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중순, 조비 에비에이션이 한 걸음 더 상용화에 다가섰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 연방 항공청(FAA)이 새로운 시범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요, 이를 통해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 즉 eVTOL이 일부 도시에서 제한적인 운항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비가 바로 여기에 참여하게 된 것이죠.

지난 8월, 조비는 블레이드 에어 모빌리티의 여객 사업을 인수했고, 이 서비스는 앞으로 우버 앱과 연동될 예정인데요. 또 최근에는 캘리포니아의 두 공항 사이를 오가는 비행까지 성공하며 큰 주목을 받았었죠. 그래서 간만에 조비 에비에이션 업데이트를 다뤄보겠습니다.


조비 에비에이션은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항공 스타트업입니다. 이 회사의 목표는 조용하고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 항공기를 만들어 도시 교통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하지만 더 빠르고 조용하며, 장기적으로는 택시보다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수단을 꿈꾸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하늘 위의 우버를 만드는 셈입니다.

조비는 2021년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고, 도요타와 델타항공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현재는 미국 항공연방청(FAA)가 요구하는 복잡한 인증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은 eVTOL 승인 절차를 대폭 앞당기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미국 드론 우위(American Drone Dominance)”라는 이름 아래, 중국과 유럽을 앞서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었죠.

이 행정명령 덕분에 조비 같은 회사들은 기존의 긴 규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일부 도시에서 시범 운항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익 창출까지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변화였죠.

그런데 9월 12일 발표된 ‘eVTOL 통합 시범 프로그램(eIPP)’은 바로 이 행정명령의 실행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조비는 이 프로그램에 정식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지방 정부와 협력해 승객 수송, 화물 운송, 긴급 구조 활동 같은 실제 사례를 통해 운항 데이터를 쌓을 수 있습니다.

보통 FAA의 형식 인증(Type Certification)을 받으려면 5단계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은 보통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기업에게 조기 운항 기회를 열어주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데이터를 동시에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연방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지방 정부의 참여도 필요한데요. 조비는 이미 텍사스, 플로리다, 오하이오, 뉴욕,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텍사스에서는 ‘고급 항공 모빌리티 센터(CAAM)’를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가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앞으로 180일 안에 구체적인 시범 사업들이 선정될 예정이고, 이 과정에서 조비와 손잡고 싶어 하는 도시와 주는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해당 소식은 조비에게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서비스 출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정부가 직접 신뢰를 보냈다는 사실이 투자자들에게는 강력한 긍정 신호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현재 조비는 FAA 형식 인증 과정의 다섯 단계 중 네 번째 단계에 와 있습니다. 마라톤으로 치면 마지막 구간에 들어선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올해 안으로는 첫 번째 FAA 적합 기체를 제작해 비행시킬 예정이고, 내년 초에는 FAA 소속 조종사가 직접 탑승하는 시험비행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조비가 진짜 상용화를 앞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그럼 조비는 어떻게 준비성을 입증할 수 있었을까요? 조비는 지난 15년 동안 항공기를 개발하며 이미 4만 마일 이상의 시험비행을 진행했습니다. 2025년 한 해에만 약 600회의 비행을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조비는 최근 캘리포니아의 마리나 공항과 몬터레이 공항 사이를 직접 운항했습니다. 겉으로는 짧은 시험 비행에 불과해 보이지만, 사실상 FAA가 관리하는 공역에서 기존 항공기들과 함께 운항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마치 주차장에서 연습하던 운전자가 실제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죠. 이런 성과가 쌓여야만 규제 당국도 상용화 가능성을 신뢰하게 됩니다.

또한 조비는 두바이의 혹서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비행을 시험하며 기체의 내구성을 입증했습니다. 다시 말해, 조비는 이미 단순한 실험 단계가 아니라 현실적인 운항 능력을 보여준 셈이죠.

한편 조비는 8월에 블레이드 에어 모빌리티의 여객 사업을 최대 1억 2,500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블레이드는 뉴욕과 마이애미 등지에서 헬리콥터와 수상비행기를 운영하는 회사인데요, 이 서비스가 앞으로 우버 앱과 연동되어 예약할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해당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이미 구축된 고객 기반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이 “하늘 택시”라는 개념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항공기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게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는 일입니다. 조비는 이 부분에서 수직 통합(Vertical Integration) 전략을 택했습니다. 즉, 부품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대부분 자체적으로 설계, 제작, 시험하는 방식입니다.

이 전략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 내 고용을 늘린다는 점, 그리고 개발 속도를 더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캘리포니아 마리나에 새롭게 확장된 공장은 약 43만 5천 평방피트 규모로, 연간 24대의 기체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오하이오 데이턴에서도 대규모 양산을 위한 공장이 세워지고 있어 본격적인 상업화 준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재무적으로 조비는 아직 수익을 내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보유한 자금을 연구, 개발, 생산 확대에 쓰고 있죠. 2025년 중반 기준으로 조비가 보유한 현금과 단기 자산은 약 10억 달러에 달합니다.

올해 예상되는 현금 소진(cash burn) 규모는 5억~5억 4천만 달러 수준입니다. 현금 소진은 회사가 1년 동안 실제로 얼마나 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요, 현재 자금만으로도 약 2년 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조기 운항 기회를 주겠다고 나서면, 투자자들은 “수익 발생 시점이 빨라질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최근 주가가 크게 반응한 것이죠.

다만 주가가 장 초반엔 15.23 달러까지 급등을 했으나 빠르게 떨어졌습니다. 2.34% 상승분으로 마무리되며 14 달러에 안착하긴 했으나, 빠르게 수익 실현이 나왔다는 점에서 주주로서는 아쉬움이 남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옆동네 아처 에비에이션 주가도 함께 상승했는데 조비 에비에이션보다 조금 더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처 에비에이션 이야기도 조만간 해보겠습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조비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우버와 델타 같은 전략적 파트너, 두둑한 현금 보유고, 그리고 실질적인 시험 운항 성과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 요소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증 절차가 지연될 수 있고, 이착륙장(버티포트)이나 충전 시설 같은 인프라는 아직 부족합니다. 소음 문제나 안전성 우려로 지역 사회의 반발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은 소비자들이 100~150달러를 내고 단거리 비행을 선택할지 확신할 수 없는 단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식은 조비의 비전이 실제 실행 단계로 들어섰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연방 정부의 지원 아래 실제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기업이 되었으니까요. 이 시범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조비는 새로운 교통 수단을 창출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들이 따라야 할 글로벌 기준을 마련할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