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주5일제가 전면 시행된 지 벌써 21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한국 노동시장이 또 한 번 큰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부와 노동계가 주4.5일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경제와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임금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904시간이라고 합니다.
이는 OECD 평균(1719시간)보다 185시간이나 많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이스라엘 등 5개국뿐이라고 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한국은 주요 31개국 중 노동시간이 세 번째로 많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20번째로 적다고 나왔습니다.
즉,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수준이 낮다는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장시간 노동과 낮은 삶의 질은 근로자 개인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에도 부담이 됩니다.
이런 문제의식과 맞물리며 주4.5일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입니다.
노동계는 주4.5일제가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하고, 청년층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나눠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과감하게 주4.5일제 시범사업을 도입해 내년을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적 첫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우리나라 평균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며 주4.5일제 추진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또한 “임금 감소 없는 주4.5일제가 가능하다”며 시범사업 추진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이미 산업계 일부에서는 자율적으로 근무 유연성을 확대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과 SK스퀘어는 2주간 80시간만 채우면 금요일을 쉴 수 있는 ‘해피 프라이데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SK텔레콤은 만 50세 이상 또는 근속 25년 이상 직원에게 최대 2년간 유급 휴직을 제공하는 ‘넥스트 커리어’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삼성전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통해 주 40시간만 채우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3자녀 이상 직원은 정년 퇴직 뒤 최대 2년간 재고용하는 방안을 운영 중입니다.
LG전자도 주 40시간 내에서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변화가 있습니다.
기업교육 전문업체 휴넷은 2022년 7월 업계 최초로 주4일제를 도입했습니다.
시행 1년 후 채용 경쟁률이 3배 이상 상승했고,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고 합니다.
직원 90% 이상이 “만족한다”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답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가 “근무 시간이 줄어도 임금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생산성 저하와 비용 증가를 우려하며 임금과 고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항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4.5일제가 도입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휴식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가족과 보내는 시간, 자기계발, 건강 관리 등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과 생산성 문제가 고민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