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장난감 코너에 자주 가게 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장난감을 담아두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예전보다 장난감 가격이 꽤 비싸졌다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같은 종류의 블록 세트나 피규어를 예전에도 샀는데 지금은 몇 만 원씩 더 줘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아이가 자라서 더 고급 장난감을 요구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우리가 매일 접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지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환율과 글로벌 공급망, 원자재 가격 같은 경제적 요인들이 숨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고입니다. 레고는 덴마크 기업이지만 생산은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이뤄지고, 판매는 전 세계로 퍼져 있습니다. 한국에서 레고를 구매한다는 건 단순히 완구 회사가 가격을 올렸다는 차원을 넘어서 달러와 원화의 교환 비율, 물류 비용, 원재료 가격, 그리고 글로벌 경기 상황까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하락하면 같은 레고를 수입해올 때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합니다. 즉, 아이 장난감 하나를 고르는 순간에도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레고뿐 아니라 피규어, 인형, 보드게임, 심지어는 캐릭터 문구류까지 이어집니다. 최근에 해외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를 사려 보신 분들은 가격표를 보고 놀라셨을 겁니다. 예전에는 5만 원대였던 제품이 어느새 7만 원, 8만 원을 넘어가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일본 엔화와 원화의 변동, 그리고 글로벌 팬덤이 만들어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숨어 있습니다. 한국은 해외에서 생산된 장난감을 수입하는 구조가 많다 보니 환율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도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아이 장난감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원자재가 들어갑니다. 플라스틱, 금속 부품, 고무, 전자부품 등이 결합된 제품이 많은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장난감 원가도 오르고 이는 소비자가격에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석유 가격 변동이 있었는데,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파생된 원료로 만들어지므로 원유 가격 상승은 장난감 제조 원가에 직결됩니다. 실제로 글로벌 완구업체들이 가격 인상 요인으로 원자재 비용 상승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류비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물류망이 흔들리면서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한 적이 있었습니다. 장난감은 대부분 부피가 크고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이라 운송비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물류비가 오르면 장난감 최종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큽니다. 실제로 2021년~2022년 사이에 국내에서 수입 완구 가격이 급등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물류대란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장난감 값이 단순히 몇 천 원, 몇 만 원 오르는 것이 사소한 문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배경에는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는 달러 환율, 국제 유가, 글로벌 경기 상황 같은 거시경제 요인들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경제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바로 체감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장난감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환율이나 국제 가격이 변동한다고 해서 모든 장난감이 똑같이 오르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일부 문구나 블록, 국산 보드게임 등은 해외 의존도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입니다. 반대로 글로벌 브랜드나 라이선스를 가진 제품들은 환율과 공급망 영향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더 큽니다. 이런 차이를 비교해보면, 단순히 아이 장난감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체험하는 경제 공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마리오나 포켓몬 같은 일본 캐릭터 장난감을 원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일본 엔화가 원화 대비 약세일 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지만, 엔화 강세로 돌아서면 같은 제품이 한국 소비자에게는 더 비싸집니다. 또 미국 달러가 강세일 때는 달러로 결제되는 글로벌 완구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부모 입장에서는 ‘왜 이 장난감이 예전보다 이렇게 비싸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사실 그 답은 국제 금융시장에 있는 셈입니다.


장난감 가격은 단순히 우리 지갑을 압박하는 요소에 그치지 않고,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전에는 선뜻 사주던 장난감을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대체품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중고나라, 당근마켓 같은 플랫폼에서 아이 장난감 거래가 활발한 이유도 바로 새 제품 가격 상승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장난감 가격의 상승은 중고 시장의 활성화라는 또 다른 파생 효과를 낳은 것입니다.


이렇듯 아이의 장난감 값이라는 작은 일상 속 주제를 들여다보면, 우리 생활과 세계 경제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아이가 원하는 블록이나 피규어 하나를 사주는 행위가 사실은 환율, 원자재, 물류, 글로벌 수요·공급이라는 큰 경제 흐름의 결과라는 점은 생각보다 흥미롭습니다.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고르면서 “이건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자연스럽게 경제 이야기를 생활 속에서 풀어낼 수 있습니다. 경제 공부가 딱딱하고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바로 장난감 가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