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상자산 이슈를 쉽게 풀어드리는 코인 뉴스 2025년 9월 25일 에디션입니다.
이더리움, 월가와 트럼프의 선택 받았다?
펀드스트랫(Fundstrat) 공동 창업자이자 비트마인(BitMine) 회장인 톰 리가 2025년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임팩트(Impact) 컨퍼런스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펀드스트랫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투자 리서치 회사로, 금융·주식·암호화폐 시장 분석 보고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비트마인은 원래 비트코인 채굴 및 디지털 자산 운용 기업이었으나 최근 보유 자산을 전면적으로 이더리움 중심으로 전환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이더리움 국고 보유 회사가 된 곳입니다.
톰 리 회장은 이더리움이 “진정한 중립 체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누구 한쪽이 몰래 유리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공정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월가 금융기관이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월가는 중립적인 체인 위에서만 거래를 하고 싶어 한다”라는 말이었죠.
그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 들어 백악관과 의회가 점점 친(親) 암호화폐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로봇과 에이전틱 AI(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인공지능)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 로봇 경제를 뒷받침할 토큰 인프라가 필요할 텐데, 상당 부분이 이더리움 위에서 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도 “Proof-of-Human”(인간임을 증명하는 인증 체계)을 언급했는데, 이 역시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죠.
비트마인을 이더리움 국고 보유 기업으로 전환시킨 것도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그는 이더리움이 10년에서 15년간 이어질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는데요. 실제로 전환 직전인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비트마인의 시가총액은 약 3,76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94억 5천만 달러로 폭증했고, 현재 215만 ETH를 보유한 세계 최대 이더리움 국고 회사가 되었습니다. 전체 암호화폐 보유 규모로는 비트코인을 집중 매입한 마이클 세일러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톰 리 회장은 이 시장에서 한 회사만 살아남는 구조는 아닐 것이라며, “이더리움 국고 회사가 더 늘어날 여지는 있지만 시장은 이미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비트마인은 하루에 30억 달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34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진다. 두 회사가 전체 DAT(Digital Asset Treasury, 디지털 자산 국고) 거래량의 90~95%를 차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말은 곧 기관 투자자들이 사실상 두 기업만을 집중적으로 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이 두 회사가 이제 사실상 대형주처럼 취급되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주요 지수에 편입될 때마다 자동적으로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는데, 이는 기업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방식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가치 할증)을 지탱해 왔고, 우리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죠.
다만 비트마인 주가는 7월 즈음에 역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깊은 조정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스트래티지 주가 역시 올해 하반기에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톰 리 회장은 암호화폐 가격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입장을 이어갔습니다. 연말 비트코인은 20만~25만 달러, 이더리움은 1만~1만 2천 달러 범위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여전히 강세론자”라며, 특히 4분기는 계절적으로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여왔고, 올해 내내 매파적이던 연준(Fed)이 비둘기파 기조로 돌아선 만큼 비트코인에는 추가적인 순풍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대비 가격 비율에서 과거 평균이나 최근 5년 고점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봤습니다. 비트코인이 25만 달러에 도달한다면 이더리움은 1만~1만 2천 달러 범위에 도달할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그는 “이더리움은 결국 이전 고점을 넘어설 것”이라며, 진정한 가격 발견 구간은 1만 2천~1만 5천 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마저도 상한선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더리움은 톰 리 회장이 참석한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가 진행되고 있는 이번 주 강한 조정을 겪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고는 있으나 다른 코인들도 약세인 것은 마찬가지죠.
