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암호화폐 이슈를 쉽게 정리해 드리는 미국주식 연구센터입니다.
2025년 10월 7일 이슈입니다.
비트코인 역사상 최고가 달성
비트코인이 다시 역사를 썼습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12만 5,700달러를 돌파하며 8월에 세웠던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매년 10월이 되면 비트코인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는 현상을 투자자들은 ‘업토버(Uptober)’라고 부르는데요. 올해도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상승은 미국 정부 셧다운(예산안 부결로 인한 행정 중단) 상황 속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투자자들이 오히려 비트코인을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며 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10월 초 단 5일 만에 11% 이상 상승한 이번 비트코인 랠리는 단순한 계절적 패턴이 아니라,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와 맞물려 있습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암호화폐 은행 시그눔(Sygnum Bank)은 이번 상승이 ‘축적(Accumulation) 단계’의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대형 투자자들이 조용히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수해왔고, 그 결과로 최근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는 뜻입니다.
시그눔은 몇 가지 흐름을 짚었습니다.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 압력이 줄었고, 단기 투자자들의 손절 매물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현물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가 등장 이후 두 번째로 큰 자금 유입을 기록했습니다.
ETF란 일반 투자자가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펀드 상품인데요. 현물 비트코인 ETF는 실제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해 가격을 추종합니다. 즉, 개인이 지갑을 만들지 않아도 주식계좌로 비트코인을 간접 보유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결국 이번 상승은 단순한 투기적 매수세가 아니라, 제도권 자금이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기관 자금의 대이동, 사상 최대 유입
글로벌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CoinShares)에 따르면, 지난주 전 세계 암호화폐 투자 상품으로 59억 5천만 달러(약 8조 원)가 순유입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순유입(inflow)’은 말 그대로 새로운 자금이 시장으로 들어온 규모를 뜻합니다. 블랙록(BlackRock), 피델리티(Fidelity), 그레이스케일(Grayscale) 같은 대형 기관이 운영하는 펀드로 이렇게 많은 돈이 한꺼번에 들어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특히 미국이 50억 달러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스위스(5억 6천만 달러), 독일(3억 달러) 등 유럽 시장도 활발히 참여했습니다.
자산별로 보면 비트코인 펀드에 35억 달러, 이더리움 펀드에 14억 달러, 그리고 솔라나 펀드에 7억 달러 이상이 유입되며 각각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이런 대규모 유입의 배경에는 최근의 미 연준(Fed) 금리 인하, 약한 고용지표, 그리고 정부 셧다운 리스크가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예금이나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이나 디지털 자산으로 돈이 이동하죠.
이더리움과 솔라나, 조용히 주도권을 넓히다
비트코인이 주목받는 사이, 이더리움(ETH)과 솔라나(SOL)는 또 다른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디지털 자산 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이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스테이킹(staking) 기능이 포함된 현물 이더리움 ETF를 출시했습니다.
스테이킹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운영을 돕기 위해 일정량의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은행의 예금 이자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미국의 ETF 투자자는 이더리움 가격 변동에는 투자할 수 있었지만, 네트워크 참여를 통한 보상(스테이킹 수익)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출시로 이더리움 ETF 투자자도 가격 상승 + 스테이킹 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레이스케일은 솔라나 트러스트(GSOL)에도 스테이킹 기능을 활성화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상품에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CEO 피터 민츠버그(Peter Mintzberg)는 “스테이킹 ETF는 우리가 시장의 첫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이유”라며, 투자자에게 새로운 가치 창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승인 절차가 재개되면 피델리티, 반에크(VanEck), 프랭클린템플턴 등 다른 운용사들도 비슷한 ETF를 잇달아 선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스테이블코인 폭발적 성장, 신흥국 은행 예금 1조 달러가 빠져나간다?
비트코인과 ETF의 뉴스 뒤에서, 또 하나의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시장의 급성장이죠.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같은 실물 자산에 1대1로 연동된 디지털 화폐로, 가치가 변동하지 않는 암호화폐입니다. 주로 달러를 담보로 발행되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달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3,000억 달러(약 420조 원)를 돌파했습니다. 테더(USDT)와 서클의 USDC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주목할 부분은 영국계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의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는 2028년까지 신흥국 은행 예금 중 최대 1조 달러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디지털 자산 리서치 총괄 제프리 켄드릭(Geoffrey Kendrick)과 글로벌 경제 담당 매드후르 자(Madhur Jha)는 “많은 신흥국 사용자에게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달러 기반의 은행 계좌로 기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향후 단순 투자 자산을 넘어 ‘저축 수단’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신흥국은 여전히 은행 계좌가 없는 인구 비중이 높고, 자국 통화의 가치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정적인 달러 자산을 직접 보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택하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GENIUS 법(The GENIUS Act)’ 을 통과시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사용자에게 직접 이자(yield) 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제했습니다.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은행 예금에서 자금을 빼내는 ‘예금 유출(deposit flight)’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죠.
