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암호화폐 이슈를 쉽게 정리해드리는 코인뉴스입니다.
2025년 10월 4일 소식 전해 드립니다.
비트코인, 다시 시작된 10월의 반등
10월은 비트코인에게 ‘Uptober’라고 불릴 만큼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달입니다. 지난 12년 중 10년 동안 비트코인은 10월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는데요, 올해 역시 그 패턴이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비트코인은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었습니다. 주식과 금이 연일 신기록을 세우는 동안, 비트코인은 10만 달러 초반대에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지지부진했죠. 하지만 10월이 시작되자마자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단 며칠 만에 10% 가까이 상승하며 최고 12만 3천 달러까지 돌파한 겁니다.
이번 상승은 단순히 ‘투기’로 불리던 과거의 랠리와 달리, 장기적인 상승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Bullish한 시각의 입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상승이 ‘다른 이유’
예컨대 경제학자 노엘 애치슨(Noelle Acheson)은 “이번 상승은 이전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뉴스레터 Crypto is Macro Now에서, 이번 상승세가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거시경제적 흐름의 변화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죠.
예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주로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움직였다면,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대형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헤지펀드 같은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치슨은 특히 “현재는 주요국 통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달러와 유로 등 기존의 법정화폐가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문제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점점 더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ETF가 이끄는 새로운 자금 흐름
또한 이번 상승의 핵심 중 하나는 비트코인 ETF입니다.
ETF(상장지수펀드)는 쉽게 말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인데요, 복잡한 지갑이나 거래소를 거치지 않아도 주식 계좌를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 자금 유입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 IBIT가 시장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번 주에만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입됐고, 미국 전체 비트코인 ETF의 주간 순유입 규모는 22억 5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피델리티의 FBTC, 아크인베스트의 ARKB, 비트와이즈의 BTB 등도 각각 수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새로 끌어모았죠.
ETF가 승인된 2024년 1월 이후 지금까지 미국 내 비트코인 ETF로 들어온 누적 자금은 약 600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비트코인이 이제는 본격적인 월가 자산군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입니다.
IBIT의 거래량도 매우 활발합니다. 목요일 하루 동안만 43억 달러어치 거래가 이루어졌고, 이는 미국 상장 ETF 전체 중 상위 10위 안에 들 정도입니다. S&P500을 추종하는 SPY나 금 ETF인 GLD와 같은 대형 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죠.
자산운용규모(AUM) 역시 9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처음으로 ETF 상위 20위권에 진입했습니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는 “이 추세라면 2026년 크리스마스쯤엔 상위 10위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달러에서 ‘실물 자산’으로 이동하는 자금 흐름
한편 이번 현상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점점 ‘화폐’보다 ‘자산’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확실성, 각국의 재정 악화 같은 요인들이 겹치면서, 많은 자금이 ‘국가가 찍어내는 돈’이 아닌 ‘공급이 제한된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금, 부동산, 그리고 비트코인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최대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고,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매력이 커지고 있죠. 이번 상승은 바로 그 흐름이 한층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TF 옵션 거래, 전통 파생시장 제치다
이번 주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ETF 기반 옵션 거래의 급증입니다.
옵션은 일정 가격에 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파생상품인데요, 주로 리스크를 관리하거나 방향성에 베팅할 때 사용됩니다.
IBIT의 옵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이번 주 38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전통적인 비트코인 옵션 시장 1위였던 Deribit(더리빗)의 320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선 기록입니다.
더리빗은 2016년부터 비트코인 파생상품 시장을 지배해온 플랫폼으로, 올해 초에는 코인베이스에 약 29억 달러에 인수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TF 옵션이 거래 규모에서 이를 제쳤다는 건, ‘기관 중심의 새로운 시장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이더리움도 가세한 랠리
비트코인만 오른 게 아닙니다. 이더리움도 강하게 반등하고 있습니다.
블랙록의 이더리움 ETF인 ETHA는 이번 주에만 4억 8,5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미국 내 전체 이더리움 ETF로 들어온 금액은 10억 달러를 돌파했죠.
이더리움 ETF는 2024년 7월에 출시되었지만,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누적 유입액이 14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더리움은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탈중앙화 앱(DeFi, NFT, 스마트계약 등)이 돌아가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핵심 기반이기 때문에 기관의 관심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이더리움 가격은 약 4,500달러로, 지난주 대비 12% 이상 상승했습니다.
거시경제 흐름도 랠리에 힘을 보태다
최근 상승장은 암호화폐 시장 안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미국 주식시장 역시 정부 셧다운 우려와 고용 둔화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S&P500은 사상 최고치인 6,715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금 가격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죠. 이는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다시 점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발표된 민간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자, 투자자들은 조기 완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결국, 유동성이 시장으로 돌아오면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자산이 바로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과 금 같은 실물자산입니다.
노바디우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네이트 제라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부채를 갚는 대신 성장으로 돌파해야 한다’며, 관세 수입으로 국민에게 1,000~2,000달러의 리베이트를 지급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점도 비트코인과 금의 상승 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에 근접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이번에는 다를까?”에 쏠리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급등 후 급락이 반복될지, 아니면 이번엔 진짜 장기 상승 국면으로 이어질지가 핵심이죠.
다만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시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기관투자가들이 합법적이고 투명한 ETF를 통해 진입하고, 파생상품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었으며, 글로벌 경제 환경은 점점 더 비트코인 같은 희소 자산에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물론 FOMO, 즉 ‘놓칠까 두려운 심리’가 여전히 시장의 일부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돈의 개념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구조적 변화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월의 초반 흐름만 봐도 알 수 있듯, 이번 ‘Uptober’는 단순한 계절적 상승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서막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