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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5일 소식 전해 드립니다.
이번에 다룰 기업은 바로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 티커 MRVL)라는 반도체 회사입니다. 마벨은 흔히 ‘팹리스 반도체 기업’이라고 부릅니다. 팹리스란 공장을 직접 갖지 않고 설계에만 집중하는 기업 구조를 뜻하는데요. 칩은 설계만 하고 생산은 TSMC 같은 전문 제조업체에 맡기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스마트폰 칩이나 노트북 CPU를 만드는 기업과는 달리, 마벨은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네트워크, 스토리지, 그리고 AI 칩들을 연결하는 초고속 광학·네트워킹 장비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인터넷과 AI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보이지 않는 배선과 혈관’을 담당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AI 열풍은 엄청난 데이터센터 투자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전 세계 곳곳에 ‘AI 공장’을 짓고 있죠. 이런 인프라에는 맞춤형 칩, 초고속 네트워킹, 그리고 광학 연결 기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벨은 바로 이 지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벨의 핵심 무기 중 하나가 바로 커스텀 실리콘(ASIC)입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 처음부터 설계하는 맞춤형 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 클라우드 기업이 AI 연산에 최적화된 전용 칩을 원한다면, 마벨이 직접 설계해주는 식입니다.
2025년 9월, 눈에 띈 대규모 임원 매수
최근 마벨 테크놀로지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슈가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지난 9월 말, 마벨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그리고 두 명의 핵심 임원이 회사 주식을 직접 매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인데요. 매수 가격은 주당 약 77~78달러 선이었는데, 실적 발표 직후 기록적인 매출과 이익을 보여준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임원들이 개인 자금을 수백만 달러 규모로 투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죠.
임원 매수란 기업의 경영진이나 이사진이 본인의 돈으로 회사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히 보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스톡옵션이나 보너스 주식이 아니라, 본인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릅니다.
투자자들이 이 흐름을 주의 깊게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회사의 미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굳이 자기 돈을 들여 주식을 샀다는 건, 앞으로의 성장에 확신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죠. 물론 내부자 거래 규정상 비공개 정보를 활용할 수는 없지만, 시장은 이런 움직임을 긍정적인 사인으로 읽곤 합니다.
지난 9월 25일, 네 명의 핵심 임원이 동시에 매수를 진행했습니다.
매튜 머피 CEO는 약 1,360만 달러 규모의 주식을 주당 77.09달러에 사들였습니다.
크리스 쿠프만 사장 겸 COO는 약 6,800주를 78달러 선에 매수했습니다.
윌럼 멘키스 CFO도 같은 가격대에서 3,400주를 사들였고,
데이터센터 그룹의 산딥 바라티 사장 역시 3,400주를 매입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모두가 거의 같은 시점, 비슷한 가격대에서 대규모로 샀다는 사실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클러스터 매수’라고 부릅니다.
또 재밌는 것은 윌럼 멘키스 CFO의 경우 지난 6월 68.52 달러 가격에 MRVL 주식을 1500매도했는데, 그때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다시 매수한 거죠. 2배 정도 많은 규모로 말입니다.
임원 한 명이 상징적으로 소량을 매수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하지만 CEO, CFO, COO, 사업부 사장까지 동시에 움직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경영진 전체가 현재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본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즉, 회사 내부에서 합의된 확신이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매수가 이뤄진 시점이 회사가 호실적을 발표한 직후였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경영진이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자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죠.
또한 내부자 매도 같은 경우는 납세라든지 자산 구매 등 여러가지 개인적인 이유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악재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내부자 매수 같은 경우 대부분 호재로 여겨지곤 합니다.
MRVL 주가 차트 신호와 맞물린 시점
흥미로운 건 주가 차트 흐름과도 맞아떨어졌다는 점입니다. 9월 말 당시 마벨 테크놀로지 주가는 50일선, 100일선, 200일선 같은 주요 이동평균선을 모두 상향 돌파한 상황이었습니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이를 강세 전환의 신호로 해석하죠.
