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후폭풍'이 이렇게 빨리, 그리고 거세게 몰아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법안이 통과된 지 하루 만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노동계의 목소리가 산업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새로운 법 조항 하나가 생긴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억눌려왔던 갈등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신호탄처럼 느껴집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현대제철 하청노조가 원청인 현대제철을 직접 고소한다고 합니다. '진짜 사장은 현대제철'이라는 그들의 주장이 이제 법의 보호를 받게 된 셈이죠.

금속노조는 심지어 "원하청 교섭 1호 사업장이 되도록 취재해달라"는 자료까지 배포하며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섰습니다.

IT 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네이버의 자회사 노조들은 네이버 본사 앞에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고 하니,

이제 원청-하청 구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노란봉투법의 취지 자체는 이해가 갑니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 시행까지 6개월의 유예기간이 무색하게, 기업들이 대비할 시간도 없이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습니다.

마치 댐의 작은 균열이 터지면서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져 나오는 듯한 모습입니다.


제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요구가 단순히 '교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파업권을 확보하고 정년 연장, 주 4.5일제 같은 굵직한 요구들을 내걸었습니다.

미국발 관세 폭탄으로 자동차 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강경한 요구들은 노사 관계를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공장 휴업을 결정하자 노조가 즉각 반발하며 출근 투쟁을 벌이는 모습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예고편처럼 보입니다.


특히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철강, 석유화학, 건설 같은 산업들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인데, 이제는 생산 라인을 멈추거나 인력을 재배치하는 모든 경영상의 결정이 노조의 파업 대상이 될 수 있게 됐습니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기업의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가 단순한 엄살로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더 나아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방산 업체에서까지 파업을 금지한 법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움직임은,

이번 노란봉투법 통과가 노동계에 '이제는 무엇이든 요구해도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합니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단순히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한국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기업의 경영 주도권이 상당 부분 노조로 넘어가는 거대한 흐름이 시작된 것이죠.

앞으로 우리 기업과 경제는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이는 더 이상 노사 간의 힘겨루기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가 된 것 같습니다.