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6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근처의 과일주스 판매 노점. 카드 단말기도 없는 이곳에서 손님들은 가상자산과 연결된 QR코드를 읽어 결제

  • 웡 메이링 씨(22)는 “QR코드를 읽을 수 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노점에서도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음

  • 한국의 영세한 노점에선 아직 가상자산 결제가 보편화돼 있지 않지만 싱가포르에선 고급 상점부터 골목 상점까지 가상자산으로 결제가 가능

  • 가상자산으로 결제하면 계좌로 송금하거나 신용카드를 쓸 때 발생하는 환전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음

  • 아시아의 금융강국인 싱가포르와 홍콩에선 이미 일상에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

소상공인들 “코인 쓰면 가맹점 수수료 없어”

  • 가상자산 중에서도 한국에선 발행이 불가능하고 결제가 제한적인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끌었음

  •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와 같이 실물 자산에 가치를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한 가상자산

  • 다른 코인과 달리 가격 안정성을 갖췄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국경을 넘는 결제 속도가 훨씬 빠름

  • 홍콩에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스테이블코인을 쉽게 쓸 수 있었음

  • 지난달 3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 2층 시티버스를 타며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활성화해 버스 단말기에 찍었음. 가상자산 결제용 애플리케이션(앱) ‘레돗페이’였음. 그날 밤 레돗페이 계좌에 충천해 놓은 테더(스테이블코인) 5.7USDT(약 8000원)가 빠져나갔음

  • 레돗페이는 홍콩 핀테크 스타트업 레돗페이가 만든 결제 앱. 달러, 유로화, 파운드 등 실제 통화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USDT), 서클(USDC) 등 가상자산 결제가 가능

  • 계정을 만든 뒤 10달러를 내고 앱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

  •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감

  • 레돗페이 앱의 결제 방식은 체크카드와 비슷했다. 대중교통을 제외한 결제는 사용 즉시 계좌에서 가상자산이 빠져나감

  • 여기에 수수료 1%가 붙지만 환전 수수료는 따로 없음. 반면 일반 신용카드로 현지 매장에서 결제하면 비자, 마스터 등 국제 결제망 브랜드 수수료에 환전 수수료가 붙음

  • 또 신용카드는 2, 3일 뒤의 환율이 적용돼 환차손을 볼 수 있지만 가상자산 결제 앱은 실시간 환율이 적용돼 편리

  • 소상공인들도 가맹점 수수료가 없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 레돗페이 관계자는 “카드 결제와 가상자산 환전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가맹점이 별도의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코인 결제가 가능하다”고 설명

  • 싱가포르에서는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앱 ‘그랩’을 활용했음. 호출형 승차 공유, 음식 배달, 결제, 숙소나 여행지 예약 등이 가능한 플랫폼임. 이 광활한 네트워크 덕에 가상자산 결제를 빠르게 넓히고 있었음

  • 앱에서 가상자산을 결제할 땐 신속함이 돋보였음. 지난달 5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뒤 수화물을 기다리며 레돗페이 앱에 있던 테더를 전부 그랩으로 옮겼음. 가상자산이 국경을 넘는 데는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네트워크 비용으로는 1USDT가 부과됐음. 적용된 환율은 1USDT에 1.26싱가포르달러였음. 공항 환전소의 환전 환율(1달러에 1.13싱가포르달러)보다 유리했음

홍콩에 상장된 가상자산 현물 ETF 7000억 원


  • 홍콩과 싱가포르는 ‘금융 허브’에 이어 ‘크립토 허브’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음. 흥미로운 점은 두 곳 모두 관(官)의 입김이 강한데도 가상자산 정책은 민간이 주도한다는 점임. 지난달 1일 세계 최초의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실시한 홍콩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기업 3곳과 소통하며 발행을 준비했음.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을 얻은 기업은 홍콩달러, 달러,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음. 여차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한국보다 홍콩에서 먼저 나올 수도 있는 것임

  • 홍콩은 지난해 4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동시에 상장시키며 크립토 선두를 노리고 있음. 지난해 1월 비트코인 ETF를 내놓은 미국보다 한발 늦었지만, 이더리움 ETF는 오히려 빠르게 선보였음. 홍콩에 상장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의 순자산은 7000억 원 규모임

  • 싱가포르는 금지된 게 아니면 일단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덕에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됐다. 스타트업 스트레이츠X는 싱가포르달러(SGD),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발행했음. 싱가포르통화청(MAS)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형태의 결제를 도입하기 위해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음. 싱가포르는 2023년 8월 SGD 기반 스테이블코인 프레임워크를 확정하고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음

  • 기업들은 국제 결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음. 서클, 체인링크 등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들로 구성된 ‘웹3 하버’의 개리 리우 회장은 “소매 결제도 흥미롭지만 업계가 더 기대하는 건 기관 간 거래와 국경 간 결제”라며 “무역 금융이나 대출, 해외 송금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거의 즉시 결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음

시장 못따라가는 한국의 법, 제도

  •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코인 시장이 커지고 있음.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유출입된 코인 규모는 올해 상반기(1∼6월) 215조4944억 원으로 2년 전 같은 시기의 3.6배로 불어났음.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기업들은 앞다퉈 사업을 꾸리고 있음. 시장에선 코인 열풍이 한창인데 관련 법과 제도가 미비해 실제 사업이 크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

  • “수백, 수천만 원어치 정도 테더(USDT·스테이블코인 종류)는 환전 안 해줘요.”