과연 톰 리 회장의 예상은 적중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플레어 네트워크, XRP를 디파이로 연결하다
한편 그동안 결제 네트워크에만 주로 쓰였던 XRP가 드디어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시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레이어 1 블록체인 플레어 네트워크(Flare Network) 가 FXRP라는 새로운 래핑 자산을 내놓으면서부터인데요. 쉽게 말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스마트 계약과 디파이 서비스에서 XRP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XRP 보유자는 일정 담보를 맡기고 1:1 대응되는 FXRP를 발행할 수 있으며, 이를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거래하거나 대출·유동성 공급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출시 초기에는 500만 FXRP까지만 발행할 수 있지만, 점차 발행 한도가 늘어날 예정입니다. 현재 스파크덱스, 블레이즈스왑, 에노시스 같은 거래소와 루미나이트, 옥센플로우 같은 지갑이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초기 유동성 풀에 참여하면 최대 연 50% 수준의 보상률(APR)을 기대할 수 있으며, 보상은 플레어의 자체 토큰인 rFLR로 지급됩니다. 플레어는 이를 두고 “XRP 디파이의 각성”이라고 표현했는데요. 기존의 래핑 XRP가 특정 기관을 신뢰해야 했던 수탁(custodial) 방식이었다면, FXRP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자동으로 검증되는 비수탁(non-custodial) 구조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이번 출시는 XRP가 단순 송금을 넘어 대출, 스테이킹 등 다양한 금융 활동에 활용될 수 있게 된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잠재력은 컸지만 실제 활용처가 제한적이었던 XRP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한 것이죠. 다만 XRP 코인 가격은 다른 주요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조정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테더, 기업가치 5,000억 달러 도전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가 또다시 시장을 흔들만한 소식을 내놓았습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테더는 최대 200억 달러를 조달해 기업가치를 약 5,000억 달러로 평가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계획이 성사된다면, 테더는 오픈AI나 스페이스X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유수의 비상장 기업 반열에 오르게 되죠.
이번 거래는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금융사 캔터 피츠제럴드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캔터는 이미 테더 지분 5%를 보유하고 있으며, 테더 가치가 목표치에 도달할 경우 이 지분 가치는 250억 달러에 달하게 됩니다.
테더는 현재 1,720억 달러 규모의 USDT를 발행하고 있으며, 최근 분기에는 49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할 만큼 수익성이 매우 높습니다. 경쟁사인 USDC 발행사 서클이 740억 달러 발행량과 300억 달러 기업가치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테더의 우위가 확연히 드러나는 셈입니다.
물론 투명성과 준비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테더의 수익성과 성장 목표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거래 수단을 넘어 글로벌 금융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FTX 트러스트, 제네시스 디지털 상대로 11억 5천만 달러 소송
한편 FTX 파산 사태의 여파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FTX 회생 신탁이라는 조직이 움직였는데요, 이곳은 망한 거래소 FTX의 돈을 최대한 회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입니다.
회생 신탁은 카자흐스탄에 있는 비트코인 채굴 회사 제네시스 디지털을 상대로 무려 11억 5천만 달러(약 1조 6천억 원) 규모의 소송을 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샘 뱅크먼-프리드, 즉 FTX의 전 CEO가 고객들이 맡긴 돈과 회사 돈을 뒤섞어 이 회사에 무모하게 투자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그 중 5억 5천만 달러는 회사 공동 창업자의 개인 계좌로 바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투자 대상이 된 카자흐스탄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정치적 불안정, 잦은 정전, 새로 도입된 세금 때문에 채굴 사업 환경이 열악했는데도 FTX는 꼼꼼히 조사하지 않고 돈을 넣었다는 것이죠. 심지어 제네시스 디지털이 내놓은 재무제표도 감사가 안 된 상태였고, 실제 상황과 크게 달랐다고 회생 신탁 측은 주장합니다.
FTX는 이미 2022년에 파산했고, 샘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돈을 유용한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 돈을 되찾기 위한 소송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업계에 “투자할 때 기본적인 검증조차 하지 않으면 이런 참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CFTC, 파생상품 시장에 토큰화 담보 도입 추진
미국 규제 당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토큰화된 담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파생상품은 원유나 금, 혹은 암호화폐 같은 기초 자산의 가격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금융계약입니다. 이 계약을 체결할 때 거래자는 담보를 맡겨야 하는데요, 이는 의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입니다. CFTC는 이제 이 담보를 달러 현금 대신 스테이블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으로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실험 중인 것이죠.
위원장 대행 캐롤라인 팜은 “토큰화 시장은 이미 현실이며, 미래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 움직임은 올 초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코인베이스, 서클, 리플 등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에서 이어진 결과입니다.
토큰화 담보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결제 속도가 빨라지고, 거래 기록이 블록체인에 남아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를 허무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