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코인 이슈를 쉽게 설명해 드리는 미국주식 연구센터입니다.
2025년 10월 5일 소식 전해 드립니다.
미국 정부를 멈춰 세운 셧다운
지난 수요일, 미국 연방정부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공식적으로 셧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조치로 비필수 공무원들은 일시 휴직에 들어갔고, 국가 안보나 필수 인프라 관련 인력만 급여 없이 근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셧다운은 낯선 일이 아니지만, 시점마다 파급력은 다르죠. 이번에는 특히 암호화폐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와중에 정부가 멈춰 섰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이 큽니다.
왜 암호화폐 업계에 중요한가
겉보기엔 정치 이슈로 보이지만, 실제로 암호화폐 산업은 정부 기관의 움직임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셧다운이 시작되면 비필수 업무가 모두 중단되는데요, 여기에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그리고 국세청(IRS) 같은 핵심 기관들이 포함됩니다. 이 기관들은 각각 암호화폐가 증권인지 상품인지 판단하고, 세금 기준을 제시하며, 시장 규칙을 만드는 역할을 하죠.
결국 이들의 업무가 멈추면, 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싼 정책 논의도 함께 멈추게 됩니다. 특히 ETF나 세제 관련 가이드라인처럼 ‘정책 시계’가 민감하게 움직이는 분야일수록 그 공백이 크게 느껴집니다.
당장 드러난 영향: ETF 승인 중단
지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암호화폐 ETF 승인 지연입니다.
ETF는 ‘상장지수펀드’로, 비트코인이나 솔라나 같은 자산의 가격을 추종하는 금융상품입니다. 투자자들이 직접 코인을 보유하지 않아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해주죠. 그래서 ETF는 암호화폐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핵심 관문으로 여겨집니다.
이번 주 SEC는 솔라나 ETF를 포함한 여러 상품을 승인할 예정이었지만, 셧다운 시한이 다가오면서 결재 서류 처리가 끝내 마무리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정부 예산이 끊기자 업무도 함께 멈췄습니다.
SEC는 셧다운 직전까지 두 건의 ‘비조치의견서(no-action letter)’를 마무리했고, IRS도 암호화폐 과세 관련 임시 지침을 발표했지만, 나머지 사안들은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정책의 흐름이 완전히 멈춘 셈이죠.
입법 작업도 발이 묶이다
의회 역시 셧다운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상·하원에서는 ‘암호화폐 시장 구조법안(Market Structure Bill)’으로 불리는 종합 입법안을 준비 중이었는데요,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고, 어떤 기관이 감독할지 정하는 핵심 법안입니다.
당초 2025년 10월 20일에 법안 심의(‘markup’)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지켜질 가능성은 낮아졌습니다. 마크업은 법안의 조문을 조정하고 본회의에 상정할지를 논의하는 절차인데, 지금은 법안을 검토해야 할 기관들이 셧다운으로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의회 보좌관들은 “거의 눈을 가린 채 작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보통은 SEC나 재무부 같은 기관의 자문을 받아 세부 문구를 다듬는데, 지금은 질문을 해도 답변을 받을 길이 없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일부 관계자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전문 트레이딩 기업 윈터뮤트(Wintermute)의 정책 담당인 론 해먼드는 “2주 이내로 셧다운이 종료된다면 연말 입법 일정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12월 내에 법안이 다시 추진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셧다운이 길어지면 생길 일
결국 현재 업계의 분위기는 ‘지켜보자’에 가깝습니다. 셧다운이 일주일, 혹은 길어야 2주 정도라면 대부분의 업무는 큰 손실 없이 재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SEC나 CFTC 같은 기관들은 평소에도 업무가 포화 상태인데, 셧다운 기간 동안 밀린 일정이 쌓이면 복귀 후에도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회의가 다시 잡히고, 문서 검토가 재개되며, 우선순위가 다시 정리되는 데만 수주가 걸릴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가 11월까지 이어진다면, 암호화폐 관련 입법과 ETF 승인 절차가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사실 비슷한 사례는 이미 있었습니다.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트럼프 행정부 시절 35일 동안 이어진 셧다운이죠.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셧다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민주당이 하원을, 공화당이 상원을 각각 장악하고 있었고, 양당 대립으로 인해 예산안 통과가 장기 지연됐습니다.
그 당시에도 수많은 연방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각종 행정 절차가 마비되었습니다. 암호화폐 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초기 단계였지만, 정부 기능이 멈추면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은 동일합니다. 결국 2018년 사례를 떠올리면, 이번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정책 일정이 내년, 혹은 2026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셧다운이 단순한 행정 중단을 넘어선다는 점은 바로 이 부분에서 드러납니다.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은 본질적으로 ‘양당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공화당은 기술 혁신과 산업 경쟁력을 강조하며 규제를 완화하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투자자 보호와 금융 안정성을 우선시합니다. 이 두 입장이 절충점을 찾아야 법안이 통과될 수 있죠.
하지만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정치권의 분위기는 악화됩니다. 예산안 대치를 둘러싼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다른 논의까지 함께 멈춰버립니다.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 구조 논의 같은 중대한 사안에서 양당 간 대화의 온도가 식을 수 있는 거죠.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론 해먼드라는 전문가는 여전히 “12월 입법 추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미 암호화폐 규제는 워싱턴 안팎에서 초당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내년 선거 국면이 본격화되기 전에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비트코인 상승세
하지만 미국 정부 셧다운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최근 들어 눈부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만 약 13% 급등하면서 12만 4,500달러에 육박했고, 사상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죠. 12만 3,8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현재 비트코인은 단순한 단기 랠리가 아닌,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상승장은 이제 끝물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 부근까지 올라오고,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4분기를 이번 사이클의 마지막 단계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죠.
