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컨텐츠에서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 JOBY)의 업데이트를 전해드리면서 옆동네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 ACHR) 이야기도 곧 다뤄보겠다고 말씀드렸죠.

실제로 조비와 함께 아처도 최근 굵직한 뉴스를 연이어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비가 백악관의 eVTOL 통합 시범 프로그램(eIPP) 참여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아처 역시 같은 프로그램에 합류해 미국 도심 항공 모빌리티(AAM) 시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인데요. 두 회사가 같은 무대에 동시에 등장하면서 “누가 먼저 상용화에 닿을까”라는 질문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아처는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시작한 항공 스타트업으로,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인 ‘미드나이트(Midnight)’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조비가 2009년 설립되어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 본사를 둔 선두주자라면, 아처는 상대적으로 신생 기업이자 후발주자이만 빠른 기술 진척과 굵직한 파트너십으로 존재감을 키워왔습니다. 특히 유나이티드항공이 일찍부터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시장 신뢰를 쌓았죠.

두 회사 모두 전기를 기반으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에어택시를 개발 중인데, 미국 eVTOL 시장에서 사실상 투톱으로 불립니다.


조비와 함께 아처도 백악관 프로그램 합류

지난번에 언급했듯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6월 eVTOL 인증 절차를 앞당기고, ‘미국 드론 우위(American Drone Dominance)’를 내세운 상징적인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명령을 구체화한 실행안이 바로 이번에 발표된 eVTOL 통합 시범 프로그램(eIPP)인데요.

조비뿐 아니라 아처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FAA의 정식 인증(Type Certification) 전에 감독된 조건 아래 실제 도시에서 시험 운항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아처는 유나이티드항공과 여러 미국 도시들과 협력해 시범 운항을 추진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안전성, 소음 저감, 확장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증명하겠다고 합니다. 기술을 뽐내는 수준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아처와 조비 에비에이션 이 두 기업이 참여를 선언했다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교통부와 FAA가 공식적으로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를 발표하면서, 미국 내 도시들이 직접 아처 같은 기업과 손잡고 시범 운항 제안서를 낼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조비가 뉴욕,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와 협력망을 구축해왔다면, 아처는 유나이티드항공을 앞세워 대도시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두 회사가 서로 다른 지역적 거점을 공략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을 준비하는 그림입니다.

아처는 실제 시험운항에서는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1. 안전성(Safety) – FAA의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도시 환경에서 사고 없이 운항할 수 있다는 점

2. 저소음(Quietness) – 도심 거주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소음 수준 유지

3. 확장성(Scalability) – 단순히 한두 번의 이벤트 비행이 아니라, 대규모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아처 CEO 애덤 골드스타인(Adam Goldstein)은 이번 발표를 두고 "우리 산업과 국가 모두에게 기념비적인 순간”이라며, “우리는 안전하고 조용한 운항을 입증할 것이고, 이를 통해 미국이 첨단 항공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굳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 CFO 마이크 레스키넨(Mike Leskinen) 역시 “2021년 아처에 투자한 이유는 승객들의 이동 방식을 혁신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고, 이번 프로그램으로 그 비전이 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국 연방한공청(FAA) 국장은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이번 시범은 미국 전역에서 안전하고 확장 가능한 AAM 운영을 가능케 하기 위한 학습의 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이 시범 프로그램은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 미국 전역의 확산을 위한 데이터와 경험을 쌓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조비와 아처 모두에게 규제 리스크를 줄여주는 강력한 긍정 신호로 보입니다.


참고로 지난 2025년 8월 18일, 아처는 캘리포니아 살리나스 시험 시설에서 미드나이트 기체로 약 55마일(약 88km)을 31분 동안 비행했습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26마일(약 202km)에 달했는데, 지금까지 아처가 진행한 비행 중 가장 긴 유인 시험이었습니다.

조비 에비에이션이 캘리포니아의 마리나 공항과 몬터레이 두 공항 사이를 오가는 시험 비행을 성공시킨 것처럼, 아처 역시 장거리 실증으로 FAA와 투자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는 건데요. 특히 아처 초기 투자와 파트너십을 주도했던 인물인 유나이티드항공 CFO가 직접 현장에서 시험 비행을 참관하고“조용함에 놀랐다”고 평가했습니다. 도심 상공에서 소음 문제가 큰 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요한 발언입니다.

한편 아처는 앞으로도 미드나이트의 비행 속도와 거리를 단계적으로 늘려가며 초기 상용 서비스에 맞는 다양한 운항 프로파일을 시험할 예정입니다.

특히 미국 FAA 인증과 더불어, UAE에서 진행되는 Launch Edition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상용화 속도를 높이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첫 상용 운항은 UAE에서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참고로 아처는 약 17억 달러(한화 약 2조 3천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인증 절차, 대량 생산, 초기 서비스 준비까지 일정 기간 버틸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본격적인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있고, 현금 소진(cash burn)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리스크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처가 연간 15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려야 현재 비용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조비와 아처는 같은 제도적 혜택을 누리며 상용화를 앞당길 기회를 잡았지만 전략은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조비는 수년간 축적된 시험 비행 경험과 블레이드 인수, 우버와의 연동으로 생태계 확장을 노리고 있고, 아처는 장거리 시험 성과와 유나이티드항공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실제 도심 항공 네트워크에 바로 적용 가능한 그림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누가 먼저 FAA 인증을 끝내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며 지역 사회 신뢰를 확보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입니다.

아처 주가와 조비 주가는 최근 반등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요.

사실 조비 에비에이션도 그렇고 아처 에비에이션도 올해 중반에 고점을 찍은 뒤 무빙이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만일 이번 미국 정부의 발표와 함께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eVTOL 섹터로 몰린다면 상승세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이번 주 주가 흐름을 봐야겠네요.

두 회사 모두 백악관과 FAA의 제도적 지원을 받는 만큼, 이제는 기술보다 실행력과 속도가 성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앞으로 미국 하늘 위에서 “에어 택시”를 먼저 띄우는 이름이 조비가 될지 아처가 될지, 투자자들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사는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