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기업 리게티 컴퓨팅(RGTI)이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최근에 아이온큐도 그렇고 리게티 컴퓨팅도 그렇고 주가가 뜨겁게 오르면서 양자컴퓨터 시장에서 또 한 번의 대상승장이 펼쳐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여전히 꿈을 먹고 자라는 섹터이긴 하나 리게티 컴퓨팅 같은 경우 최근에 몇 가지 소식이 있어서 다뤄보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기업 리뷰 잠깐 들어가자면 리게티는 2013년에 설립된 미국의 양자컴퓨팅 기업입니다. 창업자 채드 리게티는 IBM의 양자 부문에서 근무했던 물리학자 출신이죠.

양자컴퓨터 개념도 5초 안에 설명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 컴퓨터는 0과 1로만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빗(quantum bit)이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큐빗은 동시에 여러 상태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연산에서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를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입니다. 현재 업계는 수십에서 많아야 몇백 큐빗 수준인데, 실제로 광범위한 활용을 하려면 수천, 수만 단위까지 확장되어야 합니다. 리게티는 작은 칩을 여러 개 연결하는 칩렛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내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리게티 컴퓨팅은 Cepheus-1-36Q라는 새로운 36큐빗 양자컴퓨터를 발표했습니다. 네 개의 칩렛을 묶어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하게 만든 것이 특징인데요. 이 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의 대형 칩을 만들 때 발생하는 제조와 오류 제어 문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칩을 더 정교하게 만든 뒤 연결하면 확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죠.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성능입니다. 이 시스템은 2큐빗 연산에서 99.5%의 정확도(피델리티)를 달성했습니다. 피델리티란 연산이 오류 없이 제대로 실행되는 비율을 뜻하는데요. 과거 리게티의 84큐빗 머신인 Ankaa-3가 보여준 정확도보다 두 배 가까이 개선된 수치입니다. 이는 업계 선두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 그런데 기술만으로는 이 업계에서 승부하기 어렵습니다. 리게티는 다양한 협력 관계를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는데요.

9월 초, 리게티는 인도의 C-DAC(전자정보기술부 산하 첨단컴퓨팅개발센터)와 자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인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시장 중 하나라서 의미가 큽니다. 또한 단순 연구 제휴가 아니라 인도 정부의 전략 프로그램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C-DAC은 ChipIN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인도가 자국 반도체 설계와 초전도 하드웨어, 극저온 전자 장비 개발 역량을 키우려는 핵심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협력으로 리게티는 단순히 장비 공급자가 아니라, 인도의 반도체·양자 국가 전략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죠.

맥킨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양자컴퓨팅 투자 규모의 66%가 정부 예산에서 나왔고, 2025년에는 이미 100억 달러를 초과했습니다. 초기 시장은 정부가 주도한다는 현실 속에서, 리게티가 인도 정부 프로젝트에 깊이 들어간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리게티는 미국에서도 전략적 거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몬태나 주립대학이 새로 개소한 QCORE 연구센터에 리게티의 Novera QPU(9큐빗 머신)를 설치했습니다. 이로써 MSU는 세계 최초로 리게티 양자컴퓨터를 온프레미스(on-premises) 형태로 보유한 학술기관이 되었습니다.

Novera QPU는 리게티의 Ankaa 아키텍처 기반으로, 가변 결합기(tunable coupler)와 격자형 구조를 통해 빠른 2큐빗 연산을 지원합니다. 또 이 칩은 리게티의 Fab-1이라는 시설에서 제조되었는데, 업계 최초의 전용 양자칩 제조 시설이라는 점에서도 차별화됩니다.

