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Opendoor Technologies) 다뤄보겠습니다.
요즘 주가 무빙이 미쳤습니다. 단 하루만에 무려 80% 폭등을 했는데요. 오랜만에 업데이트를 해보겠습니다.
그래도 이왕 알아볼 거 어떤 기업인지 이해를 하면 좋겠죠. 오픈도어 테크놀로지는 미국에서 ‘집을 사고파는 방식’을 혁신하겠다며 등장한 회사입니다. 일반적으로 집을 팔려면 중개인을 찾고, 집을 꾸며 오픈하우스를 열고, 제안이 들어오기를 기다려야 하죠. 그런데 오픈도어는 온라인에서 즉시 현금 견적을 제시하고, 직접 집을 매입한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회사를 흔히 아이바이어(iBuyer)라고 부르는데요. 핵심은 데이터와 알고리즘, 그리고 빠른 회전율입니다. 집값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신속하게 되팔 수 있다면 이익을 얻지만, 반대로 시장을 잘못 읽으면 손실이 커집니다.
지난 몇 년간 오픈도어는 금리 인상과 주택 경기 둔화, 운영 문제 등이 겹치면서 수익을 내지 못했고,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에릭 잭슨이라는 헤지펀드 매니저의 등장과 함께 대표적인 밈주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릭 잭슨은 오픈도어의 강력한 지지자이자 적극적인 발언을 이어온 투자자인데, 오픈도어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죠.
자, 9월 11일에 무려 80% 폭등을 이끌었떤 소식은 새로운 CEO 선임이었습니다. 카즈 네자티안이라는 인물인데요, 이전에는 이커머스 기업인 쇼피파이(Shopify)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던 경영자입니다. 비용 관리와 디지털 비즈니스 확장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죠.그래서 네자티안의 영입은 오픈도어가 “운영 효율과 제품 혁신”에 무게를 두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여기에 오픈도어의 공동 창업자 두 명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와 동시에 창업자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자이자 오픈도어 초기 멤버였던 키스 라보이스(Keith Rabois)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고, 또 다른 창업자인 에릭 우(Eric Wu)도 이사회 멤버로 돌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오픈도어가 성장하던 시기에 회사를 이끌었던 핵심 인물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 회사를 떠나 있었습니다. 이전 CEO였던 캐리 휠러가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이 같은 변화가 단행된 겁니다.
이 변화 뒤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활발히 목소리를 낸 투자자들이 오픈도어가 방향을 잃었다며 창업자들의 복귀를 요구했고, 실제로 회사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죠. 오늘날 개인 투자자 커뮤니티가 기업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영진 교체만으로는 회사를 살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본 수혈도 함께 이루어졌는데요. 라보이스와 우는 벤처캐피털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 등을 통해 4천만 달러(약 550억 원)를 신규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창업자들이 “자신들의 돈을 걸고 다시 회사를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행위로 해석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점이 중요합니다. 창업자가 직접 돈을 넣었다는 건 그냥 말뿐인 복귀가 아니라, 본인들의 자본을 걸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기 확신은 투자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죠.
다만 현실적인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오픈도어는 지금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자본 소진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4천만 달러라는 금액이 회사의 장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투자는 상징적 의미와 단기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한편, 네자티안 CEO의 보상 구조도 눈길을 끕니다. 기본 연봉은 상징적인 수준(일부 보도에 따르면 1달러)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보상을 주가 성과에 연동된 스톡옵션과 인센티브로 구성했습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성공해야 본인도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죠. 즉, 오픈도어의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그도 보상을 받을 수 없고, 주가가 성공적으로 회복된다면 막대한 성과급을 얻게 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영자의 이해관계가 주주와 일치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것입니다.
이번 인사 교체와 투자 소식이 발표되자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오픈도어의 주가는 하루 만에 80% 급등하여 10 달러 레벨을 넘기면서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겁니다.
이 폭등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밈 주식(meme stock) 현상입니다.
밈 주식이란 회사의 실제 실적보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열광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관심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을 말합니다. 오픈도어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Open Army”라 불리는 팬덤을 형성했는데, 이번 CEO 교체와 창업자 복귀는 이들의 승리로 받아들여지면서 열기를 더 키웠습니다.
밈 주식이 회사를 살릴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에릭 잭슨 얘기를 다시 해보죠. 오픈도어를 밈 주식으로 만든 장본인이긴 한데, 이 사람은 오픈도어가 본질적으로 기업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오픈도어가 단순히 집을 직접 사고파는 아이바이어 모델에서 벗어나, 주택 거래를 연결하는 플랫폼 회사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산을 많이 들고 가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실제로 오픈도어는 최근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요. 회사는 자사 알고리즘이 집값을 더욱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AI 퍼스트” 기업으로 변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집값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매입과 매도 과정에서 위험이 줄어들고, 이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겠죠.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금리, 경기 흐름, 정책, 심리 등 수많은 변수에 좌우됩니다. 과연 AI가 이런 불확실성을 모두 극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네자티안 CEO가 디지털 제품과 운영 효율화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입니만, 이게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그렇다면 오픈도어의 앞길은 어떻게 될까요?
무엇보다도 리더십의 신뢰 회복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CEO와 복귀한 창업자들이 실제로 회사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지가 첫 번째 관문입니다.
두 번째는 재무 건전성입니다. 오픈도어는 한 번도 꾸준히 흑자를 낸 적이 없습니다. 손실을 줄이고 현금 흐름을 관리하는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겁니다.
세 번째는 투자자 열기 유지입니다. 밈 주식의 인기는 빠르게 식을 수 있습니다. 분기 실적에서 실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현재의 주가 급등세가 오래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죠.
주가만 놓고 봤을 때는 모든 매물대를 뚫어버리며 그야말로 미친 무빙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섣불리 주가 예측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만큼 숏스퀴즈란 게 무섭죠. 한 번 발동되면 공매도 세력을 박살내버릴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보이니까요.
아무튼 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는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창업자의 복귀와 새로운 CEO 선임이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며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린 건 사실입니다. 과연 기업으로서 진짜 부활할 수 있을지, 아니면 게임스탑처럼 밈주식의 대표주자로만 남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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