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24년 AI 산업 종사자는 5만4000여 명으로 늘었지만, AI 인력 부족률이 7.4%에 달함
특히 AI 컨설턴트는 13.1%, 시스템 운영관리자는 10.6%가 부족
인재들이 고연봉과 우수한 개발환경을 제시하는 해외 기업으로 옮겨가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
자본력도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넘을 수 없는 벽
2023년 한국의 민간 AI 투자는 14억 달러(약 1조9300억 원) 수준으로, 미국(672억 달러)의 48분의 1 수준
빅테크 4사의 2024년 합산 설비투자 2300억 달러의 상당 부분이 AI 데이터센터·서버에 쓰였음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5년 약 800억 달러 AI 투자 계획을 알렸고, 2026년에는 1200억 달러 수준까지도 시사
국내 AI 시장 매출은 2024년 규모는 6조3000억 원으로 추정돼 약 72조 원 규모인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턱없이 작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
정부는 ‘소버린 AI’를 내세우며 자립형 AI 개발을 강조하고 있음. 소버린 AI는 핵심 기술 확보를 넘어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로 그 나라의 문화와 가치를 반영하는 AI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AI 거버넌스와 독자적 산업 발전을 이루겠다는 포괄적 전략
타당한 목표지만 접근 방식을 잘못하면 갈라파고스 제도처럼 고립된 섬이 될 위험이 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재 확보, 자본 유치, 국제 협력, 시장 개방에 걸친 ‘개방형 진화’ 전략
먼저 해외 인재를 적극 유치해야 함. 해외 인재들이 한국에서 창업하고 연구할 수 있는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함. 싱가포르가 AI 허브로 부상한 것도 체계적인 인재 유치 프로그램 덕분. 연구환경 개선은 물론이고 배우자 취업 지원, 자녀 교육, 주택 제공까지 포함하는 ‘패키지 지원’으로 정착 기반을 만들어줘야 함
자본 유치도 마찬가지. 1980년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갈등으로 투자 기피국이었지만 정부의 ‘버드(BIRD·Binational Industrial Research and Development)’ 프로그램이 게임체인저 역할. 미국의 유력 기업들과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연결하고 협력 비용의 50%를 정부가 지원한 결과 세계에서 손꼽히는 ‘스타트업 강국’이 됐음. 1990년대 나스닥에 상장한 이스라엘 기업 상당수가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음
대학과 기업 간 국제 협력도 늘려야 함. 해외 명문대와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인적 교류를 해야 함. 핵심은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닌 상호 학습. 이스라엘에서는 2300개가 넘는 AI 기업들이 해외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서로의 강점을 결합하고 있는 것도 이런 교류의 힘
시장 접근도 중요. 국내 시장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움.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임에도 ‘SEA-LION’이라는 동남아시아 전용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해 아세안 전체를 타깃으로 삼고 있음. 2030년까지 AI가 동남아 총 국내총생산(GDP)에 1조 달러를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처음부터 광역시장을 겨냥한 전략
우리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K-AI 수출 패키지’ 같은 정부 차원의 해외 진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함
물론 모든 것을 개방할 수는 없으며,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기술은 반드시 보호해야 함
기술적으로 우리만의 ‘비밀병기’도 갖춰야 함. 하지만 소버린 AI의 진정한 의미는 고립이 아니라 주도권을 가진 협력
반도체 강국으로서 AI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허브가 되거나, K컬처의 성공을 바탕으로 창의적 AI 콘텐츠 분야에서 앞서가는 식으로 우리 강점 분야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임. 개방과 협력을 통한 ‘스마트 진화’만이 AI 시대를 살아갈 길
<시사점>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은 동아일보 기고를 통해 한국의 AI생태계를 주요국과 비교했습니다. 그는 AI 생태계를 인재확보 현황(해외인재 유치, AI박사 배출), 자본투자 현황(벤처투자 규모, 정부R&D 지원), 기술 경쟁력 현황(AI기업 수, 대표AI 기업)을 5점 척도를 나누어 평가했는데, 한국은 평가결과 15점 만점에 7점이었습니다. 이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은 15점, 중국은 12점, 이스라엘은 12점, 싱가포르 10점, 일본 8점으로 비교국 중 한국이 가장 낮았습니다.
그가 지적한 한국 생태계의 미흡한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국내 AI관련 인력 부족, 직무별 부족률 심화
2) 우수인재의 해외유출
3) 민간AI 투자가 작음. 규모의 경제가 어려움
4) 대학-기업간, 국내외 간 협력 네트워크 부족
5) 정부의 소버린 AI전략이 갈라파고스 위험
6) 해외시장 진출 전략이 미흡
7) 작은 시장 규모가 문제
8) 글로벌 경쟁 열위
따라서 맹성현 부총장은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1) 해외 인재 유치 확대 및 국내 인재 유출 방지책 마련
2) 자본유치 및 투자 확대
3) 국제 협력 및 공동연구 강화
4) 시장 개방과 글로벌 스케일업 지향
5) 핵심 인프라 확보와 기술 자립
6) 소버인 AI라는 주권 강조가 폐쇄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개방 협력 필요
맹선현 부총장의 기고문은 대체로 타당하며, 한국 AI 정책 수립에 참고가 될 내용입니다. 한국 AI가 경쟁국 대비 열위에 있는 만큼, 이를 신속히 극복할 수 있는 개방적 진화, 전략적 투자, 인재유치, 글로벌 협력 및 스케일업 중심의 생태계 설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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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0/0003661514?date=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