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은 오랜 시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중심지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1980~90년대에는 젊은이들의 패션 거리로, 2000년대 이후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메카’로 불리며 늘 화려한 불빛과 유동 인구로 가득했던 곳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자 상권은 침체기를 겪었고, 빈 점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불어온 새로운 활력이 바로 ‘케데헌 특수’입니다. 케데헌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형 애니메이션으로, 케이팝과 판타지 요소를 결합해 전 세계 팬덤을 빠르게 형성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무대가 서울의 여러 명소와 맞물리면서, 팬들은 실제 장소를 찾아다니며 작품을 체험하려 하고, 이 과정에서 명동 상권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기회를 맞이한 것입니다.
명동의 거리에는 벌써부터 케데헌을 테마로 한 상품과 포토존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기념품과 굿즈입니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 캐릭터가 인쇄된 열쇠고리, 휴대폰 케이스, 티셔츠 같은 소품들이 소품숍 앞에 진열되어 있고, 전통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식료품점에서도 케데헌 디자인이 입혀진 라면이나 과자가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콜라보 굿즈’는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팬덤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한국 여행의 특별한 기념품이 되기 때문에, 판매처마다 재고 확보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포토존 문화도 케데헌 특수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 젊은 세대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도 사진 찍는 문화를 즐기면서, 네컷 사진관과 즉석 포토부스들이 케데헌 테마 프레임을 추가했습니다. 명동 한복판에서는 케데헌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배경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팝업 스토어가 등장해 긴 줄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작품 속 상징적인 건물이나 거리 풍경과 실제 명동 골목이 겹쳐 보이면서, 팬들에게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성지순례’ 같은 경험이 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근처 음식점과 카페, 패션숍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포토존을 찾았다가 주변에서 식사나 쇼핑을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브랜드들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명동 주요 매장에 케데헌 감성을 살린 인테리어와 굿즈를 재배치했습니다. 한복을 입은 곰 인형, 전통 문양을 담은 컵과 텀블러는 케데헌 분위기와 어울리며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케데헌 테마 의류를 출시할 계획을 밝히며 MZ세대와 팬덤을 겨냥한 마케팅에 나섰고, 대형 테마파크 에버랜드는 케데헌 전용 체험존을 마련해 가족 단위 고객까지 끌어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여 GS25는 케데헌 디자인이 들어간 음료와 스낵을 출시했고, 농심은 인기 라면에 케데헌 캐릭터를 입혀 한정판 패키지를 내놓았습니다. 이렇게 유통업계 전반이 케데헌과 연계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소비자는 명동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케데헌 열풍을 체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명동 상권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 다시 회복세에 들어선 관광 수요가 케데헌 열풍과 맞물리면서, 일본·동남아·미국에서 온 젊은 팬들이 명동을 찾아 직접 굿즈를 구매하고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남깁니다. 최근 카드사 통계에 따르면 명동 내 소품샵, 사진관, 네일숍, 박물관 기념품 샵에서 외국인 카드 결제 건수가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케데헌 팬덤이 관광 소비를 견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과거에는 화장품이나 의류가 주된 소비 품목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 기반의 굿즈, 체험형 소비, 이색 카페 이용이 추가된 것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면 케데헌 특수는 단순한 일시적 유행을 넘어선 의미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작품과 현실을 연결하며 체험 가치를 소비하고, 이는 가격 대비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명동 상인들에게는 장기간 침체했던 상권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유통업계에는 협업 상품과 경험 마케팅이 효과적이라는 교훈을 남깁니다. 동시에 이는 한국 콘텐츠 산업이 단순히 시청률이나 조회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광·유통·서비스업으로까지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그러나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케데헌 열풍이 단기간에 식을 경우, 현재 준비 중인 굿즈와 상품들이 재고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콘텐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상권의 체질이 또다시 취약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팬덤 관광은 강력하지만 유행 주기가 빠르기 때문에, 명동이 장기적인 부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콘텐츠와 연계하거나, 한국 문화 전반을 체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상품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유통업계도 단기 매출에만 매몰되지 않고,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명동지역과 유통업계의 케데헌 특수는 콘텐츠와 상권이 결합했을 때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침체된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외국인 관광객 소비를 촉진하며, 국내외 브랜드가 협업을 통해 새로운 매출원을 창출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유행은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분명합니다. 콘텐츠는 더 이상 스크린 안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거리와 매장, 상품 속으로 파고들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명동이 이번 기회를 잘 살린다면, 단발성 특수에 그치지 않고 K-콘텐츠와 유통의 시너지를 상징하는 글로벌 거점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