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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6일 소식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비트코인 채굴 기업 사이퍼 마이닝(Cipher Mining)이 최근 매우 큰 발표를 했습니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플랫폼인 플루이드스택(Fluidstack)과 10년간 약 30억 달러 규모의 고성능 컴퓨팅(HPC) 호스팅 계약을 체결한 건데요. 여기에 구글이 14억 달러 규모의 지급 보증(backstop)을 제공하면서, 사이퍼 주식 약 5.4%에 해당하는 워런트(미래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이퍼는 8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 소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크게 올랐다가 정규장에서 더 큰 하락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제 채널에서 몇 번 다룬 기업 중 하나인데, 사이퍼 마이닝(티커: CIFR)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원래는 대규모 비트코인 채굴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엄청난 양의 컴퓨터를 가동해 암호화 퍼즐을 풀고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는 사업을 해온 거죠.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 붐이 커지면서 사이퍼는 단순한 채굴업체를 넘어 HPC 데이터센터 개발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비트코인만 캐는 회사’가 아니라, 인공지능 훈련과 실행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겁니다.
그리고 AI 붐이 식을 줄 모르는 현재 바로 이 기대감 때문에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해왔습니다. 지난 1년 간 3배가 올랐고, 지난 6개월 동안엔 4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비슷한 기업으로는 아이렌(IREN)이 있고 이 친구는 심지어 훨씬 더 많이 올랐죠. 채굴 기업에서 AI 데이터 센터 기업으로 변환하는 흐름에 불을 지른 게 바로 아이렌인데, 비슷한 기업 중에 비교적 덜 오른 종목을 찾으려는 투자자들 덕분에 후발주자인 사이퍼 마이닝도 최근에 엄청 주가가 올랐습니다.
플루이드스택·구글과 맺은 대형 계약
이번 뉴스의 핵심은 사이퍼와 플루이드스택이 맺은 10년 계약입니다. 사이퍼는 텍사스 콜로라도시티에 위치한 바버 레이크(Barber Lake) 데이터센터에서 168MW 규모의 IT 부하를 오는 2026년 9월까지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168MW라는 숫자는 체감하기 쉽지 않은데요. 쉽게 설명하면, 이는 수십만 개의 AI용 GPU 서버를 가동할 수 있는 엄청난 전력량입니다. 바버 레이크는 현재 244MW까지 지원 가능하고, 부지 면적이 587에이커에 달해 장기적으로 500MW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계약 규모는 초기 10년 동안 30억 달러, 여기에 두 번의 5년 연장 옵션이 있어 최종적으로는 70억 달러에 달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 지급 보증을 서주면서 신뢰성이 크게 강화됐고, 사이퍼는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본시장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익 규모만 보면 엄청나게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건설 비용이 들어갑니다. 사이퍼는 MW당 900만~1,100만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이를 168MW로 환산하면 15억~18억 달러의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순영업이익 마진(NOI margin)을 80~85%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순영업이익 마진이란, 임대 수익에서 운영비용과 세금을 제외하고 남는 비율인데, 80% 이상이라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실제 현금 흐름이 나오려면 2026년 이후라는 점은 잊어서는 안 되죠.
전환사채 발행의 의미
같은 날 발표된 두 번째 큰 소식은 사이퍼가 8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onvertible Notes)를 발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전환사채란, 투자자가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일정 조건이 되면 그 돈을 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증권인데요.
사이퍼 입장에서는 무이자(0%)로 자금을 빌릴 수 있어 유리합니다. 하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나중에 주식이 늘어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사이퍼는 캡드 콜 거래(Capped Call Transactions)라는 헤지를 병행할 계획인데, 이는 전환으로 인한 희석을 일정 부분 막아주는 장치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조달한 자금은 바버 레이크 건설, 2.4GW 규모의 HPC 프로젝트 가속화, 새로운 부지 확보 등에 쓰일 예정입니다.
주가가 오르고도 하락한 이유
이 소식이 발표되자 사이퍼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급등했습니다. ‘구글 참여’와 ‘30억 달러 계약’이라는 키워드가 시장의 기대감을 키운 것이죠. 그러나 정규장이 열리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투자자들은 곧 높은 건설 비용, 8억 달러 전환사채에 따른 희석 우려, 그리고 2026년 이후에야 수익이 본격 발생한다는 점을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주요 주주들이 약 6,900만 달러 규모의 지분을 매도했다는 사실까지 겹치면서 매도세가 강해졌습니다. 결국 주가는 장중에 하락세로 전환되었죠.
이번 계약이 사이퍼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
사실상 이번 계약은 사이퍼에게 있어 단순한 수익 계약이 아니라, 비트코인 채굴업체에서 AI 인프라 제공업체로 변신하는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는 이미 2.4GW 규모의 HPC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이번 계약을 “첫 사례”로 규정하면서 추가적인 HPC 거래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아무튼 이번 플루이드스택과의 계약, 구글의 보증 참여로 인해 회사의 위상이 크게 끌어올려진 느낌인데요. 만약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사이퍼는 AI 시대의 핵심 데이터센터 개발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8억 달러 전환사채 발행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얼마나 큰 자금이 필요한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장기간의 실행 리스크를 감안할 때,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AI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부채와 희석, 실행 리스크라는 현실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주가 얘기를 해보자면 이날 CIFR 주가는 17% 이상 급락했으나 애프터마켓에서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음 날 정규장이 열려봐야 알 수 있겠습니다만, 워낙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큰 반등이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내일도 크게 하락하게 된다면 추세가 많이 훼손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미 이동평균선 5일선을 뚫은 상태인데, 다음으로는 20일선까지 하락 여지를 열어둬야 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