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American Eagle Outfitters, 티커 AEO)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깜짝 소식을 전했습니다.

2025년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30% 이상 치솟았는데요, 이는 회사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급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주가를 밀어올린 요인이 재밌는데요. 배우 시드니 스위니가 등장한 광고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수십만 명의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고 수십억 회의 광고 노출을 만들어낸 것이죠. 뛰어난 마케팅과 예상 밖 실적이 결합하면서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는 이번 주 월가에서 가장 화제가 된 소매업체가 되었습니다.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는 어떤 회사일까?

잠깐만 회사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면,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의류 소매업체로, 데님과 캐주얼웨어, 그리고 속옷 브랜드 에어리(Aerie)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77년에 설립된 이후 10대와 20대 사이에서 트렌디하면서도 부담 없는 가격대의 패션으로 입지를 다져왔습니다.

회사는 크게 두 가지 브랜드를 운영합니다. 아메리칸 이글(AE)은 청바지와 티셔츠, 후디, 캐주얼 기본 아이템에 집중하고 있고, 에어리는 속옷과 라운지웨어, 애슬레저를 중심으로 바디 포지티브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성장해왔습니다.

시드니 스위니 효과: 광고가 바이럴이 될 때

그런데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는 최근 엄청난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바로 할리우드에서 떠오르는 스타 시드니 스위니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기 때문인데요. ‘Great Jeans’라는 타이틀을 걸고 만든 광고는 유전자(genes)와 청바지(jeans)를 교차한 언어유희를 시도하며 관심과 함께 엄청난 논란을 끌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문구가 ‘우월한 유전자’를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담고 있어 외모나 체형에 따른 차별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심지어 이게 '백인 우월주의' 및 우생학 논란까지 번지게 됐습니다.

이렇게 한 편의 광고를 두고 엄청난 논란도 있었지만, 성과는 분명했습니다. 해당 광고는 온라인에서 400억 회 이상 노출되었고 신규 고객만 70만 명 이상을 끌어모았으니까요. 소매업체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새로운 고객을 확보한다는 건 엄청난 성과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캠페인은 단순히 매출을 넘어 문화적 화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는 틱톡이나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는 요즘 환경에서 전통적인 쇼핑몰 브랜드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죠.

월가를 놀라게 한 실적 발표

이런 맥락에서 아메리칸 이글이 발표한 2025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은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매출은 12억 8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1% 줄었지만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수치를 넘어섰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0.45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월가 전망치의 두 배 이상입니다. EPS란 기업의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주주 입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벌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에어리 매출은 3% 늘었고 아메리칸 이글 본 브랜드는 3% 줄었습니다. 에어리가 회사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셈이죠. 마진율도 거의 39%까지 올라섰습니다. 마진율은 매출에서 비용을 뺀 후 남는 비율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제품을 한 개 팔 때 남는 이익이 더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주주 환원 정책도 주목할 만합니다. 회사는 2억 3천1백만 달러를 들여 자사주를 매입했고, 주당 0.125달러의 배당금도 지급했습니다.

아메리칸 이글 주식 AEO 주가

실적 발표 이후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재빠르게 평가를 조정했습니다. 투자 리서치 기관인 CFRA는 투자의견은 ‘보유’로 유지했으나 목표 주가를 10달러에서 19달러로 상향했습니다. UBS와 바클레이즈도 목표 주가를 올리며 에어리의 성장세와 개선된 마진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낙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간 급등한 주가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리테일 업계는 소비자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본 브랜드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성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아메리칸 이글 주가는 지난 몇 년 동안 사이클을 타면서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경향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바닥이 발생하던 10 달러 부근에서 큰 반등이 나와준 모습입니다. 때문에 만일 20 달러를 넘겨준다면 20달러 중반까지 갈 수 있을 가능성이 보이는데요.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 직후 발생한 반등이 회사 역사에서도 기록될 정도로 큰 규모였기 때문에 좀 더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메리칸 이글 전망

어쨋든 간에 아메리칸 이글의 주가는 18달러를 돌파하며 불과 두 달 전 저점의 두 배 이상이 되었습니다. 같은 시기 많은 소매주가 소비 둔화와 수입품 관세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반전입니다.

하지만 이런 급등이 항상 좋은 신호만은 아닙니다. 주가는 호재로 급등했다가 단기 차익 실현 매물로 다시 조정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기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번 성과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장기적인 전환점으로 이어질지 여부죠.

긍정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 이글 앞에는 몇 가지 장애물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관세 부담이 커질 전망입니다. 회사는 3분기에 약 2천만 달러, 4분기에는 최대 5천만 달러의 관세 비용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관세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의류 생산을 해외에 의존하는 AEO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비용 상승 요인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본 브랜드의 부진입니다. 에어리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아메리칸 이글 본 브랜드의 데님과 캐주얼웨어는 매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균형 잡힌 성장이 어렵겠죠.

경영진은 신중한 낙관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향후 몇 분기 동안 기존 매장의 매출이 소폭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연간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영업이익은 2억 5천5백만 달러에서 2억 6천5백만 달러 사이로 전망했습니다.

참고로 마케팅은 계속 핵심 전략이 될 전망인데요. 시드니 스위니와의 협업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NFL 스타 트래비스 켈시와의 캠페인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남성 고객층과 Z세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시도로 해석됩니다. 단순히 의류 판매를 넘어 문화적 대화 속에 브랜드를 위치시키려는 전략이죠.

미국 사회에서 화제가 되는 동시에 실적에서도 시장을 놀라게 한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 시드니 스위니와의 광고는 대담한 마케팅이 실제로 고객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고, 예상을 웃도는 실적은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었는데요.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입니다. 바이럴 마케팅 효과는 짧게 끝날 수 있고, 관세 부담은 다가오고 있으며, 본 브랜드는 여전히 회복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아메리칸 이글이 화려한 마케팅과 장기적인 펀더멘털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율할지가 관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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