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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4일 소식입니다.
2025년 10월 3일, 팔란티어 테크놀로지(티커: PLTR)의 주가가 하루 만에 8% 이상 급락했습니다. 지난 8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죠. 이유는 로이터 통신이 단독 보도한 한 육군 내부 문건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팔란티어와 앤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가 함께 개발 중인 새로운 전장 통신 시스템에 ‘심각한 보안 결함’이 존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의 이름은 ‘차세대 지휘통제 시스템(NGC2, Next Generation Command and Control)’입니다. 쉽게 말하면, 전장 곳곳의 병사·차량·센서·지휘본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디지털 전투 지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의 초기 버전이 내부자 유출, 외부 공격, 데이터 노출 위험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건데요. 특히 접근 권한 관리가 부실하고, 사용자 기록이 남지 않으며, 검증되지 않은 외부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큰 우려로 지목되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은 이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팔란티어와 미 육군은 즉각 해명에 나섰고, 결함이 이미 해결된 사안이며 보도 내용은 오래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많이들 아시는 기업이겠지만 빠르게 리뷰 들어가자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는 2003년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가 설립한 미국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처음에는 미국 정보기관을 돕는 테러 추적 및 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시작했는데요. 현재는 국방부, CIA, 그리고 여러 정부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까지 고객층을 확대했습니다.
주요 제품으로는 Gotham(가담)과 Foundry(파운드리)가 있습니다. 가담은 국방과 정보 분야에 주로 쓰이고, 파운드리는 산업, 금융, 의료 등 민간 기업의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에 활용됩니다.
팔란티어의 핵심 역량은 ‘복잡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입니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미국 정부의 주요 IT 파트너로 자리 잡았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 보안 논란은 단순한 시스템 결함을 넘어 팔란티어의 신뢰성과 핵심 가치인 ‘보안’ 자체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던 겁니다.
육군 내부 메모의 실제 내용
논란의 발단이 된 문건은 2025년 9월 5일, 미 육군 최고기술책임자(CTO) 가브리엘 키울리(Gabriele Chiulli)가 작성한 내부 메모입니다. 이 메모에서는 NGC2 시범 버전이 “기본적인 보안 통제와 거버넌스가 결여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메모에 따르면, 시스템은 역할 기반 접근 제어(Role-Based Access Control)가 없어 사용자가 원래 권한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었고, 사용자 활동 기록이 남지 않아 내부자 감시가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제3자 애플리케이션 일부는 수백 개의 코드 취약점을 포함한 채 검증 없이 작동 중이었습니다.
결국 키울리 CTO는 시스템을 “매우 높은 위험군(very high risk)”으로 분류하며, “적이 탐지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메모가 시제품 단계에서 작성된 기술 검토 문서였다는 사실입니다. 아직 배포되지 않은 테스트 버전에 대한 보안 점검 보고서였던 거죠. 군의 개발 과정에서는 이런 ‘레드 플래그’ 점검이 자주 이루어지며, 실제로는 시스템 개선의 일환으로 간주됩니다.
육군과 관련 기업들의 해명
해당 이슈는 로이터 통신과 Breaking Defense라는 매체에 의해 보도되었는데, 보도 직후 팔란티어와 앤두릴은 거의 동시에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팔란티어는 “해당 문제들은 이미 해결되었으며, 팔란티어 플랫폼에서는 취약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로이터가 인용한 메모는 “구 버전의 내용을 다룬 오래된 문서”라고 강조했습니다.
