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룰 미국 주식은 피그마(Figma)입니다.

팀이 함께 디지털 제품을 만들고 다듬을 수 있는 협업 디자인 플랫폼입니다. 앱이나 웹사이트, 인터페이스를 동시에 편집하고 댓글을 달 수 있어서, 더 이상 파일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죠. 구글 독스처럼 실시간으로 공동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개발자와 마케터도 즐겨 사용합니다. 업무 병목 현상이 줄어들고 다양한 역할이 한 공간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기술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IPO 중 하나를 통해 상장했습니다. 특히 과거 어도비가 피그마를 200억 달러에 인수하려 했지만 규제 당국이 이를 막았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죠.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은 피그마를 어도비의 강력한 도전자이자 장기적인 라이벌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상장 이후 첫 실적 발표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동시에 시장 반응이 극적으로 나타난 거죠.


이번 분기의 핵심: 강력한 성장, 그러나 급락한 주가

표면적으로는 분기 실적이 훌륭했습니다. 피그마는 매출 2억 4,96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1% 성장했고, 2,82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이런 단계의 회사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전환이죠.

하지만 발표 직후 주가는 약 20% 급락했습니다.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 전망이었기 때문입니다. 피그마가 제시한 다음 분기와 올해 전체 전망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월가가 기대한 “폭발적 성장”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현재 주가가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죠.


사실 41% 매출 성장률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훌륭한 성과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기대한 것은 그 이상의 ‘깜짝’ 성장이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업이익은 210만 달러로 영업이익률은 고작 1%에 불과했습니다. 공식 회계 기준으로는 간신히 흑자를 낸 수준입니다. 반면, 주식 보상비용 같은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비GAAP 영업이익은 1,150만 달러, 영업이익률 5%였습니다.

현금흐름은 훨씬 보기 좋았습니다. 영업현금흐름은 6,250만 달러(25% 마진), 조정 자유현금흐름은 6,060만 달러였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순이익보다 현금흐름이 더 중요한 신호인데, 실제 현금이 얼마나 발생해 재투자되거나 쌓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강한 리텐션: 고객 충성도와 확장성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피그마의 서비스가 고객사들의 조직 내에서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10,000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고객군의 순매출 유지율은 129%에 달했습니다. 즉, 이미 큰돈을 쓰던 고객들이 1년 만에 평균 30% 가까이 지출을 늘린 것이죠. 참고로 SaaS 업계에서 120% 이상이면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2025년 6월 30일 기준으로 1만 달러 이상 지출하는 고객은 약 1만 2천 곳, 10만 달러 이상은 1,119곳이었습니다. 또 고객의 80% 이상이 두 가지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3분의 2는 세 가지 이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그마가 단순한 ‘한 가지 툴’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품 혁신과 사업 확장

이번 분기 피그마는 Figma Make, Figma Draw, Figma Sites, Figma Buzz라는 네 가지 주요 신제품을 발표했습니다.

Figma Make는 AI 기반 프로토타이핑 툴,

Figma Draw는 더 자유로운 창작을 돕는 드로잉 툴,

Figma Sites는 디자인을 바로 웹사이트로 발행할 수 있게 하는 기능,

그리고 Figma Buzz는 마케팅 콘텐츠 제작을 자동화하는 도구입니다.

또한 디자인 시스템을 LLM 기반 코드 생성과 직접 연결하는 Dev Mode MCP 서버도 출시해 개발자들의 생산성을 높였습니다.

즉, 피그마는 디자인 협업 툴을 넘어 개발과 마케팅 워크플로우까지 확장하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어도비의 올인원 크리에이티브 전략과 유사하며, 피그마가 얼마나 큰 포부를 가지고 있는지를 드러내죠.

또한 피그마는 이번 분기에 두 건의 인수도 마무리했습니다. 모션·애니메이션·벡터 툴링 기능을 강화하는 Modyfi, 개발자 친화적인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인 Payload인데요.

해당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피그마는 애니메이션과 콘텐츠 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제품을 만들고 관리하며 배포하는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거죠.

참고로 CEO 딜런 필드는 필요하다면 “큰 베팅”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막강한 현금 보유고 덕분에 이런 전략적 인수가 가능하죠.

한편 올 2분기 피그마는 한국어와 브라질 포르투갈어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브라질의 누뱅크, 이타우 은행 같은 대형 기업 고객이 사례로 소개됐는데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여력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락업 해제: 주가에 숨은 변수

실적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락업 해제입니다. 피그마 직원들이 보유한 일부 주식이 2025년 9월 5일부터 조기 매각 가능해지는데요. 비임원 직원들이 보유 주식의 최대 25%를 매각할 수 있게 되면서 단기적으로 매도 압력이 발생할 수 있갰습니다.

그러나 전체 A클래스 주식의 54.1%를 보유한 대주주들은 2026년 8월까지 단계적으로 매도 제한을 연장했습니다. 즉, 단기적으로는 공급 압박이 있을 수 있지만 대규모 매물 출회는 억제된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의 전망: 가이던스와 기대치

피그마는 3분기 매출을 2억 6,300만 ~ 2억 6,500만 달러(약 33% 성장)로, 연간 매출을 10억 2,100만 ~ 10억 2,500만 달러(약 37% 성장)로 예상했습니다. 연간 조정 영업이익은 8,800만~9,800만 달러 수준입니다.

꽤나 상당한 전망치이긴 하나, 현재 주가 수준을 정당화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시장은 판단했는데요. 성장성과 밸류에이션의 괴리가 이번 주가 급락의 근본 원인입니다.

 

올해 굵직한 IPO 중에 코어위브나 써클처럼 상장 이후 한동안 상승한 주식들도 꽤 있었는데, 피그마는 상장 이후 빠르게 차익 매도가 발생하면서 하락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럴 땐 분명한 바닥 탈출 신호와 상승세 전환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바텀 피싱은 피해야 하는데요.

물론 피그마의 첫 실적 발표를 봤을 때, 기본적으로 매출 성장, 현금흐름, 고객 유지율, 제품 확장은 매우 탄탄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어도비에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키워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큰 걸림돌입니다. 주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 형성되어 있다 보니, 아주 작은 실망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죠. 여기에 락업 해제라는 공급 변수까지 더해지면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합니다.

장기적으로 디자인 중심의 소프트웨어와 AI 기반 워크플로우의 성장을 믿는 투자자라면 피그마의 행보는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단기 투자자에게는 당분간 실적 발표 때마다 큰 폭의 주가 변동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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