는 “로블록스의 본질은 게임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과 창작의 플랫폼”이라고 강조하며, 기업 전략의 축을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로 재정의했습니다.
이후 로블록스는 세 가지 방향으로 플랫폼의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첫째는 교육, 둘째는 콘텐츠 창작 생태계, 셋째는 경제화 구조 고도화입니다.
먼저 교육 분야에서는 미국 내 초·중등 학교를 중심으로 로블록스를 활용한 ‘게임형 코딩 교육’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코딩 수업을 넘어, 학생들이 직접 자신만의 월드를 설계하고, 그 안에서 경제 활동을 체험하도록 구성된 수업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inecraft Education Edition이 ‘학습 도구형 플랫폼’이라면, 로블록스는 ‘실제 경제와 연결되는 시뮬레이션형 학습 공간’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이러한 교육적 잠재력은 향후 로블록스가 메타버스 기반의 교육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로블록스의 가장 큰 자산은 UGC(User Generated Content) 생태계입니다. 매달 1,200만 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이 만든 콘텐츠가 전체 플랫폼 트래픽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만든 아이템이나 게임을 판매하여 로벅스(Robux, 로블록스 내 통화)로 수익을 얻습니다. 로벅스는 실제 화폐로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인기 크리에이터들은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창작 기반 경제활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경제화 구조의 고도화입니다. 로블록스는 가상화폐 로벅스를 중심으로 한 폐쇄형 경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외부 결제 연동 및 글로벌 환전 시스템을 강화해 ‘창작자 경제’를 보다 현실적인 수익 모델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이 브랜드 홍보용으로 로블록스 내 가상 공간을 구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나이키의 ‘Nikeland’, 구찌의 ‘Gucci Town’ 등은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게임화한 대표 사례로, Z세대와 알파세대의 소비 감각을 공략하는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로블록스의 재무 지표를 살펴보면, 2024년 기준 매출은 37억 달러(약 5조 원)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기술 투자와 인프라 확충, 인공지능(AI) 개발 도입 등에 따른 비용 증가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흑자로 전환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로블록스가 단기적 수익성보다 장기적 생태계 확장에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AI 역시 로블록스의 미래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2024년 이후 로블록스는 자체 생성형 AI를 도입해, 누구나 코딩 없이 명령어만으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텍스트 입력으로 환경을 설계하고, 캐릭터의 행동을 자동으로 지정하는 이 시스템은 개발 장벽을 낮춰 콘텐츠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AI의 도입으로 크리에이터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면서, 로블록스는 사실상 ‘AI 기반 창작경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로블록스의 시장 가치는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가는 2023년 저점을 지나 꾸준히 회복세를 보였으며, 월간 이용자수와 평균 이용 시간 모두 증가세를 유지 중입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남미 지역에서 신규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어, 미국 중심의 이용자 구조가 점차 글로벌화되는 모습입니다. 산업 분석가들은 로블록스를 “유튜브 이후 가장 강력한 참여형 플랫폼 경제 모델”로 평가하며, 향후 광고·교육·콘텐츠 유통·AI 결합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로블록스의 앞길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아동·청소년 중심의 플랫폼 특성상 콘텐츠 검열, 개인정보 보호, 법적 책임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또한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게임 회사’라는 전통적 틀로 다시 평가받을 위험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로블록스는 단순히 하나의 게임 플랫폼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과 경제를 결합한 실험 공간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미래 가치를 지닙니다.
지금 로블록스는 “창작이 곧 경제가 되는 시대”를 가장 먼저 구현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산업 구조가 데이터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로블록스는 메타버스의 개념을 ‘현실적 플랫폼 모델’로 실현해냈습니다. 미래의 교육, 콘텐츠, 소비는 모두 이런 참여형 경제 위에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로블록스는 단순한 게임 기업이 아니라, **디지털 세대가 경제를 배우고 창조하는 ‘가상 세계의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