임원 매수와 기술적 돌파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건 시장 참여자들에게 강력한 확신을 주는 조합입니다. 기업 내부와 외부의 시그널이 동시에 ‘상승’을 가리킨 셈이니까요.
마벨 테크놀로지 최신 실적
임원들이 77~78달러 구간에서 매수한 건 최신 실적과도 맞아 떨어집니다. 지난 분기 매출은 20억 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고, 비GAAP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0.67달러로 123%나 뛰었습니다.
데이터 센터 매출 비중은 74%까지 올라갔으며, 현금흐름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동시에 자동차 이더넷 사업을 25억 달러에 매각하며 AI와 데이터 센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4억 6,2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39% 늘어났습니다. 재무 구조도 무난합니다. 현금 보유액은 12억 달러, 부채는 45억 달러 정도인데, EBITDA 대비 순부채 비율은 1.2배 수준으로 크게 부담되지 않습니다.
주주환원 정책도 이어가고 있는데요. 올해 상반기에만 5억 4천만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배당도 14년 연속 지급했습니다.
즉, 경영진은 불확실성을 해소한 뒤 자신들의 돈을 투자한 겁니다. “떨어지는 주가를 지지한다”는 방어적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 모멘텀 속에서 공격적으로 베팅한 것이라 볼 수 있죠.
AI 데이터 센터에 집중하는 전략적 선택
마벨이 자동차 이더넷 사업을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난 2025년 4월, 마벨은 자동차 이더넷 사업을 인피니온에 25억 달러에 매각했습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회사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25억 달러를 데이터 센터와 AI에 재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머피 CEO는 이미 연구개발 비용의 80% 이상이 AI와 데이터 센터에 쓰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60%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전사적 집중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실적 발표 자리에서 경영진의 어조는 상당히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매튜 머피 CEO는 “앞으로 엄청난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라고 강조했고,
크리스 쿠프만 COO 역시 “전례 없는 수준의 설계 활동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커스텀 실리콘 특성상 분기별 실적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전반적으로 회사가 AI 인프라에서 차지할 위치에 대해 강한 확신을 내비쳤습니다.
실제로 마벨 테크놀로지는 현재까지 18개의 멀티세대 설계 계약을 따냈고, 5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파이프라인에 있다고 합니다. 향후 750억 달러 규모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언급했죠.
다만 이 사업은 분기별로 실적이 들쭉날쭉할 수 있습니다. 대형 고객이 생산을 언제 확대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크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위험·고수익’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게 장밋빛은 아닙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같은 소수 고객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입니다. 또 맞춤형 칩 사업은 대형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분기별 매출이 들쭉날쭉할 수 있습니다.
브로드컴, 엔비디아 같은 경쟁자들도 같은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나 금리·인플레이션 같은 거시경제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하죠.
결국 중요한 건 마벨이 AI 인프라 시장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느냐입니다. 현재 시장 점유율은 약 13% 수준인데, 회사는 2028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AI 데이터 센터 시장 규모가 94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중 20%를 차지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마벨 테크놀로지 전망
물론 내부자 임원 매수가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CEO, COO, CFO, 그리고 핵심 사업부 사장이 동시에 자기 돈으로 회사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면, 그 신호를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전략은 AI 중심으로 명확히 재편됐으며, 기술적 분석상 주가도 강세 신호를 보이고 있습니다.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마벨 주가가 지난 5주 연속 상승했기 때문에 조정이 나와줄 수 있겠습니다만, 주봉으로 봤을 대도 전저점인 85 달러를 넘겨줬기 때문에 모멘텀이 나와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보입니다.
일봉에서는 이미 구름 위로 올라선 단기 강세 전환, 주봉에서는 구름 돌파 직전의 중장기 전환 전야 단계에 있습니다. 86~88달러를 완전히 돌파 후 90달러 이상에서 거래가 이어지면 ‘상승 전환 확정’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음 주 상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