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기사를 보니,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면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에서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읽고 저도 많은 생각이 들어 제 의견을 덧붙여 정리해 보았습니다.

얼마 전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우리 근로자 300명 이상이 체포되고 구금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보니, 기업들이 미국에 새로 투자하는 것을 당연히 망설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국민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아 정말 속상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를 차라리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이번 한미 협상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미국이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 차이가 큰 일본과 비슷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각 나라의 상황이 다른데,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한미 FTA로 미국에 대한 관세율이 거의 0% 수준인데도, 지난 20년간 대미 누적 흑자는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고 합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일본(4조 2000억 달러)이 우리나라(1조 8000억 달러)의 2.3배나 됩니다.

정부 예산 규모 역시 일본은 1조 2000억 달러인데 우리는 5000억 달러로 차이가 상당합니다.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1인당 대미 투자 부담액이 우리나라는 6776달러인데, 일본은 4458달러라고 하니 정말 불공평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3500억 달러라는 거액의 달러가 빠져나가면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심하면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다시는 그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4160억 달러)의 84%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이 돈이 유출되면 IMF 등이 권장하는 보유액의 20%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반면 일본이 요구받은 투자액은 일본 외환보유고의 42% 수준이고, 무엇보다 엔화는 기축통화라 우리보다 훨씬 안정적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무제한 통화스와프 협정도 체결되어 있지 않아 외환 충격에 대한 보호 장치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어떠한 태도를 보여줘야 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진정한 파트너라면 일방적으로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어려운 사정도 헤아려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비관세장벽 해소와 관련해 미국의 요구를 상당히 수용해 주었다고 합니다.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을 폐지했고, 망 사용료나 온라인플랫폼법 관련해서도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LNG와 원유 등 에너지 1000억 달러 구매를 약속했고, 대한항공은 보잉 항공기 103대를 구매하기로 계약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1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먼저 많은 노력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양국 관계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호 호혜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한쪽에만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