하지만 온체인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장기 흐름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 두 가지, 200주 이동평균선(200-Week Moving Average, 이하 200WMA)과 실현가(Realized Price)가 모두 상승장의 초입을 가리키고 있다는 겁니다.
즉, 겉으로는 사이클의 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새로운 확장 국면의 시작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단기 투자자들은 하루나 일주일 단위의 가격 변동에 집중하지만, 비트코인의 본질적인 방향성을 읽기 위해서는 장기 지표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뢰받는 두 가지가 바로 200WMA와 실현가입니다.
200주 이동평균선은 지난 200주 동안의 평균 종가를 의미합니다. 약 4년, 즉 비트코인의 한 사이클을 모두 포함하는 기간이죠. 이 지표는 단기 급등락을 걸러내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장기 성장 추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로 꼽힙니다. 지금까지 이 선은 비트코인 역사상 단 한 번도 장기적으로 하락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신뢰의 바닥선’이라고도 부릅니다.
반면 실현가는 네트워크상에서 유통 중인 모든 비트코인이 마지막으로 움직였을 때의 평균 가격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시장 참여자 전체의 평균 매입 단가인 셈입니다. 비트코인 시세가 실현가 위에 있을 때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이익 상태에 있고, 그 아래로 떨어지면 손실 구간에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이 두 지표가 서로 교차하는 시점은, 시장의 큰 전환점을 암시하곤 합니다.
2025년 10월 초 현재, 글래스노드 데이터에 따르면 200WMA는 5만 3천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사상 최고 수준이죠.
이 선은 단순한 가격 평균이 아니라, 수년 동안 꾸준히 비트코인을 보유한 장기 투자자들의 ‘신뢰 곡선’을 상징합니다. 2015년, 2018년, 그리고 2022년의 침체기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 선에 근접했을 때마다, 시장은 결국 다시 반등했습니다. 장기 보유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매집을 이어간 결과였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200WMA는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새로운 사이클의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기에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실현가가 이 선을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현재 비트코인의 실현가는 5만 4천 달러로, 200WMA를 상향 돌파했습니다. 이 교차점은 과거 사이클에서도 매우 강력한 신호로 작용했습니다.
실현가가 200WMA 위로 올라간다는 건, 전체 시장의 평균 매입가보다 현재 시세가 높다는 뜻입니다. 즉, 대부분의 투자자가 다시 ‘이익 구간’에 들어섰다는 의미죠. 이런 구간에서는 심리적으로 매도 압력이 줄고, 상승세가 본격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실현가가 200WMA 아래로 떨어질 때는 대다수 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매도세가 커지고 가격이 장기간 눌리는 약세장이 시작되곤 합니다.
지금처럼 실현가가 장기 이동평균선을 돌파한 시점은, 과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상승장의 초입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두 지표가 만들어내는 패턴은 비트코인의 모든 주요 사이클에서 일관되게 반복되어 왔습니다.
2017년 상승장에서는 실현가가 200WMA 위로 빠르게 올라서면서, 비트코인이 1천 달러대에서 2만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벌어진 상태가 일정 기간 유지된 뒤, 실현가가 다시 200WMA 아래로 떨어지자 장기 약세장이 시작됐습니다.
2021년 사이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실현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200WMA와의 격차가 넓어졌고, 비트코인은 6만 9천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실현가가 다시 평균선 밑으로 내려가자 2022년의 침체기가 찾아왔죠.
그리고 2025년. 3년 만에 실현가가 다시 200WMA 위로 올라선 겁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순간은 항상 상승장 초입에서 나타났습니다. 시장의 피로감이 사라지고, 장기 투자자들의 확신이 다시 강화되는 구간이기도 하죠.
2025년의 비트코인, 이번엔 무엇이 다른가
무엇보다 현재의 비트코인이 과거와 다른 점은 제도권 자금의 유입입니다.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으로 기관투자자와 연기금의 비중이 커졌고, 미국 정부 셧다운과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비트코인은 ‘정치적 중립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비트코인이 단순히 투자 트렌드의 일부였다면, 지금은 금융 시스템의 대안으로서 새로운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죠.
또한 현재 가격대인 12만 달러대는 과거 주기 대비 과열 구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장기 평균 밴드에 비해 적정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현가가 200WMA 위에서 꾸준히 유지된다면, 2025년은 상승장의 중반부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 투자자라면 지금은 하루 이틀의 변동보다 더 큰 그림을 볼 때입니다. 비트코인의 시장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저점은 점점 높아지고, 회복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며, 제도권의 자금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죠.
실현가가 200WMA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술적 신호를 넘어, 시장 전반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다시 장기 보유를 선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단기 조정은 언제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데이터가 반복된다면, 이번 흐름은 상승장의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상승 구간의 시작점일 가능성이 큽니다. ETF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한 비트코인은 여전히 상승 여력을 품고 있습니다. 지금 시장이 보여주는 건 끝이 아니라, 어쩌면 진짜 ‘시작’일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