앤두릴 역시 “보도는 현재 상태가 아니라 과거의 스냅샷을 반영한 것”이라며 “NGC2는 반복적인 개발 과정 속에서 위험 요소를 조기에 찾아내고 신속히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육군 고위 관계자들도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이버·네트워크 담당 부참모장인 제스 레이(Jeth Rey) 중장은 “리스크를 발견하자마자 즉시 조치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시스템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육군 최고정보책임자(CIO) 레오넬 가르시가(Leonel Garciga) 역시 “대부분의 취약점은 며칠 혹은 몇 주 내에 모두 수정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팔란티어의 연방 클라우드 서비스(Palantir Federal Cloud Service)가 곧 ‘지속적 운영 권한(Continuous Authority to Operate)’을 획득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권한은 보안이 검증된 시스템이 신속하게 업데이트를 배포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절차입니다.
결국 육군은 이번 일을 “조기 위험 발견과 신속한 해결의 좋은 사례”로 평가한 것입니다.
팔란티어 주가 급락 이유
이처럼 문제가 이미 해결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팔란티어 주가는 10월 3일 하루 만에 8%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국방 관련 뉴스는 ‘보안’이나 ‘위험’ 같은 단어만 등장해도 시장 반응이 즉각적입니다. 팔란티어는 정부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에, 보안 논란은 곧바로 투자 심리에 타격을 줍니다.
두 번째로, 같은 날 백악관의 정부 인력 감축 검토 소식이 전해지며, 기술주 전반이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정부 계약에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이런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죠.
마지막으로, 팔란티어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이미 매우 높습니다. 지난 3년간 주가가 2,000% 이상 상승했는데요. 이런 초고평가 국면에서는 작은 부정적 뉴스에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가 급격히 움직이게 됩니다.
결국 이번 하락은 기본적인 펀더멘털보다는 ‘심리적 반응’에 가까운 조정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NGC2 프로젝트는 미 육군의 디지털 전장 네트워크 혁신 계획의 핵심 축인데요.
팔란티어는 이미 육군, 공군, 특수전사령부 등에서 데이터 분석 및 작전 계획용 소프트웨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NGC2는 이러한 시스템을 한 단계 확장해, 모든 전투 자산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전장 운영 체계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될 프로젝트입니다.
이와 같이 팔란티어는 이미 여러 굵직한 방위 계약을 확보했습니다.
2025년 1분기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9% 증가했고, 최근에는 10년간 최대 1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육군 통합 계약을 따냈습니다. 또한 보잉 방산우주 부문과 협력해 항공기 및 위성 운영에 인공지능 분석을 적용하고 있고, 영국 국방부와도 10억 파운드 규모의 인공지능 계약을 논의 중입니다.
즉, NGC2는 팔란티어가 국방 데이터 생태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이며, 이번 논란이 그 방향성을 흔들 가능성은 낮습니다.
정치적 배경과 잠재적 리스크?
로이터 통신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정치적 맥락’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 듯합니다. 팔란티어와 앤두릴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설립한 기업이라는 점을 언급했죠.
최근 미 국방부는 기존 대형 방산업체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빠른 기술 혁신을 내세운 민간 스타트업형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정권 교체나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언제든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빠르게 만들고 수정한다(move fast and fix later)”는 실리콘밸리식 접근법이 군사 인프라에 적합한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메모 사건은 이런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사태는 ‘보안 스캔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상적인 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를 조기에 해결한 사례에 가깝습니다. 육군이 직접 문제 해결 과정을 인정했고, 팔란티어의 핵심 시스템 자체에는 취약점이 없었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은 있었지만, 팔란티어의 근본적 성장 스토리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방위·AI 분야의 핵심 파트너로서 이미 공고한 입지를 다졌고, 현금흐름과 수익성도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죠.
다만 팔란티어 주가가 최근에 반등을 거듭하며 역사적 최고가를 향해 올라가는 와중에 모멘텀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에 타격을 받은 주주들도 있어 보입니다. 5일선을 잘 타고 올라갔다가 20일선까지 떨어졌는데요. 다음 주에 반등 여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주봉상으로 봐도 5주선을 지켜준 모습인데요. 아직 상승 모멘텀이 훼손됐다고 볼 수는 없으나, 미국 증시 전체 상황과 함께 주가 흐름을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