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자력 스타트업 오클로 업데이트 해보겠습니다.
9월 15일, 오클로(Oklo)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올랐습니다. 종가 기준으로는 95.68달러, 하루 동안 무려 15% 이상 급등한 수치입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의 상승률은 330%에 달하는데요. 왜 이렇게 급등했고 분위기가 좋은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오클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차세대 원자력 스타트업입니다. 이 회사의 핵심 목표는 기존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가 아니라, 소형 모듈 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라 불리는 더 작고 효율적인 원자로를 상용화하는 것입니다.
대표 프로젝트는 오로라(Aurora) 파워하우스라는 이름의 원자로인데요. 이 원자로는 기존 발전소와 달리 설치 면적이 작고,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이미 사용된 핵연료를 재활용해 다시 연료로 쓸 수 있다는 특징입니다. 오클로의 오로라 원자로는 단순한 소형 모듈 원자로가 아니라, 고속로(fast reactor)인데요. 전통적인 원자로는 중성자를 느린 상태(thermal neutron)에서 이용하지만, 고속로는 더 빠른 중성자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연료를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기존에 남아 있던 사용후핵연료까지 다시 태워 에너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핵폐기물 감소 + 연료 활용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오케이 그럼 OKLO 주가가 왜 9월 17일에 폭등을 했느냐. 이유는 바로 미국과 영국이 손잡은 신규 원자력 협정이었습니다. 이 협정은 “대서양 첨단 원자력 파트너십(Atlantic Partnership for Advanced Nuclear Energy)”이라고 불리며, 두 나라가 차세대 원자로와 관련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계획에는 영국에 최대 12기의 첨단 모듈 원자로 건설이 포함되어 있고, 데이터센터를 원자로로 직접 가동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원자력과 디지털 산업을 동시에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미국 내 원자력 기업들, 특히 DOE(미국 에너지부)와 긴밀히 협력해온 오클로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 겁니다. 이미 아이다호 주에 부지 허가를 받았고, DOE의 원자로 파일럿 프로그램(Reactor Pilot Program)에서 3개 프로젝트에 선정됐거든요. 스타트업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정부의 지원과 규제적 신뢰는 원자력처럼 규제가 많은 산업에서는 곧 투자자 신뢰로 이어집니다. 이 점이 최근 주가 랠리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한편 지난 9월 3일에 오클로는 테네시주에 16억 8천만 달러 규모의 연료 재활용 시설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시설은 사용 후 핵연료에서 쓸 수 있는 물질을 다시 뽑아내어 Aurora 원자로의 연료로 활용하는 방식인데요.
이 과정을 전해법 재활용(electrochemical recycling)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다 쓴 핵연료를 다시 “정제”해서 새 연료로 바꾸는 기술입니다. 이렇게 하면 폐기물의 양은 줄고, 기존에 버려졌던 자원을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장기 저장소에 쌓일 방사성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과 환경적 가치 모두를 잡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로써 오클로는 다시 한 번 미국 정부와 제도권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인 점을 확인시켰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닙니다. 현재 오클로의 시가총액은 약 140억 달러가 넘습니다. 문제는 아직 상업적으로 전기를 판매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원자로가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려면 최소 몇 년은 더 필요합니다.
즉, 회사의 가치는 미국 정부의 지원과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만약 규제 승인 과정에서 지연이 생기거나, 건설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면, 주가는 지금처럼 고평가 논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또 원자력이라는 산업 자체가 안전성 문제와 규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언제든 투자 심리가 빠르게 식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강한 상승을 동반하면서 역사적 신고가를 찍었기 때문에 새로운 상승세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습니다. 물론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에 조정은 발생할 수 있겠습니다만, 전고점이었던 85 달러 레벨을 지켜주는지 지켜보겠습니다.
현재 시대 흐름은 원자력과 인공지능 시대가 맞물리는 전환점인 것 같습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탄소 감축 필요성, 에너지 안보라는 세 가지 큰 흐름이 원자력의 부활을 촉발하고 있고, 오클로는 그 최전선에 있습니다.
오클로는 분명히 매우 흥미로운 기술과 시장 기회를 가진 회사이나, 아직은 실적이 없는 스타트업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죠. 따라서 단기적 주가 급등에 편승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기술 상용화와 규제 진전을 기다릴 것인지, 투자 전략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앞으로 몇 년간 오클로가 첫 원자로를 성공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연료 재활용 사업이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