또한 이 협력은 교육과 연구뿐 아니라 미 공군 연구소(AFRL)와의 계약과도 연결됩니다. AFRL은 리게티 장비를 활용해 양자 네트워킹 하드웨어를 연구하고 있고, QCORE 역시 이 생태계와 연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리게티는 인도에서는 국가 반도체 전략, 미국에서는 국방 연구와 연결되며 입지를 넓히고 있는 셈입니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현금인데요. 재무적으로도 리게티는 적어도 몇 년은 버틸 체력을 확보했습니다. 2025년 2분기 기준 5억 7천만 달러 이상의 현금과 투자자산을 보유 중이며, 올해 초에는 주식 발행을 통해 3억 5천만 달러를 추가로 조달하기도 했죠.

여기서 잠깐, 주식 발행이란 회사를 위해 새로운 주식을 시장에 내놓아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연구개발에 쓸 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현금을 확보했다는 건, 향후 몇 년간 적자가 이어져도 연구개발을 이어갈 여력이 충분하다는 신호입니다.


실적 발표에서 리게티는 목표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오는 2025년 말까지 100큐빗 이상 칩렛 기반 시스템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번에 달성한 99.5%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확장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성과가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1,000큐빗 이상까지 확장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수천 큐빗 규모가 되면 기존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 이제 주가 얘기를 해보죠. 최근 리게티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9월 18일 기준으로 지난 5일 동안 리게티 컴퓨팅 주가는 무려 35% 이상 급등했습니다.

동일 기간 동안 아이온큐 주가는 47% 이상 급등했습니다. 사실 최근 양자컴퓨팅 관련주 주가 흐름이 좋은 이유는 아이온큐에서 직접적인 호재가 나왔기 때문인데요. 최근 제 채널에서 다룬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이로써 리게팅 컴퓨팅 주가는 2024년 말과 2025년 초에 기록했던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최고가를 기록한 다음에 털썩 고꾸라지고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다가 4월부터 꾸역꾸역 오르더니 기어코 말아올린 모습입니다.

솔직히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인 회사이고 매출은 연구개발 비용에 비해 미미합니다. 경쟁도 치열하죠. IBM, 구글, IonQ 같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기술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무엇보다 양자컴퓨팅이라는 산업 자체가 아직 먼 미래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어마어마한 거품인 것은 맞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자면요.

그러나 이렇게 업계 전반에서 역사상 최고가가 나온다면 분명 주목을 할 필요는 있습니다. 위 차트는 디웨이브 퀀텀 주가 차트인데 역시나 이번에 함께 역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물론 금방 거품이 꺼지긴 했으나, 조정을 겪은 뒤에 발생한 급등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승세가 시작될 가능성도 보입니다.

한편 동시에 최근 이사회 임원 마이클 클리프턴은 보유 주식 75,000주를 매각했다는 소식도 있었는데요. 약 142만 달러 규모였고, 개인 지분이 약 10% 줄어든 셈입니다. 내부자의 매각은 시장에서 단기 경계 신호로 읽히기도 합니다. 주식이 올랐으나 현금화는 옳은 선택인데, 내부자 매도세 추이도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공격적으로 지분을 늘렸습니다. Vanguard, UNICOM Systems, Ameriprise, Geode Capital 등은 수백만 주를 매입하며 현재 약 35% 이상의 지분이 기관 투자자 손에 있습니다. 즉, 내부자는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기관들은 장기 성장 가능성을 보고 베팅한 것이죠.


어쨌단 양자컴퓨팅은 아직 기업 매출만으로 유지되는 시장이 아닙니다. 초기 시장의 절대 다수는 정부 주도 예산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리게티가 인도 정부와 협력하고, 미국에서는 대학과 국방 연구소와 손잡은 것은 결국 이 흐름을 정확히 겨냥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지금은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띄운 시절과 비슷합니다.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항공사가 전 세계를 연결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죠. 리게티가 보여준 성과는 분명 비행 성공에 해당하지만, 이를 글로벌 산업으로 확장하는 건 또 다른 도전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양자컴퓨팅은 언젠가 산업을 뒤바꿀 가능성이 크지만,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리게티는 36큐빗 머신으로 존재감을 증명했고, 2025년 말까지 100큐빗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앞으로 1년 남짓한 시간이 이 회사의 미래를 가르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