  •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한옥마을 인근의 한 환전소. 기자가 ‘1달러=1USDT’로 고정된 가상자산인 테더를 원화로 환전하겠다고 하자 60대 여성 환전상의 대답은 단호. 1억 원어치 이하의 ‘푼돈’은 취급하지 않겠다는 뜻. 그는 기자가 원하는 거래량이 수백만 원어치란 말에 크게 실망하면서 그만 나가 보라는 손짓을 했음

  • 국내에서 관련 법이 제대로 마련되기도 전에 ‘코인 경제’가 빠르게 움트고 있음. 이재명 정부에서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를 약속한 데다 이미 코인 경제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

  • 서울 종로 및 강남 지역 일대에선 사실상 불법적으로 운용되는 이른바 ‘간판 없는 코인 환전소’들이 생겨나고 있음. 외국인들은 전국 7곳에 마련된 외국인 전용 ‘코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해외에서 발행된 코인을 원화로 환전

  • 국내 기업들도 가상자산 사업 준비는 하고 있지만 아직 정부 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해 혼란스럽다는 분위기

  • 특허청에 원화(KRW)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출원된 상표를 전수조사한 결과 1077건

  • 이 중 99%인 1068건이 올 6월 이재명 대통령 당선 뒤 출원

  • 대선 뒤 한 달에 356건꼴로 출원된 셈. 4대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카드사 증권사 등 전통 금융사뿐 아니라 핀테크, 게임사도 출원

  • 하지만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제대로 유통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0’개. 국내 코인 투자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하고 관련 사업 열풍은 뜨겁지만 제도가 미비한 탓에 시장이 제대로 크질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 반면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기존 글로벌 금융 선진국들은 가상자산 파생상품부터 스테이블코인 결제 생태계까지 발 빠르게 ‘코인 경제’를 키우고 있음

국내 기업 무한 대기 중


  •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되거나 결제되는 길이 막혀 있음. 관련 규정이 없어서임. 국회에선 올 6월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이나 운용 방법을 규정한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 7월 직접 하원의원들을 설득해 ‘지니어스 법안’을 통과시킨 미국과 달리 한국은 부작용을 우려해 신중하게 접근 중이기 때문

  • 이렇다 보니 금융사나 핀테크 업체들은 ‘무한 대기’ 중

  • 코인 상표권을 출원한 뒤 법제화만 기다리고 있는 한 대형 핀테크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국에선 금융, 정보기술(IT) 기업이 합종연횡해 코인을 발행하는데 국내에선 상표 출원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털어놨음

  • 마케팅 플랫폼 하이드미플리즈의 유현 대표는 “소상공인용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을 거의 90% 준비해 뒀지만 법이 통과되지 않아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음.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현재 코인 산업은 ‘회색 영역’”이라며 “정부에서 나서서 ‘이 사업이 된다, 안 된다’를 말해 주면 좋겠다”고 꼬집었음

  • 미국이나 홍콩 기관과 기업이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비축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가상자산 관련 회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투자가 사실상 차단된 점도 문제로 지적

  • 금융위원회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던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도 올해 안에 상장사와 전문투자사 3500여 개사(금융회사 제외)를 대상으로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가이드라인조차 나오지 않았음

  • 그나마 거래가 많은 비트코인은 국내서 결제는 가능하지만 인프라가 충분치 않아 문제. 이렇다 보니 아예 해외 시장을 노리는 업체들도 있음

  • 명동찌개마을 가맹점을 운영하는 회사 정다원은 직영점 5곳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함. 정다원과 코인 결제 시스템을 마련한 비트윈비츠의 김동욱 대표는 “국내 가상자산 결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다 보니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 가상자산 결제 사업을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

  •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

  • 가상자산 현물 ETF가 나오면 기관투자가가 비트코인에 적극 투자할 길이 열림. 개인투자자도 증권사 등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국내 금융사들도 상품 운용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음

  •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처음 승인한 이후 국내에서도 도입에 대한 요구가 커진 데 따른 조치임.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세계 비트코인 가상자산 현물 ETF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1446억 달러, 이더리움 ETF 운용자산은 243억 달러임. 두 ETF를 합쳐 총 1689억 달러(약 235조 원)의 자금이 몰렸음. 한국만 235조 원에 이르는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셈임

  •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일본과 홍콩도 올해 가을부터 자국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데 우리나라가 너무 늦으면 시장을 선점하지 못할 것”이라며 “계속 미루다 보면 시장이 너무 음성화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

  • 법제화 검토를 논의하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음.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혁신적이니 언제까지나 안 할 수는 없지만 어떤 형태로 허용할지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조언

<시사점>

아시아의 싱가포르와 홍콩이 코인 경제에서 한국을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가상자산을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의 규제 틀 안에 편입해 글로벌 코인 경제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한국도 이재명 정부의 출범이후 가상자산 관련 법을 정비하고자 하고 있으나 아직은 고려해야 부분들이 많아 법제화가 지체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확실히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가상자산 결제가 일상으로 파급되고 있는데, 가장 큰 혜택이 환전 수수료가 없고, 당일의 환율이 적용된다고 합니다. 이는 해외여행을 하는 여행자 관점에서 큰 메리트가 있고, 특히 기업간, 국가간 거래에 혁신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해외송금 시에도 큰 장점이 있어 기존 금융거래가 가상자산 거래에 밀리게 될 날도 올 것 같습니다.

가상자산 법제화는 고려할 점도 많겠지만 너무 늦어지면 한국의 금융허브 기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는 만큼, 빠르고 집중된 논의를 통해 결단을 내리고, 그에 따른 법제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들은 목표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갈건지 말건지를 토의하고 있으니 일견 답답한 측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목표가 바른 목표인지, 걸어갈 것인지 뛰어갈 것인지, 아니면 아예 차량으로 이동할 것인지 등 정부당국과 국회, 한국은행이 신속히 결정 내려 대응하시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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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0/0003658403?date=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