하지만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자본의 수익률(Return on capital)보다 자본의 안전성(Return of capital) 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며, 사람들이 ‘이자’보다 ‘안정성’을 택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현재 약 1,730억 달러 규모의 신흥국 스테이블코인 저축금(savings) 이 2028년에는 1조 2,2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약 1조 달러 규모의 예금이 은행 시스템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현재는 소수의 부유한 개인이 큰 금액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다수의 일반 사용자가 소액을 나누어 보유하는 형태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즉, ‘소수의 큰 지갑’에서 ‘다수의 작은 지갑’으로 시장 구조가 변화한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특히 이집트, 파키스탄, 콜롬비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을 예금 이탈 위험이 높은 국가로 꼽았습니다. 또한 터키, 인도, 중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역시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석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 2028년 2조 달러 전망
스탠다드차타드는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가치가 2028년 말까지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수치는 미 재무부(U.S. Treasury) 도 참고한 전망치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의 약 3분의 2는 신흥국 은행 예금처럼 ‘저축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더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런 변화는 은행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예금이 빠져나가면 국제 송금망, 결제 인프라, 외환 거래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보고서는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예치금 보관 역할(custody) 을 맡거나,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및 송금 시스템에 통합한다면 일정 부분 상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신흥국 정부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시범 운영 중이며, ‘패스트 페이먼트(Fast Payment)’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바일 머니(Mobile Money)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디지털 금융 교육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민간 기업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테더(Tether) 는 최근 미국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USAT’ 라는 새로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준비 중이며,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Stripe) 는 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를 공개했습니다.
또한 플라즈마(Plasma) 는 신흥국 시장을 겨냥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블록체인(L1) 을 구축 중입니다.
한편, 코인베이스(Coinbase) 의 제시 폴락(Jesse Pollak)은 “달러 외 다른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실물경제에서 더 큰 유용성을 가질 수 있다”며, 향후 유출 자금이 비(非)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갤럭시 디지털의 새로운 도전, ‘갤럭시원(GalaxyOne)’의 등장
이번 주에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뉴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암호화폐 금융기업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이 새롭게 선보인 ‘갤럭시원(GalaxyOne)’ 플랫폼입니다.
이 플랫폼은 암호화폐 거래와 주식 거래, 그리고 고수익 예금 기능을 모두 통합한 ‘하이브리드 금융 앱’입니다.
사용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팍소스골드(PAXG) 같은 디지털 자산을 사고팔 수 있고, 동시에 2,000개 이상의 미국 주식과 ETF를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 사용자는 연 4% 이자율의 예금 계좌를, 소득 기준을 충족한 고액 투자자는 연 8% 수익률의 고수익 노트 상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 상품은 은행 예금처럼 FDIC 보장 대상은 아니지만, 갤럭시의 대출사업 수익으로 뒷받침되는 구조입니다.
갤럭시 디지털은 원래 기관 투자자 대상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했는데요, 이번 ‘갤럭시원’ 출시로 일반 소비자 시장까지 진출했습니다.
창업자 마이크 노보그라츠(Mike Novogratz)는 “우리는 지난 수년간 세계 최고의 기관 투자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인프라를 구축해왔다”며, “이제 그 경험을 개인 투자자에게도 확장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갤럭시원은 사실 지난해 갤럭시가 인수한 ‘피어스(Fierce)’ 앱을 기반으로 개발되었으며, 이번 출시로 암호화폐와 전통금융을 하나로 통합하는 ‘슈퍼앱’으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내비쳤습니다.
참고로 갤럭시 디지털 주가는 지난 1년 간 200% 상승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사상 최고가, 기관 자금의 대규모 유입, 스테이킹이 가능한 ETF,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그리고 갤럭시원의 출시는 각각 따로 보이지만, 사실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은 이제 더 이상 ‘대안적 투자’가 아닙니다.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죠.
비트코인의 급등은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신호이고, ETF와 기관 자금의 흐름은 제도권이 암호화폐를 공식 자산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신흥국 금융 접근성을 바꾸고 있으며, 갤럭시원 같은 플랫폼은 이제 일반 투자자도 ‘크립토+주식+이자’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시대를 열고 있죠.
물론 미국 증시에서 큰 조정이 나와준다면 암호화폐 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겠는데, 전체 증시 흐름을 함께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슈는 금융의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