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뤄볼 미국 주식은 사이퍼 마이닝(Cipher Mining, 티커 CIFR)입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비트코인 채굴 기업인데, 쉽게 말해 수십만 대의 고성능 컴퓨터를 가동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거래를 검증하고, 그 대가로 신규 발행된 비트코인과 수수료를 보상으로 받는 구조의 사업이죠.
사이퍼 마이닝은 전력 비용이 저렴한 미국 텍사스주에 대규모 채굴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기료가 채굴 수익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풍력·태양광이 풍부한 텍사스는 최적의 입지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사이퍼의 소식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2분기 실적 발표이고, 다른 하나는 텍사스 신규 데이터센터 ‘블랙 펄’ 가동 소식입니다.
실적 면에서는 월스트리트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조정 실적 기준으로는 흑자를 기록하며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동시에 블랙 펄 1단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회사의 채굴 능력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경영진은 올해 3분기 말까지 해시레이트 23.5 EH/s(엑사해시, 초당 10의 18제곱 연산)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밝히고 있죠.
참고로 채굴 기업을 다룰 때 자주 등장하는 “해시레이트(hashrate)”란 용어는 채굴 기계가 얼마나 빠르게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비트코인을 얻을 확률이 커지죠.
2025년 2분기 실적 살펴보기
사이퍼는 2분기에 약 4,4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회계 기준(GAAP)으로는 4,6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오데사(Odessa)라는 이름의 시설의 전력 구매 계약(PPA) 가치가 분기마다 재평가되면서 발생한 회계상 손실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돈이 빠져나간 게 아니라 장부상 평가 손실에 가깝습니다.
이를 제외하고 본업만 놓고 보면, 조정 순이익은 약 3,000만 달러, 주당 0.08달러 수준의 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현금 보유액도 약 6,300만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단기적인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블랙 펄: 새롭게 가동된 핵심 데이터센터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소식은 블랙 펄 데이터센터입니다. 1단계(150MW 규모)가 7월에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약 3.4 EH/s의 채굴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덕분에 회사 전체 해시레이트는 6월 말 16.8 EH/s에서 7월 말 20.4 EH/s로 단숨에 증가했습니다.
경영진은 3분기 내에 최종적으로 23.5 EH/s에 도달할 것이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채굴 기계 설치가 마무리되면, 비트코인 채굴량과 수익성이 직접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전력 계약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
참고로 비트코인 채굴에서 전력은 ‘원가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합니다. 사이퍼는 오데사 시설을 위해 2027년까지 고정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덕분에 실제 현금 지출은 안정적이지만, 계약의 장부 가치가 매 분기마다 다시 평가되면서 실적에 큰 변동성이 발생합니다.
또한 사이퍼는 에너지 기업 엔지(ENGIE)와 협력해 최대 300MW의 청정 에너지를 추가로 공급받을 수 있는 예비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이는 향후 HPC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고성능 컴퓨팅(HPC)으로 가는 길
한편 사이퍼는 북미 최대 규모의 채굴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연산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블랙 펄 2단계와 바버 레이크(Barber Lake) 부지를 중심으로 AI 연산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과 AI 데이터센터의 공통점은 전력을 엄청나게 소모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력 확보가 사업 확장의 핵심 과제입니다. 다만, 성공적으로 HPC 사업을 병행하게 된다면 비트코인 가격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죠.
현금과 전환사채, 왜 중요한가
참고로 사이퍼는 지난 5월 1억 7,250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전환사채란 일정 조건이 되면 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의미합니다. 이 채권은 이자율이 낮고(1.75%)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주식을 늘려 희석시키지 않으면서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향후 확장을 이어갈 수 있는 자금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나중에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지분 희석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비트코인 채굴 현황
사이퍼는 매달 운영 결과를 공개합니다. 2025년 7월에는 214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했고, 이 중 52개를 운영비 충당을 위해 매각했습니다. 남은 보유량은 1,219 BTC입니다. 이는 회사의 자산이자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대한 ‘베팅’ 역할을 합니다.
현재 사이퍼는 약 11만 5천 대의 채굴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평균 효율은 19.2 J/TH로 업계 최상위권입니다. 효율이 높다는 것은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비트코인을 캘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이퍼 마이닝 vs. 아이렌?
사이퍼 마이닝을 이해할 때 자주 비교되는 기업이 바로 아이렌(IREN Ltd)입니다. 두 회사 모두 대규모 비트코인 채굴장에서 출발해, 이제는 AI와 HPC라는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하지만 현재 위치는 다릅니다. 일단 아이렌은 7월에만 728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했고 해시레이트가 약 50EH/s에 달해, 사이퍼의 약 두 배 규모의 채굴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IREN은 이미 본격적인 전환이 실적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출 5억 달러, 순이익 흑자 전환, 수만 개의 엔비디아 GPU를 활용한 AI 매출까지 확보했습니다. 텍사스의 Horizon, Sweetwater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AI 인프라 공급자로 도약하려는 단계에 있죠.
반면 사이퍼는 아직 비트코인 채굴이 매출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합니다. 블랙 펄을 비롯해 HPC 친화적 설계를 추진하고는 있지만, 아직 GPU 매출이나 대형 HPC 계약이 잡힌 단계는 아닙니다. 대신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곧 HPC도 할 수 있다”는 준비 단계에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즉, IREN이 이미 “AI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면, 사이퍼는 여전히 비트코인 중심 기업에서 HPC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길목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주의해야 할 위험 요인
사이퍼 마이닝의 성장은 분명하지만,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텍사스 전력 시장은 여름철 가격 급등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채굴기를 일부 멈추고 전기를 되팔아 크레딧을 얻기도 합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채굴량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입니다. 가격이 급락하면 아무리 효율이 높아도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CIFR 차트 분위기는 꽤나 좋습니다. 올해 50% 이상 상승했고, 지난 1년 간 130% 이상 상승했죠.
그리고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업사이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문제는 직전 최고가 8달러 정도 됐었는데, 아까 언급한 아이렌 실적 발표 직후 8 달러를 살짝 넘었다가 저항을 밑고 밑으로 떨어진 상태인데요.
8 달러를 시원하게 넘겨준다면 8 달러 후반대, 그 이후로는 10 달러까지 열어놓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사이퍼 마이닝은 이미 북미 최대 규모의 채굴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블랙 펄 데이터센터 가동으로 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나, 동시에 AI와 HPC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탐색하며 비트코인 단일 사업 구조를 넘어서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단기적으로는 전력 시장과 비트코인 가격이라는 불안정성을 안고 가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기반의 ‘하이브리드 컴퓨팅 기업’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CIFR 8 달러를 넘게 된다면 더 주목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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