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티콘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모바일로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개념은 낯설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카카오톡에서 손쉽게 친구에게 커피 한 잔을 선물하거나, 가족에게 치킨 쿠폰을 보내고, 직장 동료에게 편의점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전달합니다. 이렇게 간편하고 부담 없는 선물은 빠르게 대중화되었고 이제는 연간 3조 원을 넘어서는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단순한 선물 문화의 변화로 보기에는 너무 큰 규모이기에,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경제적 원리와 사회적 흐름이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기프티콘 경제학’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기프티콘의 성장은 한국 특유의 선물 문화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생일이나 기념일, 혹은 감사 인사를 전할 때 반드시 물건을 직접 사거나 현금을 봉투에 담아 전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금은 너무 무겁게 느껴지고, 선물을 직접 고르자니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반면 모바일 쿠폰은 5천 원짜리 커피 한 잔도, 만 원짜리 치킨 쿠폰도 부담 없이 보낼 수 있으면서도 마음을 충분히 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정(情)’과 ‘작은 배려’라는 정서와도 맞아떨어져, 단순히 상품권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작은 금액이지만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다는 신호가 되기에 소비자들은 기프티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프티콘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매력적인 수익 모델입니다. 상품권의 가장 큰 장점은 재고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매장에서 물건을 준비해놓지 않아도 소비자가 쿠폰을 구매하는 순간 매출이 발생하고, 만약 유효기간 내에 사용되지 않으면 기업의 순수익으로 남습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브레이크에이지(breakage)’라고 부르는데, 기업에게는 굉장히 달콤한 수익 구조입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물건을 찾지 않아도 기업은 돈을 번다는 점에서 상품권 사업은 안정적이면서도 리스크가 적습니다. 더 나아가 기프티콘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매장에 방문하면서 추가 소비를 하게 되므로 쿠폰의 가치는 단순한 상품 판매 이상으로 확장됩니다. 커피 쿠폰을 사용하러 온 고객이 케이크를 추가로 구매하거나, 치킨 쿠폰을 쓰면서 맥주와 사이드 메뉴를 더 주문하는 것은 흔한 풍경입니다.
이 시장이 단숨에 대중화될 수 있었던 데에는 플랫폼의 힘이 큽니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입니다. 이미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 안에 선물하기 기능을 탑재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쿠폰을 사고 보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별도의 앱 설치나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게다가 카카오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에 맞는 선물을 추천해주었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더 쉽게 쿠폰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단순히 쿠폰 판매 중개를 넘어 광고와 마케팅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기프티콘은 이제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기프티콘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서 새로운 경제 영역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셀 시장입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기프티콘이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곤 합니다. 특히 인기 브랜드의 커피나 치킨 쿠폰은 현금처럼 빠르게 거래되며 일종의 ‘대체화폐’처럼 활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도 기프티콘은 중요한 도구입니다. 팬들이 콘서트나 생일 이벤트 때 수천 장의 쿠폰을 구매해 팬카페나 SNS 이벤트로 나누어 주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기프티콘은 단순히 상품권이 아니라 사회적 활동과 경제적 거래의 매개체로 확장된 것입니다.
하지만 기프티콘을 둘러싼 불만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유효기간과 환불 제한이었습니다. 쿠폰을 선물로 받았지만 깜빡 잊고 사용하지 못해 그대로 소멸되거나, 환불을 요청했더니 구매액의 90%만 돌려준다는 답변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고,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결국 2025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고 표준약관을 개정했습니다. 이 조치로 인해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5만 원 이하의 상품권은 현금 환불 시 90%를 받을 수 있고, 5만 원을 초과하는 상품권은 95%까지 환불이 보장됩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소비자가 현금 대신 포인트나 적립금 환불을 선택하면 유효기간이 지났더라도 100%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소비자가 환불 수단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100% 환불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특히 카카오톡 기프티콘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선물함에 방치해둔 쿠폰이 있다면 이제는 소멸되기 전에 환불을 신청해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유효기간이 지났더라도 포인트 환불을 선택하면 100% 환불이 가능하니, 예전처럼 무조건 손해를 감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 과거에는 회원 탈퇴를 했거나 비회원으로 구매했거나 양도받은 상품권은 환불이 어렵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으로 이런 제한도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정당하게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기프티콘은 소비를 게임화한 사례입니다. 작은 금액으로 즉각적인 만족을 주고받으며, 선물하는 사람은 가벼운 뿌듯함을 얻고, 기업은 미리 결제를 받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며, 소비자는 필요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창출합니다. 즉, 기프티콘이라는 작은 쿠폰이 소비자, 기업, 플랫폼 모두에게 각기 다른 방식의 이익을 주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균형 덕분에 모바일 쿠폰 시장은 불과 몇 년 만에 수조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기프티콘은 단순히 작은 선물이 아닙니다. 한국의 소비문화, 기업의 전략, 그리고 제도 변화까지 아우르는 생활경제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최근 제도 개선으로 소비자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고, 포인트 환불을 선택하면 100%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특히 중요한 진전입니다. 앞으로는 기프티콘을 단순히 소소한 선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소비 습관과 경제 구조를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커피 한 잔, 치킨 한 마리의 기프티콘 속에 수조 원 규모의 시장과 수많은 이해관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습니까? 아마 앞으로도 기프티콘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생활 속에서 경제적 의미를 만들어낼 것이고, 소비자 권리가 강화된 만큼 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발전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